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클럽 회장이 불만을 품고 심판을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뒤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사안이 심각해졌다.
유럽 축구 소식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12일(한국시간) SNS을 통해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제 튀르키예의 모든 리그 경기가 연기됐음을 확인했다"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리그를 잠정 연기한 사유는 클럽 회장이 경기가 끝난 후 심판한테 달려가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12일 앙카라귀쥐와 차이쿠르 리제스포르 간의 2023/24시즌 쉬페르리그(1부) 15라운드 맞대결에서 벌어졌다. 이날 앙카라귀쥐는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 5분 선수 한 명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됐다. 10명으로 싸우게 된 앙카라귀쥐는 분투하면서 후반 추가시간까지 1-0 스코어를 유지했으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극장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이날 무승부로 앙카라귀쥐는 리그 11위 자리를 유지했고, 극적인 무승부를 만든 리제스포르도 8위를 지켰다.
승점 3점을 눈앞에서 놓치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파루크 코자 앙카라귀쥐 회장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이날 주심을 맡은 할릴 우무트 멜러 심판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후 심판 눈 쪽에 주먹을 날리면서 큰 소동을 일으켰다.
로마노 기자는 "앙카라귀지와 리제스포르 간의 튀르키예 쉬페르리가 경기가 끝난 후 멜러 심판은 얼굴에 주먹을 맞았다"라며 "그는 또한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발차기 공격을 당했고, 눈에 큰 부상을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코자 회장은 멜러 심판 왼쪽 눈 쪽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얼굴을 가격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진 멜러 심판을 향해 누군가 발로 차는 모습이 확인됐다.
심판이 공격을 받는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지자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경호 인력까지 모두 달려들어 멜러 심판을 보호했다. 이후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멜러 심판은 주먹으로 맞은 부분이 크게 부어 오르면서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이 사건은 튀르키예 전역을 강타했다. 현재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는 튀르키예 축구대표팀 멤버 메흐메트 우무트 나이르는 SNS을 통해 "심판에게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라며 "당신은 실패의 짐을 심판에게 전가시켰다. 당신이 우리에게 가한 상황이 부끄럽다"라며 코자 회장을 맹비난했다.
튀르키예 축구협회장 메흐메트 뷔위켁시도 성명문을 통해 "축구는 전쟁이 아니다. 죽음이 없다. 모든 팀이 동시에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모두 이를 이해해야 한다. 관력자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축구계뿐만 아니라 정치계 쪽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튀르키예 청소년 체육부 장관 오스만 아스킨 박은 SNS을 통해 "경기가 끝난 후 심판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우리는 스포츠와 튀르키예 축구 정신에 맞지 않는 장면을 경기장에서 보고 싶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법무부 장관 일마즈 툰크는 "우리는 이 슬픈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라며 앙카라 결찰이 용의자를 식별 중이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법 조사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사건이 커지면서 튀르키예 대통령까지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멜러 심판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라며 "스포츠는 평화와 우정을 의미하며 폭력과 함께할 수 없다. 우린 튀르키예 스포츠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사건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튀르키예 모든 축구 리그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한편, 가해자인 코자 회장은 폭행 사건을 일으킨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내무부 장관 알리 예리카야에 따르면, 보안군 감시 하에 치료를 받고 있는 코자 회장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금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사진=유로 풋, 로마노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