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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유격수 골글' 오지환 "KIA 박찬호 존경, 후배들 보면서 자극 받는다"

기사입력 2023.12.12 07:45 / 기사수정 2023.12.12 07:51



(엑스포츠뉴스 삼성동,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 '우승 캡틴' 오지환이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고 화려했던 2023년에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었다.

오지환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 데뷔 첫 골든글러브를 품은 데 이어 2년 연속 리그 최고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골든포토상까지 수상한 오지환은 부상으로 카메라까지 챙겼다.

오지환은 수상 직후 "지난해에도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올해도 꼭 받고 싶었다"며 "2023년이 나에게 최고의 한 해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골든글러브까지 있었으면 의미가 클 것 같다고 생각해 욕심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지환은 올 시즌 126경기 타율 0.268(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OPS 0.767로 활약했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에 생산성 높은 타격 능력을 뽐내며 소속팀 LG가 29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생애 처음으로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KT 위즈를 상대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9타점 OPS 1.251의 괴력을 뽐내고 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LG가 8-7로 승리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드라마를 썼다. 팀이 5-7로 끌려가던 9회초 2사 1·2루에서 극적인 결승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내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오지환은 올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후배 박찬호를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박찬호도 올 시즌 130경기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홈런 52타점 30도루 OPS 0.734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3할 타자'가 되면서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노렸지만 오지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지환은 골든글러브 총투표수 291표 중 154표를 획득, 득표율 52.9%로 KIA 타이거즈 박찬호(120표)를 34표 차이로 제치고 2023년 최고의 유격수로 선정됐다.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 해당 포지션 2위를 기록한 선수와 가장 적은 격차를 보였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당초 LG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오지환이 다소 넉넉한 차이로 수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표심은 올해 오지환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분전한 박찬호에게도 적지 않게 쏠렸다. 올해 골든글러브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가 다름 아닌 유격수 포지션에서 이뤄졌다.



LG는 오지환을 비롯해 1루수 부문에서 오스틴 딘, 외야수 부문에서 홍창기까지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오스틴의 경우 LG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끼는 영광을 맛봤다. 홍창기는 외야수 최다 득표로 2023년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2023 골든글러브는 오지환에게 돌아갔지만 박찬호가 시상식에서 보여준 품격도 화제가 됐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 행사 시작 전 공식 인터뷰에서 "원래 처음에는 올 생각이 없었는데, 급하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박찬호는 "2등의 품격을 위해서"라고 미소 지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수상자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202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고의 조연으로 거듭났다.

이어 "사실 한 번쯤은 구경 와 보고 싶었다.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계속 언급됐던 선수로서,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시상식장의 풍경이나 이런 것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수상자로 와야 한다"며 내년에 대선배와 더 좋은 경쟁, 그리고 수상을 다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나란히 수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박찬호였다.

당시 전포지션 중 유일하게 유격수 부문서는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오지환은 투표 점수 75점, 수비 점수 12.5점을 획득했고, 박찬호는 투표 점수 66.67점, 수비 점수 20.83점을 올렸다. 총점 합산 결과 각각 87.5점으로 동률을 이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지환은 1010⅔이닝서 실책 14개, 박찬호는 1042⅔이닝서 실책 14개를 만들었다. SSG 박성한이 79.17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가장 뛰어난 수비 능력을 발휘한 포지션별 선수에게 시상하는 KBO 수비상은 이번 시즌 처음 제정됐다. 각 구단 감독, 코치 9명, 단장 등 구단당 11명씩 총 11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오지환과 박찬호의 공동 수상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베테랑과 무서운 신예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골든글러브 투표를 통해 다시 증명됐다.

당시 수비상을 받았던 박찬호는 "초대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 영광스럽다. 믿음으로 나를 이끌어주시는 코치님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가족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면서 "늘 우러러 보는 선배와 함께 상을 받은 것도 영광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찬호는 이날도 "(오지환과) 그냥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너무 좋다. 몇 달 내내 계속 언급이 됐지 않나. 이제 나도 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선수에 한 발 다가섰다,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겁다"고 얘기했다.

오지환도 박찬호의 참석에 박수를 보냈다. 오지환은 "경쟁을 같이 하고, 이렇게 와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내년에 받지 못하더라도, 나도 올 수 있을 정도로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또 취재진에게 박찬호의 발언을 전해 들은 뒤 "너무 멋있는 친구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보다 어린 선수지만 내가 배워야 할 것 같고 존경심이 든다"며 "(내년에) 박찬호를 야구장에서 만나면 야구적으로도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지환은 현역 유격수 No.1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후배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자신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아성을 위협하는 후배 선수들의 존재가 긍정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지환은 "유격수라는 자리는 원래 경쟁이 치열했다. 출중한 선수들이 많다"며 "나도 그렇고 KIA 박찬호, SSG 박성한, 삼성 이재현에 키움 김혜성도 내년에 유격수로 다시 온다고 하니까 내게는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운이 좋아서 LG에서 줄곧 (유격수로) 자리를 지켜왔는데 다른 팀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나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내년에) 또 한 번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뛰면서 내가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걸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오지환은 내년에도 트윈스의 캡틴으로 LG를 이끌 것이 유력하다. 3년 연속 주장을 맡게 될 선수로서 구단에 바라는 점도 밝혔다. 절친한 후배 투수 임찬규의 FA(자유계약)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찬규는 올해 30경기 144⅔이닝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LG 우승에 힘을 보탰다. 기량은 물론 투수진을 하나로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향후에도 LG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지환은 "임찬규가 기록이 말해주듯이 정말 팀에 필요한 선수다. 구단에서 임찬규에게 돈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는 농담과 함께 임찬규의 FA 대박을 기원했다.

오지환 자신도 구단과 2번째 FA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오지환은 2019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했고 LG와 4년 총액 4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오지환은 2022 시즌을 마친 뒤 LG와 일찌감치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LG는 리그 최고 유격수 오지환을 붙잡기 위해 FA 계약 만료 1년을 앞두고 6년 총액 124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오지환에게 안겨줬다.

오지환은 "차명석 단장님을 이번주 만나기로 했다. 그대로 잘 (6년) 124억 원에 FA 계약을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사진=삼성동,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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