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가 세계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타니에게 7억 달러(9240억원)를 안겨준 에이전트도 덩달아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10일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인 7년 총액 7억 달러를 받고 LA 다저스 이적이 확정됐다"며 "이 계약 주관한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가 이번 대형 계약을 합의한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발레로가 받게 될 에이전트 수수료는 약 50억 엔(약 45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LA 다저스와 계약한 사실을 자신이 직접 발표했다.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새겨진 다저스 로고를 함께 게재하고 "제가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모든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음 팀으로 LA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도 일제히 오타니가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에 계약을 맺은 내용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데뷔 시즌부터 20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빅리그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즈 시절처럼 투수도 겸업하면서 10경기에 선발등판해 '이도류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타니는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면서 투타 겸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2021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타자로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 23경기에 선발등판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2022년에는 타자로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투수로 28경기 선발등판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남겼다.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단일 시즌 두 자릿수 홈런-두 자릿수 승수를 동시에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오타니는 FA 자격을 취득하는 2023년 더욱 밝게 빛났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일본의 통산 3번째 우승을 자신의 힘으로 이끌었다.
먼저 타자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S 1.345로 맹타를 휘둘렀다. 투수로도 3경기(2선발) 9⅔이닝 2실점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쾌투를 선보였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세이브를 기록, 헹가래 투수의 영광을 누린 뒤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오타니는 2023 시즌 소속팀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WBC 참가로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린 탓에 체력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오타니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베이브 루스도 해내지 못했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빅리그 최초로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오타니는 2021 시즌 MVP 수상에 이어 2년 만에 2번째 만장일치 MVP의 영예를 누렸다. 두 차례나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였다.
투타 모두에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에 스타성까지 갖춘 오타니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LA 에인절스는 원 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제시하는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지만 오타니는 이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오타니의 몸값이 5억 5000만 달러(약 7145억 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고 LA 다저스가 최종 7억 달러를 베팅, 오타니 영입에 성공했다.
다만 오타니의 에이전트 발레로가 어떤 과정을 거쳐 LA 다저스와 최종 계약 합의에 이르게 됐는지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있다. 최근 오타니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쏟아졌을 때도 발레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산케이 신문'은 "발레로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타니의 FA 협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침묵을 지켰다"며 "베일에 싸인 오타니의 FA 협상 과정에 대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도 오타니 FA는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을 이끈 네즈 발레로는 빅리거를 꿈꿨던 야구 선수 출신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비슷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보라스도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꿨던 야구선수였지만 끝내 꿈의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은퇴 후 에이전트 생활을 시작해 빅리그 거물급 스타들에게 초대형 계약을 안겨주는 슈퍼 에이전트로 자리 잡았다.
'산케이 신문'은 "네즈 발레로는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노렸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에이전트로 변신했다"며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발레로는 'CAA 스포츠' 야구 부문 공동 책임자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네즈 발레로는 자신도 과거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유망주였지만 현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를 컨트롤하고 있다. 오타니의 비밀주의는 에이전트 발레로의 협상 스타일이 배경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MLB네트워크 및 MLB 소셜미디어/AP/USA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