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을 7년 째 지휘하고 있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에이전트가 자신의 허락없이 큰 돈을 제멋대로 사용해 부동산 계약을 맺는 일을 겪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28일(한국시간) "사우스게이트를 비롯한 유명 은퇴 선수들의 에이전트직을 맡고 있는 테리 번이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자금을 마음대로 유용, 2500만 파운드(약 40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매매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해 영국 전역에 충격을 줬다.
게다가 번은 첼시 레전드 공격수 조 콜, 토트넘 레전드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글렌 호들의 자금도 이번 부동산 매입에 함께 투자했다. '데일리 메일'은 "지난 해 번이 런던에 대형 사무실을 여러 채 구매한 후 고객들에게 큰 빚을 지게 됐다"며 "자산 유동화 위험에도 빠지게 됐다"고 했다.
사우스게이트는 지난 2016년 잉글랜드 U-21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번을 자신의 에이전트로 선임했다. 그 때부터 사우스게이트와 함께한 번은 총 규모 2000만 파운드(약 320억원)에 달하는 영국축구협회(FA)와 사우스게이트 사이의 계약을 3번을 담당했으며 수수료로 거액을 챙긴 수완 좋은 에이전트다.
그러나 번이 사우스게이트를 비롯해 영국 축구 인사들의 허락 없이 자금을 유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 메일'은 "FA 내부 소식통이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날 것 같다고 전했다"는 발언을 첨부했다.
번은 '데일리 메일'에 보낸 성명문을 통해 "돈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며 "고객들이 돈을 전부 돌려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행동을 통감하며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번은 사우스게이트와 콜, 호들 외에도 데이비드 베컴과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지난해 별세)의 에이전트도 맡은 적 있는 대형 에이전트다. 지난 1998년부터 베컴과 친분을 쌓은 번은 2003년 베컴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 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이후 2007년에는 베컴이 미국 MLS LA 갤럭시에 합류하는 계약을 성사시키며 능력을 과시했다. 이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며 엔터테인먼트, 요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30년간 종사했던 축구계로부터 낙오될 위기에 처했다.
매체는 "번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1966 엔터테인먼트'는 FA와 상업적인 관계를 오랜 시간 맺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며 "해당 회사는 해리 케인과 조던 헨더슨 등 유명 잉글랜드 현역 선수들의 봉사활동도 도맡고 있다"고 했다.
물론 번이 악의적인 의도로 거액을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데일리 메일'이 공개한 번의 측근 중 한 명은 "판단에 실수가 있었을 뿐, 사기를 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고, 그의 고객 명단에 오른 선수들 중 몇 명은 심지어 그의 상황에 동정을 표하며 공감하고 있다.
FA와 사우스게이트는 해당 이슈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