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전전소속팀 발렌시아에선 '나쁜 선수' 취급을 받았지만 현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선 'GOAT' 취급을 받고 있다.
PSG의 코리안 미드필더 이강인이 홈구장인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의 한 켠을 장식했다. PSG를 후원하고 있는 한 신발 회사는 9일 SNS를 통해 사진물을 게시했다.
PSG의 전현직 스타플레이어들 대형 사진이 파르크 데 프랭스의 계단을 한 칸씩 차지한 그림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간 PSG에서 활약하면서 한일 월드컵 우승을 일궈내는 등 선수 생활 전성기를 누렸던 브라질 레전드 호나우지뉴를 비롯해 현재 PSG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 중인 킬리안 음바페, 그리고 미래를 불리는 누누 멘데스, 워렌 자이르-에메리, 이어서 지난여름 새로 영입된 랭달 콜로-무아니, 우스만 뎀벨레 등의 대형 사진이 파르크 데 프랭스 계단에 래핑 형태로 깔렸다.
그리고 코리안 스타 이강인의 사진도 포함됐다.
사진에서 이강인은 앞 머리를 내린채 다부진 각오로 정면을 응시한다. PSG 유니폼을 안에 입었고 점퍼를 받쳐 입었다.
PSG 경기장을 오르내리는 관중이라면 이강인의 존재를 모를 수 없을 만큼 대형 사진이 계단 하나를 빼곡하게 채웠다.
상상하지 못한 이강인 효과를 체감 중인 PSG 구단이 다시 한 번 'LEE 마케팅'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이강인이 PSG의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는 점도 암시한다.
지난여름 315억원의 이적료로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PSG로 깜짝 이적한 이강인은 리그1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윙어와 미드필더 양 쪽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아울러 마케팅 효과도 빼어나 지난 4일 르아브르와의 원정 경기에선 PSG 선수들이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올 정도였다.
PSG의 한글 유니폼 착용 결정은 이강인 합류 이후 한국 팬들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팬서비스 차원이다. PSG에 따르면 이강인이 영입된 2023/24시즌 들어 홈구장에서 PSG 경기를 관람하는 한국 팬이 20% 증가했다. 아울러 PSG SNS 엑스(X·옛 트위터) 한국인 팔로워도 2만2000명, 네이버상 팔로워는 3만5000명 이상 늘었다.
루이스 캄포스 PSG 단장도 이강인의 인기에 적지 않게 놀란 눈치다. 그는 최근 소르본 대학 강연에서 "축구적 관점에서 보면, 난 정말 이강인을 좋아한다. 그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원했던 선수에 부합한다"며 "하지만 (이강인 영입이) 아시아 마케팅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PSG는 그 만큼 이강인의 기량과 더불어 마케팅적 폭발력에 놀란 모습인 셈이다. 이번 한글 유니폼 제작도 이강인으로 유입된 한국팬들의 충성심을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PSG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팬들의 관심이 높아져 파리가 국내 축구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구단이 됐다"고 자랑했다.
이런 기량에 이강인의 마케팅 관련 폭발력까지 어우러지면서 한글 유니폼이 탄생됐다. 그리고 홈구장 한 켠에 이강인 대형 사진까지 배치됐다. 신발 회사의 이름처럼 GOAT 대접을 일찌감치 받고 있다.
앞서 이강인은 전전소속팀인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모욕적인 대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8일 스페인 매체 렐레보에 따르면 현재 헤타페 감독을 맡고 있는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은 9일 발렌시아전을 앞두고 이강인을 추억했다.
그는 2021년 발렌시아에 부임했는데 이강인과 호흡도 못 맞추고 그를 내보내야 했다.
렐레보에 따르면 보르달라스는 지난 5월에도 "그들(발렌시아 수뇌부)은 내가 구단에 도착하자마 이강인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강인이 매우 나쁜 선수라고 말했다"라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안 좋은 선수라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야 한다고 했다. 놀랐다. 이강인과 단 이틀만 훈련했는데도 난 코치들에게 이강인이 최고라고, 이강인을 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구단은 이강인을 FA로 방출했다. 어린 선수였지만 같이 훈련한 이틀 내내 코칭 스태프에게 그가 최고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맞대결 앞두고도 보르달라스는 "구단의 압박이 있었다. 젊은 선수들을 1군에서 뛰게 해야 했지만 구단은 선수를 파는 것에 급급했다"라면서 당시 이강인을 판매하기로 한 발렌시아의 결정을 다시 한 번 비판한 것이다.
그 만큼 발렌시아에서 푸대접을 받았지만 이강인의 실력과 잠재력은 변하지 않았다. 마요르카에서 2년간 활약한 이강인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명문 구단 PSG의 중심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구단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하고 있다.
사진=PSG SNS, GOAT SNS,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