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큰 통증을 느낀 주포 손흥민(31)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 전반기 막바지 일정으로 향하는 가운데 중요한 일정을 앞둔 토트넘에 손흥민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큰 위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8일(한국시간) 토트넘 훈련장 홋스퍼웨이에서 진행된 뉴캐슬과의 경기 전 기자회견을 앞두고 구단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단 팀 뉴스를 전했다.
토트넘은 오는 11일 오전 1시 30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맞대결 홈 경기를 갖는다.
최근 5경기 무승의 늪에 빠진 토트넘은 어느덧 순위가 5위(8승 3무 4패·승점 27)까지 떨어졌다. 7위(8승 2무 5패·승점 26) 뉴캐슬과의 격차는 단 1점이다. 이 경기에서 반등해야 다시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포스테코글루는 8일 벌어진 웨스트햄전 직후 손흥민 상황에 대해 "아직 업데이트는 없다. 그가 어떤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가 경기 후 좀 아팠다. 몇몇 선수가 아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다. 일요일 경기를 위한 일이다. 너무나 중요한 경기"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는 뉴캐슬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손흥민의 부상 관련한 질문을 처음으로 받았다. 그는 "새로 나온 얘기는 정말 없다. 가장 최근 기록은 어제 늦은 밤이었고 경기 후 통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 갖고는 모른다. 오늘 그가 어떻게 회복하는 지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8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맞대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팀의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트넘은 이날 웨스트햄과의 맞대결서 1-2로 역전패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실점 장면은 토트넘의 추락하는 경기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후반 7분 웨스트햄이 공격을 시도했고 상대 공격수 모하메드 쿠두스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토트넘 수비 맞고 굴절된 공은 공교롭게도 침투하던 제로드 보엔에게 연결됐다. 얼떨결에 일대일 찬스를 잡게된 보엔은 골문 구석으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쿠두스의 슈팅을 막기 위해 이미 무게중심이 무너진 상태였던 비카리오는 막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선 레드카드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토트넘 수비수 로메로가 일자 수비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29분 역전골 내준 장면 역시 토트넘의 대형 실수에서 비롯 됐다. 후반 29분 토트넘은 후방 빌드업 도중 공을 빼앗겼다. 이 때 왼쪽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의 백패스가 조금 약하게 흘렀고, 보엔이 가로채러 들려들었다. 비카리오가 깜짝 놀라 일단 손으로 쳐냈지만 웨스트햄 전문 키커 제임스 워드-프라우스가 재차 슈팅을 때렸고, 골대에 맞고 나오자 워드-프라우스가 다시 밀어넣어 역전골을 기록했다.
3무1패로 4경기째 승리가 없는 토트넘은 웨스트햄을 잡고 5경기 만에 승리를 거둬 4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할 경우 승점 30으로 4위 맨시티와 승점 동률이 될 수 있었으나 돌아온 것은 5경기 연속 선제골을 넣고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프리미어리그 창설 31년 만에 나온 첫 기록이었다.
게다가 토트넘은 손흥민 부상이라는 악재도 맞았다.
손흥민은 후반 43분 교체아웃됐는데 상대 수비에 등 쪽에 강한 충격을 받았고 패스를 내준 직후 홀로 쓰러졌다.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다시 몸을 일으킨 그는 교체돼 벤치에 앉으면서도 상당히 고통스러워 했다. 통증을 계속 느낀 그는 경기 종료 후에도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경기 후 구단 방송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통증에 대해 괜찮은지 묻자, "(괜찮길) 바란다"면서도 연신 얼굴을 찌뿌렸다. 그는 이어 "내 등 뼈 쪽으로 강력한 킥이 들어왔다. 아직 의무팀과 확인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어떤 상태인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9골을 넣으면서 이번 시즌 토트넘 최다 골잡이여서 그의 부상은 최근 5경기 1무 4패에 그친 토트넘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에 토트넘 구성원이나 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출젼 여부에 대한 확답을 아꼈다.
