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 로마를 이끄는 조세 무리뉴 감독이 제대로 '뿔'났다.
로마가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G조 5차전서 상대적 약팀인 스위스 세르베트 FC에게 졸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로마는 현재 체코의 슬라비아 프라하에게 밀려 조 2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만약 6차전서 로마가 몰도바의 FC 셰리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슬라비아가 세르베트에게 진다면 순위는 역전된다. 그러나 현재 순위대로 확정될 경우 유로파리그 각 조의 2위는 상위리그인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서 3위를 기록한 팀들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러야한다.
로마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로마는 전반 22분 로멜루 루카쿠의 왼발슛이 작렬하며 첫 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후반 5분 세르베트의 공격수 크리스 베디아가 오른발로 찬 슛이 로마의 골망을 가르며 1-1 동점이 됐다.
로마는 전후반 합쳐 61%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세르베트를 옥죄었다. 그러나 세르베트는 지속적인 역습으로 기회를 엿봤다. 두 팀은 점유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으나 전체 슈팅 수는 13개로 똑같았다. 만일 세르베트의 결정력이 더 좋았다면 로마가 오히려 패배했을지도 모르는 경기였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졸전에 무리뉴가 독설을 내뱉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일 무리뉴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로마의 선수들을 향해 "유럽대항전 경험이 별로 없는 선수들은 설렁설렁 뛴다"며 비판을 가했다.
이어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유로파리그보다 훨씬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150경기 넘게 감독했는데도 내겐 유로파리그에 임하며 갖는 동기부여가 하늘을 찌를 듯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리뉴의 눈에는 선수들이 부족해보인 듯 했다. 그는 "90분동안 집중을 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이런 경기에 대충 임하는 선수들도 있다"며 "굳이 이름을 말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무리뉴는 로마가 조 2위로 마무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떨어진 팀들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다고해도 큰 '재앙'은 아니라고 전하면서도, "스위스서 승점 3점을 전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지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2위가 됐다고 (감정에 매몰돼) 영화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2위 가능성에 차분한 모습을 보인 무리뉴는 "어차피 그 영화는 몇몇 선수들이 매일 똑같은 태도로 임하다가 기회를 날려먹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위를 가진 상태에서 후반전에 들어섰는데도 동점골을 허용했다"며 선수들에게 조소를 가했다.
또한 "(그렇게 행동해도) 여기선 대가가 없다"며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라면 이런 경기력에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가 어떤 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보내고 다른 선수를 데려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마는 재정 면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할 수 없다. 무리뉴는 "여기에는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냥 감독이 계속 망치질을 하며 선수들을 조련할 뿐이고 선수들에게서 최선의 모습을 뽑아내려 노력할 뿐이다"라며 한탄했다.
무리뉴는 "로마는 좋은 선수들과 프로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상적인 팀"이라며 "이것은 내재된 문제다. 편안함만 느껴서는 안된다"고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무리뉴는 로마와의 계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여전히 감독과 구단의 재계약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가운데 무리뉴가 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의 향후 거취에 따라 레알 감독직을 계승할 수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