(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바람의 손자'를 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후의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입이 팀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정후는 전날 구단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74억 원)의 계약을 완료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로 향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됐다. 아시아 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최대 규모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후는 "중학교 3학년 때 국제경기를 하러 샌프란시스코에 온 적이 있다"며 자신과 샌프란시스코의 인연을 소개한 뒤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정후는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메이저리그의 메디컬 테스트 과정을 통과했다. 올 시즌 후반기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탓에 샌프란시스코와의 최종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자마자 이정후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09억 원),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약 287억 원),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약 267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약 65억 원)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구단은 이번 계약에 자선 기부도 포함시켰다.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2024년 6만 달러(약 7800만 원),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약 1억 3000만 원)를 기부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오랜 기간 지켜봤다. 팀의 가장 취약 포지션인 중견수 보강을 위해 이정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고척스카이돔에서 뛰는 이정후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정후 영입에 관심을 가졌던 구단은 샌프란시스코뿐만이 아니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복수의 팀들이 이정후의 기량을 면밀히 체크했고 협상에 나섰다.
이정후 영입전 승자는 샌프란시스코였다. 1억 1300만 달러를 베팅한 끝에 이정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정후가 2024 시즌부터 중견수 겸 리드오프로 팀 타선을 이끌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은 이정후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정후가 (2024 시즌) 개막전부터 매일 중견수로 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라며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 남을 위대하고 신나는 날이다"라고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우리는 이정후가 KBO리그 최고 선수로 성장하는 걸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정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팀 타선의 집단 부진 속에 79승 83패, 승률 0.488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샌프란시스코의 방망이는 팀 타율 0.235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로 1년 내내 빈공에 허덕였다. 팀 OPS도 0.701로 효율적인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중견수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해낸 선수가 없었다. 루이스 마토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은 76경기에 중견수로 나섰지만 타율 0.250(228타수 57안타) 2홈런 14타점 OPS 0.661로 아쉬움을 남겼다. 마토스의 출루율은 0.319에 불과한 것도 문제였다.
다른 선수들은 더 심각했다. 브라이스 존슨은 30경기에서 타율 0.163(43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OPS 0.485, 웨이드 메클러가 20경기를 뛰며 타율 0.232(56타수 13안타) OPS 0.578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수비 역시 메이저리그 평균에 못 미치면서 투수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자이디 사장은 이 때문에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은 공격적인 부분에서 컨택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추구하는 야구이기도 하다"며 "비시즌 동안 우리가 가장 영입하고 싶어 했던 선수가 이정후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이정후를 도울 것"이라며 "25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오래 머물면서 위대한 유간을 남길 기회를 얻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0.898의 누적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커리어 내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 가장 필요한 빼어난 선구안도 갖췄다. 출루율이 가장 낮았던 2019 시즌에도 0.386으로 타율 0.336대비 5푼이나 높았다.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컨택 능력에 '눈 야구'까지 되는 유형의 선수로 샌프란시스코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MLB닷컴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선발 라인업 예상
-1번타자: 이정후(중견수)
-2번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 또는 윌머 플로레스(1루수)
-3번타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지명타자)
-4번타자: 마이클 콘포토(좌익수)
-5번타자: J.D. 데이비스(3루수)
-6번타자: 미치 해니거(우익수)
-7번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
-8번타자: 패트릭 베일리(포수)
-9번타자: 마르고 루시아노(유격수)
사진=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및 메이저리그 공식 SNS, 엑스포츠뉴스 DB, MLB.com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