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첫 성인 대표팀 승선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내야수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부상과 함께 국제대회를 마감했다.
KIA 구단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을 입었던 김도영이 귀국 직후인 20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CT 및 MRI 검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진 결과 왼쪽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며 "김도영은 2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인대 봉합술을 받을 예정이며, 재활 기간은 약 4개월 소요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4시즌이 3월 23일에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개막전 엔트리 승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앞서 김도영은 19일 일본과의 APBC 결승전에 2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승부치기 방식으로 진행된 10회초 무사 1·2루에서 첫 타자로 나와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물러났다.
초구와 2구 모두 번트를 시도하려고 하다가 작전 수행을 하지 못한 김도영은 병살타를 막기 위해 1루 쪽으로 몸을 날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1루심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김도영보다 공이 먼저 1루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 벤치가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끝내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슬라이딩 이후 김도영이 손가락 쪽에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까지 그라운드에 나와 김도영의 몸 상태를 살폈다.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고 있던 중에도 김도영은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더 이상 수비를 소화하는 게 어려웠던 김도영은 10회말 수비에 앞서 교체됐고, 대표팀의 내야 구성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노시환이 3루로 이동하면서 나승엽이 1루수로 교체 투입됐다.
김도영은 이번 대회에서 4경기에 출전, 15타수 3안타 타율 0.200 1타점을 기록했다. 성적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었지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도영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3경기, 84경기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성적은 224타수 53안타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올해 성적은 340타수 103안타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년 차가 된 올 시즌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김도영은 SSG 랜더스와의 개막 2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왼쪽 중족골 골절 소견으로 두 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예상치 못한 부상 때문에 6월 중순까지 1군에서 경기에 나설 수 없었지만, 회복에 집중한 김도영은 부상을 훌훌 털어내고 돌아와 경기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김도영은 APBC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고, 주전 3루수를 꿰찼다. 문보경(LG 트윈스) 등 몇몇 선수가 없는 상황 속에서 엔트리를 꾸려야 했던 대표팀은 3루수 김도영-1루수 노시환에게 내야 코너 수비를 맡겼다.
대표팀 소집 훈련 당시 김도영의 이름을 언급했던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김도영이 프로 2년 차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노시환 다음으로 타구를 멀리 보내는 타자다. 공을 잡는 거나 던지는 모습, 또 치는 걸 보면 매우 기대된다"며 "지금 (김)도영이의 나이가 대학교 2학년이지 않나. 나같은 경우 (현역 때)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왔는데, (김도영이) 나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선수 같다"고 치켜세웠다.
또 "프로에 들어올 때 '제 2의 이종범'이라고 할 정도로 기대되는 선수였는데, 송구 능력이 좋으니까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될 것"이라며 "문동주(한화)도 그렇고 젊은 선수들이 향후 5~7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령탑의 신뢰를 한몸에 받은 김도영은 팀 및 개인 성적을 떠나서 잊을 수 없는 첫 성인 대표팀을 경험하고 돌아왔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으면서 당분간 회복에 집중하게 됐다. 2024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소속팀 KIA로서도 김도영의 이탈이 아쉽기만 하다.
한편 야구 대표팀은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APBC 2023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첫날 호주에 3-2로 진땀승을 거둔 대표팀은 이튿날 일본에 1-2로 패배했고, 18일 대만전 6-1 승리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결승에서 만난 일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나 3-4로 패배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20일 귀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이 대회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 향상, 경험을 위해 만든 것이다. 금메달을 땄다면 좋았겠지만, 일본전 2경기를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은 소득"이라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류 감독은 "(APBC 결승에선) 한일전이라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 선발투수, 타자, 마무리투수 등과 기량 면에서 차이가 컸다.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했고 잘한 부분도 있다. 일본과 상대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또 류중일 감독은 "훈련 방법이 중요하다. 어떻게 훈련해야 볼 끝이 좋아지는지 등을 배워야 한다. 이번 대회 2경기에선 일본과 대등하게 경기했지만 아직 우린 기본기가 많이 떨어진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도영 2022~2023년 KBO 정규시즌 주요 성적
-2022년: 103경기 224타수 53안타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13도루 0.674
-2023년: 84경기 340타수 103안타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5도루 OPS 0.824
◆김도영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경기별 성적
-16일(vs 호주, 예선 1차전): 4타수 1안타 2득점
-17일(vs 일본, 예선 2차전): 4타수 1안타 3삼진
-18일(vs 대만, 예선 3차전):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1삼진
-19일(vs 일본, 결승): 4타수 무안타 2삼진
-대회 최종 성적: 15타수 3안타 타율 0.200 1타점 2득점
사진=연합뉴스, KB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