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임대된 주앙 펠릭스가 원소속팀 상대로 골 세리머니를 펼쳤음에도 동료들과 사이가 좋다고 믿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4일(한국시간) "주앙 펠릭스는 자신이 아틀레티코 옛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라고 보도했다.
펠릭스는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시즌 스페인 라리가 15라운드 아틀레티코와의 홈경기에서 전반 28분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4-3-3 전형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펠릭스는 전반 28분 골문 앞 혼전 상황 속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침착한 오른발 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양 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펠릭스의 선제골은 결승골이 됐다.
펠릭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바르셀로나는 승점을 34(10승4무1패)로 늘리면서 라리가 3위에 위치했다. 한 경기 덜 치른 아틀레티코는 승점 31(10승1무3패)을 유지해 바르셀로나 바로 밑인 4위에 자리했다.
한편, 이날 가장 화제가 됐던 건 펠릭스의 세리머니였다.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들은 과거 자신이 뛰었던 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릴 경우, 친정팀을 예우하는 뜻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한다.
그러나 펠릭스는 달랐다. 그는 골을 넣자마자 광고판 위로 올라가 두 팔을 벌리고 관객석을 응시하면서 홈 팬들 환호를 즐겼다. 심지어 펠릭스는 아틀레티코에서 바르셀로나로 1년 임대 이적한 케이스라, 내년 여름 원소속팀인 아틀레티코로 돌아가야 함에도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펠릭스의 세리머니는 아틀레티코 팬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전 동료들과 신경전까지 벌이면서 완전히 아틀레티코에서 마음이 떠난 듯한 행동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르카'에 따르면, 경기 중 펠릭스는 아틀레티코 수비수 호세 히메네스와 강한 언쟁을 벌였다. 펠릭스는 히메네스와 경합한 뒤 그대로 넘어졌는데, 히메네스가 이를 반칙을 얻어내기 위해 고의로 넘어지는 행위인 '다이빙'이라고 판단했다.
히메네스가 다이빙이라고 지적하자 펠릭스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나를 쳤잖아"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히메네스도 "싸우고 싶어? 아니면 대체 뭐야"라고 말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상황을 진정시킨 건 아틀레티코 주장 코케였다. 코케는 히메네스한테 다가가 "그만해. 펠릭스는 너의 두 번째 옐로카드를 유도하고 있으니 진정해"라며 펠릭스 도발에 말려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원소속팀 상대로 세리머니를 하고, 동료들과 언쟁까지 벌였음에도 펠릭스는 당당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난 아틀레티코 동료들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내가 그들한테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라며 "난 그들을 매우 사랑하기에, 그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우리를 상대할 때만 빼고"라고 답했다.
세리머니 펼친 이유에 대해선 "나 자신,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환대해준 팀 동료를 위한 세리머니였다"라며 "매우 중요한 경기서 승리를 거둬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구단 전문 매체 '바르사 블라우그라나'에 따르면 펠릭스는 아틀레티코와의 세리머니를 통해 '울분'을 날려버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펠릭스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만이 내가 겪어야 했던 일들을 알 것"이라며 "내 가족과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세리머니를 했다"라고 했다.
또 "사람들은 나에 대해 일주일 내내 이야기했다. 난 그런 것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내 일을 할 뿐"이라며 "난 매일 더 나아지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 세리머니는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이다. 지난 여름 나와 내 가족들이 겪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버리는 행동이다. 가족에게 이 골을 바친다"라고 했다.
펠릭스의 세리머니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때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6개월간 임대로 뛰었던 펠릭스는 완전이적에 실패하고 원소속팀 아틀레티코로 돌아온 뒤 라리가 경쟁팀인 바르셀로나 임대를 선택했다.
아틀레티코와 극심한 불화를 겪은 펠릭스는 결국 주급의 90% 이상을 삭감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통해 바르셀로나에 왔다. 그의 연봉은 5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그렇게라도 탈출하고 싶어서였을까. 펠릭스는 아틀레티코전 앞두고 원소속팀 형해 폭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펠릭스는 "물론 난 바르셀로나 스타일을 선호한다.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럴 것"이라고 입을 연 뒤 "다른 모든 선수에게 물어보라. 아틀레티코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더 많은 시간을 공격하는 데 쓰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답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며 아틀레티코를 맹공격했다.
다만 펠릭스의 원소속팀에 대해 적대적 발언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 엘문도에 따르면, 엔리케 세레소 아틀레티코 회장은 바르셀로나전 직전에 "펠릭스가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길 바란다. 바르셀로나 엠블럼에 키스하는 건 바르셀로나를 느낀다는 것"이라며 "물론 골을 넣으면 기뻐하는 게 정상이다. 우리와 맞대결에서 좋은 경기를 하거나 골 세리머니를 한다고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세레소 회장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펠릭스는 기어코 원소속팀 상대로 과격한 세리머니를 하면서 아틀레티코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진=마르카 캡처,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