손흥민 상태가 좋지 않지만 상대에 전력 노출을 숨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끝까지 정밀 진단을 통해 출전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손흥민은 팀의 주포라는 위치 외에도 올시즌 주장 완장을 차고 있어 성적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웨스트햄전 직후 그의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옵타는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0으로 이기고 있음에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 홈에서 3경기 연속 1-0으로 앞서갔음에도 패배했다. 스퍼시(Spusy)"라고 토트넘이 세운 불명예 기록을 조명했다.
'스퍼시'는 한국어 표현으론 '토트넘이 토트넘 했다'로 요약될 수 있다. 그 만큼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손흥민은 교체아웃될 때 까지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침묵한 손흥민은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패스 성공률 79%, 기회창출 1회, 슈팅 1개 등 비교적 잠잠했다. 평점은 7.4점이었다.
백패스 미스로 역전골 빌미를 제공한 우도기는 6.4점, 2실점을 기록한 비카리오는 6.3점으로 최저 평점을 받았다. 징계에서 복귀해 유일한 골을 넣은 로메로는 8.6점으로 팀 내 최고점을 받았다.
소파스코어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선제골을 넣은 로메로와 경기 내내 활발했던 포로가 8.4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가운데 손흥민은 7.8점을 받아 로셀소(7.9점)에 이어 팀 내 4번째로 높은 평점을 가져갔다. 우도기는 6.6점으로 가장 낮았고, 데이비스도 6.9점으로 7점을 넘기지 못했다. 비카리오는 7.0으로 간신히 7점대를 기록했다.
후스코어드 닷컴은 7.0점으로 손흥민에게 무난한 평가를 내렸다. 로메로가 7.9점으로 가장 높았고, 포로가 7.7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평점은 6.1점의 우도기였다.
풋볼런던은 전반적으로 낮은 평점을 줬다. 손흥민을 비롯해 쿨루세브스키, 존슨이 우도기와 함께 최저 평점인 4점을 매겼다.
풋볼런던은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 경기 막바지 교체돼 나올 때는 약간 절뚝이는 것 같았다"라며 경기 내내 손흥민이 조용했다고 혹평했다.
팀의 패배와 부진한 플레이 속에서 손흥민은 경기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화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5경기 연속 이기지 못하는 건 건 용납할 수 없다. 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선수들이 책임이 있다. 더 강해져야 한다"라고 입을 연 손흥민은 "전반전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도 후반전에 무너지는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프리미어리그에서 1-0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선수들도 이를 알아야 하고 나도 그렇다. 2-0, 3-0도 상황이 바뀔 수 없다. 상대는 언제든 문제를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1-0인 상황에서 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자비 없이 임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건 말건 실망스럽다. 경기에서 졌다"라고 한숨 지었다.
"전반전엔 좋았고 후반전에 좋지 않았건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경기를 끝냈어야 했다. 분명히 경기를 끝낼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너무 부드러웠다. 파이널 서드(공격지역) 패스나 오프더볼 움직임에서 좋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나도 책임이 있다. 팬들이 등을 돌려 집으로 가셨다. 행복하지 않아 슬프다. 너무나 죄송하다. 모든 선수들, 어린 선수든, 베테랑이던, 슈퍼스타든 누구든 책임감을 갖고 더 강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 온 적지 않은 관중이 후반 40분경부터 하나 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동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손흥민은 "화가 난다. 5경기 연속 이런 상황이다 .용납할 수 없다"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우리가 너무 물러 터졌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됐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행복하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라고 답했다.
다만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한 번 더 기회를 잡아 반등할 것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시 강하게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더 빨리 반등할 수 있다.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5경기 연속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후회할 시간이 없다. 책임감을 갖고 일요일 경기에 큰 발걸음을 디뎌야 한다"라고 뉴캐슬전 각오를 전했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