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인’에서 존재감을 뽐낸 배우 박정연은 자신도 모르게 사인지에 본명이 아닌 ‘종종이’를 적어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종종이’라고 쓴 사실을 몰랐단다.
“사실 (종영 후에) 여운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최선을 다하고 종종이로서 다 쏟아부었다고 생각해서 시원하고 아쉬움은 없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남더라고요. 얼마 전에 종방연 등에서 사인을 해야 할 때 모든 사람에게 ‘종종이’라고 썼어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제 ‘어머 나 계속 종종이라고 썼구나 알았죠." (웃음)
박정연은 MBC 드라마 ‘연인’에서 유길채(안은진 분)의 몸종이자 똑 부러지고 당찬 성격의 종종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1년 가까이 ‘연인’ 촬영에 임한 만큼 마지막 촬영 후 울먹거릴 정도로 종영을 아쉬워했다.
“종종이가 초반에는 철이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재미의 포인트로 봐주시고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계절을 함께한 작품이잖아요. 일상처럼 추위부터 더위, 모든 걸 겪으면서 흘러온 시간이어서 더 아쉬웠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슬펐어요. 종종이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요. 종영이라는 게 낯설고 어색한데 아쉬운 만큼 ‘연인’을 사랑해준 시청자분들이 저에게 위로가 되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종종이는 능군리에서 길채와 어디든 함께하며 평화롭게 살았지만 병자호란이 발발하면서 피난을 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 길채와 고난을 극복한 것도 잠시, 포로 사냥꾼을 피해 도망치다 길채와 생이별하고 청인에게 겁탈을 당할 뻔했다.
박정연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질감 없이 극에 녹아들었다.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고심하고 연구한 덕분이다.
“초반부에는 어리숙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병자호란을 겪고 심양으로 끌려가는 모습들까지 단계적으로 준비했어요. 병자호란 때는 혼돈의 시기였잖아요. 철이 없는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심양에서는 길채를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병자호란 때, 그리고 병자호란이라는 두려움을 겪고 난 이후 포로로 끌려갔을 때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종종이가 심양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마음일까 위주로 신경을 썼어요.”
거의 모든 장면에서 함께한 안은진과의 호흡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너무 좋았어요. 그림을 만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준비해 온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주고받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대화도 하고 금방 친해졌어요. 포로 시장에서 도망치다 돌아오는 장면에서 길채가 맞고 쓰러지고 종종이가 ‘마님’ 하다가 끌려가는데 ‘나 여기서 언니 손잡을 거 같다’ 했거든요. 손을 잡다 보니 또 서로 안 놓겠다고 손가락까지 꽉 쥐게 되는 거예요. 촬영하다 보니 연기를 하는 기분이 아니라 종종이로 몰입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장현의 심복이자 의형제 구잠(박강섭)과의 로맨스 케미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구잠 덕분에 겁탈 위기를 모면한 종종이는 폭우 속에 구잠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입을 맞췄다.
“구잠과 종종이 커플은 귀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잠에게는 괜히 더 틱틱대고 어린 모습을 보이려고 한 것 같아요. 구잠 선배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장난도 걸어주셔서 촬영할 때도 불편함이나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했어요. 몰입해서 뽀뽀했는데 스태프분들이 웃으면서 더 부끄러워하시더라고요. 너무 좋아하셨어요.” (웃음)
말미 이장현(남궁민)이 기억을 되찾아 자신을 찾아낸 유길채와 재회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종종이 역시 구잠과 혼인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박정연은 “결말에 100% 만족한다”라며 흐뭇해했다.
“종종이는 구잠과 서로 좋아하지만 만났다 헤어짐이 반복됐잖아요. 종종이의 행복한 앞날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길채의 해피엔딩도 좋았어요. 길채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봐왔잖아요. 항상 촬영하고 대본을 읽으면서도 길채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마음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종종이로서 길채의 결말이 행복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