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비시즌 한국에서 전 야구 선수 임혜동과 '폭행 진실 공방'에 휩싸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관련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6일 김하성을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한 데 이어 전날부터 이틀간 김하성의 주변 인물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에는 지난 2021년 김하성과 임혜동의 몸싸움이 벌어졌던 술자리에 동석해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다른 프로야구 선수, 김하성의 키움 히어로즈 소속 당시 동료 선수들이 포함됐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임혜동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김하성과 임혜동 간 대질 신문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공갈·공갈미수 혐의로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함께 뛰었던 후배 선수 임혜동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김하성은 키움에 2014년 입단, 임혜동은 2015년에 입단해 1년 선후배 사이다.
김하성이 프로 2년차였던 2015 시즌 키움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뒤 국가대표로 발돋움한 것과 달리 투수였던 임혜동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하성 측은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임혜동과 술을 마시다 몸싸움을 벌인 뒤 임혜동으로부터 합의금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혜동이 거액의 합의금을 김하성에게 받아낸 뒤에도 계속해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경찰 고소로 이어졌다는 게 김하성 측 입장이다.
김하성의 에이전시 서밋 매니지먼트는 지난 7일 "현재 사건이 수사 중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 향후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해 드리겠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지난 7일 저녁 임혜동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이튿날 참석이 예정됐던 2023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 불참했다. 김하성은 특별공로상을 수상자로 내정돼 있었다.
일구회는 프로 및 아마추어 전현직 지도자들이 은퇴 야구인들의 권익 보호와 한국 야구 후진 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일구회는 올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한 김하성의 업적을 높게 평가했다.
일구회는 "김하성은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아시아 국적 내야수로는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는 내야수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면서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야구 본고장인 미국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김하성은 "일구회 선배님들이 주신 의미 있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서 아쉽다.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논란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측된다.
당초 일구회 시상식에서 김하성에게 상을 시상하려고 했던 정근우는 김하성의 불참으로 "올 시즌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유틸리티로 받았지만, 내년에는 유격수로 받길 바란다"고 짧은 덕담을 전했다.
김하성은 KBO리그 통산 891경기 타율 0.294(3195타수 940안타) 133홈런 575타점 134도루의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138경기 타율 0.306(533타수 163안타) 30홈런 109타점 23도루로 리그를 평정했다. 1996년 해태 이종범(30홈런), 2014년 넥센(현 키움) 강정호(40홈런)에 이어 KBO 역대 세 번째 단일 시즌 3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21년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5억 원)의 대박 계약과 함께 태평양을 건너갔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초창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117경기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KBO 시절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는 물론 2루수, 3루수까지 내야 어느 위치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뽐내고 빠른 발을 앞세운 탁월한 주루 센스는 인정받았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김하성은 무서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2022시즌 150경기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OPS 0.708로 향상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유격수 수비까지 선보이며 샌디에이고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빅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내야수가 됐다.
2023 시즌 포지션을 2루수로 옮기는 변화와 잦은 트레이드설 속에서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2억 8천만 달러(약 3487억 원)의 초대형 계약과 함께 영입하면서 김하성의 팀 내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김하성은 미국 진출 3년차를 맞은 올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0.749로 맹활약을 펼쳤다. 팀의 리드오프 자리를 꿰찬 뒤 샌디에이고의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 수상의 기쁨까지 맛봤다.
김하성은 선수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뒤 금의환향했다. 지난달 중순 귀국 후 각종 시상식과 행사 참석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폭행 진실 공방'에 휩싸였다.
이제 시선은 경찰 수사 결과로 쏠리게 됐다. 김하성의 법률 대리인 측은 일단 입장문을 통해 "김하성 선수가 일방적으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상대 선수를 폭행하였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상대 선수는 본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김하성 선수는 조사에 성실히 임해 결백함을 밝힐 것이며, 동시에 허위 내용의 고소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무고의 책임을 철저히 물을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아울러 상대 선수가 허위의 사실과 조작된 증거 사진 등을 언론에 제보하여 김하성 선수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선수에 대한 가해행위가 계속되는 경우 묵과하지 않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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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