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3:27
스포츠

"몸도 안 좋고 마음도 힘들었다"…2023년 떠나보내는 최지훈 '속마음'

기사입력 2023.11.24 16:0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만과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8일,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끝낸 선수들은 하나둘 라커룸으로 들어간 가운데, 한 선수가 훈련 이후 라커룸으로 향하지 않고 더그아웃에 머물렀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외야수 최지훈(SSG 랜더스)이 도쿄돔 1루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있었다.

2020년부터 매년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최지훈은 데뷔 3년 차인 지난해 전 경기 출장과 함께 첫 3할 타율 및 두 자릿수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송구, 포구 능력을 뽐내며 실책을 단 1개만 기록했다.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게 최지훈은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 첫 태극마크의 기쁨을 맛봤다. 주전은 아니었으나 첫 대표팀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SSG 외야진의 한 축을 책임진 최지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올해 개최), APBC까지 모두 출석 도장을 찍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WBC와 달리 아시안게임과 APBC의 경우 최지훈이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21타수 11안타 타율 0.524 1홈런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최지훈이 이번 APBC에서는 15타수 2안타 타율 0.133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팀 상황에 따라서 타순이 조정된 적은 있지만, 류중일 감독은 대회 내내 최지훈에게 기회를 줬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선수 본인이었다.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최지훈은 "(17일 한일전에) 찾아와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리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시안게임 4연패의 주역인 김혜성과 함께 타선을 이끌어가야 했던 최지훈은 "최고참으로서 뭔가 좀 해야 하는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올해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수비에서라도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장면이 하나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결과가 안 나오고 자꾸 안 풀리다 보니까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며 "3월부터 11월까지 쉴 틈 없이 경기를 소화한 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어서 회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최지훈은 "3월 WBC의 경우 몸은 만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경기 감각만 끌어올리면 됐고, 지금은 그때보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고 체력도 떨어진 상태"라며 "지난해에는 80kg대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12kg 정도 빠진 상태다. 항저우를 다녀오고 나서 그때 좀 체중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아서 그게 한 번 빠지면 약 먹어도 잘 안 올라왔다"고 얘기했다.



대회 기간 중 울컥한 순간도 있었다. 최지훈은 "그냥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뭘 못하겠다"라며 "전날(17일) 엘리베이터에서 팬분을 만났는데, '다치지만 않았으면 한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차라리 욕이라도 해주셨으면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듣고 더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대만전까지 예선 3경기 도합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최지훈은 19일 일본과 결승전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이전 경기의 부진을 만회했다. 뜬공으로 잡힌 타구도 담장 근처까지 날아가는 등 타구질도 훨씬 좋아졌다.

일본과 결승전을 마치고 다시 취재진을 만난 최지훈은 "울 힘이 없었다. 슬프긴 했는데, 울음이 나오진 않았다"며 "경기 전에 올해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정말 큰 경기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나왔는데, 좀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들 아까운데 후회는 없는 것 같다. 다들 시원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표정이 밝았고,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WBC 때도 느꼈지만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큰 대회가 다들 처음일 텐데, 주눅 들지 않고 다들 제 실력을 발휘한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최지훈은 2024년을 바라보며 달려가려고 한다. 그는 "결과는 아쉽지만, 자신감을 얻고 끝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올해 내게 많은 일이 있었고,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국제대회를 많이 나간 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일이 많았던 한 해라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잘했다고 해주고 싶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