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노리치 시티)가 현지 팬들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황의조 소속팀 노리치 시티는 지난 26일(한국시간) 자신들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전 팬들이 꼽은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황의조가 선택됐다고 발표했다.
황의조는 이날 잉글랜드 노리치에 위치한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QPR과의 2023/24시즌 챔피언십(2부) 17라운드 맞대결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했다.
황의조는 전반 21분 팀 동료 가브리엘 사라의 로빙 패스를 가벼운 터치로 잡아낸 뒤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결승 골을 터뜨렸다. 그는 득점을 터뜨린 뒤 환호했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쉿' 세레머니를 했다. 동료들은 득점을 기록한 그에게 달려가 축하했다. 그의 리그 2호골이다.
노리치는 이후 실점 없이 QPR의 공격을 막아내 1-0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노리치는 13위(승점 23)를 기록했다. 1승1무7패를 기록하다가 최근 2연승을 올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 후 구단은 SNS를 통해 QPR전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후보로 황의조를 포함해 케니 맥린, 셰인 더피, 잭 스테이시, 그리고 황의조를 후보로 올렸다. 팬들은 노리치 구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투표를 진행했고 황의조가
황의조의 결승골에 바그너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바그너 감독은 황의조의 활약과 적응에 대해 "황의조는 기술이 좋고 훈련 태도, 경기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 아주 아주 좋은 선수다"라며 "그는 한국 대표팀에서 5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다. 모두가 다 알 것이다. 이제 그가 꽤 잘 적응하고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A매치는 항상 힘들다. 시간대가 바뀌고 비행도 하면서 기후도 바뀐다. 그래서 난 황의조를 70분 이후 교체해 줘야 했다. 지쳐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득점해 기쁘다"라고 칭찬했다.
바그너 감독은 이날 경기 전만 해도 황의조가 경찰 조사받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경기엔 내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구단 수뇌부의 판단을 한 번 믿어보겠다는 뜻은 전했다.
바그너 감독은 앞서 QPR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황의조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체를 다 알 정도로 내가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벤 내퍼 단장이 황의조, 그리고 에이전트와 이 상황을 다룰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다. 황의조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결국 마지막엔 내가 그가 나설지 결정할 것이고 지금은 필요한 모든 정보가 없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 6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의조는 지난 6월 자신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A씨로부터 자신과 여성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 동영상이 SNS로 유포된 후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SNS 게시글은 곧바로 삭제됐으나 황의조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 성동경찰서에 사생활 폭로글을 올린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황의조 측은 해당 영상이 지난해 그리스 1부리그 올림피아코스 임대 시절 도난 당한 휴대전화 안에 있었던 것이었으며, 불법적으로 촬영된 영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잠잠했으나 경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지난 17일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재점화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씨가 황의조의 형수인 것으로 드러나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21일 황의조 전 연인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황씨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고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청해왔다"며 "황씨는 잘못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대신 언론을 통해 '전 연인과 합의 하에 촬영했다'는 거짓말을 해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주장하면서 황의조를 고소함에 따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 연인이 피해자임을 주장한 날과 같은 날인 21일 아시아 2차예선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27분 교체로 들어가 논란이 됐다.
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황의조의 출전이 정당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국전 직후,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두 차례에 걸쳐 황의조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거나 아니면 혐의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40년 동안 이제 축구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그때마다 추측성도 있었기에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우리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좋은 선수다. 많은 것을 갖춘 선수라는 말도 하고 싶고, 아시안컵을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데 아시안컵까지 가는 이 준비과정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23명 엔트리 중 한 명으로 뽑아 데려가겠다는 뜻을 못 박은 것이다. 당장 조규성이 원톱 주전으로 나서고 있지만 결승까지 최대 7경기를 치르는 여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황의조가 건강해야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중국전 직후 드러냈다. 황의조 소속사도 촬영이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사례를 들어 주장하고 있다.
이후 노리치 시티 구단이 황의조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알려 시선을 모았는데 일단 경기에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황의조는 소속팀 노리치로 복귀했고, 노리치 시티 구단은 결국 황의조를 투입해 결승골까지 얻었다. 황의조는 후반 19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후 아담 아이다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황의조는 대표팀 일정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지난 6월 발생한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복귀 후 곧바로 시즌 2호골을 터뜨리며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황의조가 소속팀에서 뛰는 것과를 별도로 당장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 발탁하는 것에 대해선 계속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황의조의 노리치 활약상을 들어 큰 문제가 없는 한 아시안컵 엔트리 발탁을 강행할 것으로 여겨져서다.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서 제6조에 저촉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6조엔 '품위 유지' 의무가 명시돼 있다. 각 선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고, 사회적 책임감·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황의조의 지금 상황은 이 조항에 어긋난다는 게 일각의 주장인데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클린스만 감독과 비슷한 논리로 아직 황의조를 징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황의조 전 연인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가대표 즉각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 연인 변호인은 최근 황의조 측이 입장문에서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하고는 "피해 여성의 신원이 노출될까 우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면서 "악의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면 상대 여성과 같이 출석해 대질조사를 받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피해자에 대한 매우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백히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이와 같은 범죄 행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수사기관도 이와 관련해 조처해달라라. 필요하다면 고소장도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황의조 형수 A씨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A씨가 "황씨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촬영물 유포 피해자가 한 명 더 있고 이 피해자는 유포와 관련해 황의조 부탁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대한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서도 "불법 영상은 사생활이 아닌 범죄"라며 "2차 가해에 동조하는 선택과 언동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노리치시티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