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 규모의 계약과 함께 LA 다저스로 향했다.
오타니의 다저스행으로 남은 FA(자유계약) 선수들의 거취도 머지않아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에 도전하는 이정후 영입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정후의 원소속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4일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고지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4일 이뤄진다. 이에 따라 포스팅 고지 다음날부터 이정후 영입을 희망하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30일 간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이튿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한국시간 기준 5일 오전 MLB 사무국으로부터 이정후와 고우석(LG)에 대한 포스팅 의사를 MLB 30개 구단에 12월 4일(미국 동부시간 기준)자로 공시했음을 통보받았다"며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두 선수 영입에 관심이 있는 MLB 구단은 12월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이정후, 고우석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계약 마감일은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 기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정후는 일찌감치 많은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으로, 직접적인 관심을 표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트레이드로 외야수를 두 명이나 보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영입 후보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이정후가 보여준 것만 놓고 보면 큰 규모의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올해까지 7시즌 동안 KBO리그 무대를 누볐고, 통산 884경기 3476타수 1181안타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2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장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내 리그에서만 잘했던 게 아니다. 이정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겨울 구단에 빅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고, 키움은 지난 1월 2일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신청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정후는 후반기 첫 3연전을 치르고 있던 지난 7월 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고, 결국 8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두 달 이상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프로 입단 이후 100경기도 나서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빅리그 도전에 노란불이 켜졌지만,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에도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부상에 대한 염려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0월 초에는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하는 등 여전히 빅리그 구단들이 이정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현지에서는 계약 규모에 대한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CBS스포츠'는 "이정후가 6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80억원)의 규모와 더불어 4년 차 이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점쳤다. 'ESPN'은 이정후가 5년간 6300만 달러(약 830억원), 연평균 1250만 달러(약 165억원)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또한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정후의 계약 조건을 4년 총액 5600만 달러(약 739억원)로 예상했고, '뉴욕포스트'는 "이정후를 노리는 팀이 20개에 달한다"고 주목했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와 함께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이정후와 적합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오타니의 행선지에 따라서 향후 FA 시장의 흐름을 예측했던 'ESPN'은 "이정후에 대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중이다. 이정후가 지난해 보스턴과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 달러(약 1186억원)를 뛰어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타니가 에인절스에 남게 된다면 토론토가 이정후 영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오타니는 에인절스가 아닌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오타니를 놓친 토론토로선 대안이 필요하다. 그 아쉬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이정후가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ESPN은 "재능 있는 이정후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중견수다. 보 비솃,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함께 상위 타선에 포진될 수 있다. 토론토가 그를 영입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고 이정후를 높이 평가했다.
이정후가 어느 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될까.
◆이정후 2017~2023년 연도별 KBO 정규시즌 성적
-2017년: 144경기 552타수 179안타 타율 0.324 2홈런 47타점 12도루
-2018년: 109경기 459타수 163안타 타율 0.355 6홈런 57타점 11도루
-2019년: 140경기 574타수 193안타 타율 0.336 6홈런 68타점 13도루
-2020년: 140경기 544타수 181안타 타율 0.333 15홈런 101타점 12도루
-2021년: 123경기 464타수 167안타 타율 0.360 7홈런 84타점 10도루
-2022년: 142경기 553타수 193안타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5도루
-2023년: 86경기 330타수 105안타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6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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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