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가끔 이런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운 적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 ‘연인’을 쓰고 만드는 지금이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MBC 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 역사 멜로 드라마로 12.9%의 시청률과 화제성 1위 등 인기 속에 종영했다.
마지막회는 이장현(남궁민 분)이 기억을 되찾아 자신을 찾아낸 유길채(안은진)와 재회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연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는 엑스포츠뉴스에 "결말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고민 끝에 지금과 같은 결말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장현과 길채의 여정이 너무 험난했기 때문에 만약 이들이 끝내 재회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다 끝나면, 수많은 시청자분들의 마음에 멍이 들 것 같았다"라며 돌아봤다.
다음은 황진영 작가의 일문일답
① 결말에 많은 고심을 하셨을 것 같아요. 해피엔딩이 될 것이냐 새드가 될 것이냐도 궁금했고 두 사람이 어떻게 재회할지도 관심을 모았는데, 작가님이 이 결말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짐작하신 것처럼 결말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현이 1부, 장현과 내수사 노비들이 대치하던 전투에서 죽는 것이 원래 엔딩이 아닌가... 궁금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현은 그 시점에 죽지 않고, 그 전투 이후 기억을 잃는 스토리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양천과 닝구친의 포석을 깔아 두었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길채가 기억을 잃은 장현을 찾아나서며, 1부 길채의 꿈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구성이었습니다.
다만, 장현과 길채가 만날지, 혹은 끝내 만나지 못할지에 대해서는 열린 상태로 두고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지금과 같은 결말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그간 장현과 길채의 여정이 너무 험난했기 때문에 만약 이들이 끝내 재회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다 끝나면, 수많은 시청자분들의 마음에 멍이 들 것 같았습니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죽기까지 그리워하는 연인을 묘사하는 일은 작가로서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감성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청자분들이 <연인>의 마지막회를 본 후, 포근한 감동에 젖는 것이라 판단했고, 그렇게 완성된 마지막회 결말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② 집필하면서 가장 신경 쓰셨던 부분, 가장 기억에 남고 만족스러운 장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
:‘전쟁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내는 것에 가장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무엇까지 하는지’를 드러낼 장현의 헌신과 희생, 그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길채가 병자호란과 이후 조선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맞물려야 했습니다.
전쟁 상황이 현실감 있게 살아나야 장현의 헌신이 빛날 수 있었고, 더불어, 시청자들이 장현과 길채의 사랑을 따라가며, 병자호란을 이해하고, 포로들을 이해하고,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에 강렬한 격정이 실리도록 구성했습니다. 두 사람이 오래 떨어져 있어도, 다른 공간에 있어도 시청자분들이 그 애절한 사랑을 응원하며 드라마와 동행하게 되길 바랬습니다.
더불어 그런 강렬한 사랑이 와닿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이유와 상황이 설득력이 있어야 했습니다.
특히 길채가 심양으로 끌려가는 개연성이 무척 중요했기에 실록과 자료를 참조하여 실제 인조가 유시문을 반포했던 상황으로 길채를 휘말려 들어가게 했고, 속환 과정 역시 실제 조선 포로의 속환과정과 속환의 어려움 등등의 자료를 참조하여 재구성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장현은 길채를 포함한 포로의 구원자로 등장하는데, 심양의 포로들을 두루뭉술하게 그려서는 와닿지 못할 것이기에 포로들이 심양에서 어떻게 탈주하고 거래되고 도망쳤다가 다시 잡혔는지에 대해 최대한 자료를 참조하고 빈 곳은 상상력으로 채웠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고 만족스러운 장면
:배우분들의 열연과 감독님 및 스탭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많은 장면들이 아름답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몇장면만 꼽기가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먼저, 길채가 원손을 안고 뛰는 장면과, 배에 탄 후, 오랑캐에게 짓이겨지던 포로들을 보던 길채와 은애, 방두네와 종종이의 씬을 꼽고 싶습니다. 그 씬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인'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길채야!!! 부르며 질주하는 장현씬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멜로의 정수가 느껴지는 씬이었습니다.
각화가 두 사람 다 사는 길도 제안했지만, 장현에겐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기에 길채를 향해 뛰며 절규합니다.
부인이라고 부르다 길채야로 바뀌면서 두 사람이 한 순간, 오래전 애틋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 실제 두 사람은 서로를 길채야로 부르고 답한 적은 없지만, 이미 마음 속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가까웠다는 것이 증명되던 순간에, 장현이 각화의 화살을 맞고 쓰러집니다. 하지만 쓰러진 장현은 오히려 자신이 이겼다며 기뻐합니다. 그렇게 장현은 사랑을 증명합니다.
이토록 애절한 순간이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배우분들의 연기로 완성되어 감동적이었습니다.
더불어, 포로들이 노동요를 부르는 씬이 벅차도록 좋았습니다.
더 오래 보고 싶어 아쉬운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너른 들판, 정다운 노동요, 백성들의 얼굴에 핀 미소, 조선 사람들이 농사일만은 천하제일이라며 삐죽 으쓱대던 정명수, 그리고 다시 백성들의 미소.
찍기 어려운 씬을 던져놓고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쫓기는 환경에서 아름답고 벅찬 씬을 만들어주셔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니, 마지막 포로들이 국경을 넘어와 감격적으로 해후하는 장면이 후반 제작 여건상 제대로 찍히지 못해 더욱더 아쉬워졌습니다. 수백여 포로들이 서로 왈칵 부등켜 안고, 조선땅에 당도한 기쁨과 회한을 나누는 씬이 잘 구현되었다면, 아마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꼽혔을 것 같습니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