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사상 첫 17세 이하(U-17 월드컵) 4강을 노크했던 한국 축구의 꿈이 조별리그에서 허망하게 끝났다.
변성환호가 조별리그 3전 전패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17세 이하) 월드컵을 마감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18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부르키나파소에 1-2로 졌다.
앞선 두 경기에서 진 한국은 이로써 3전 전패로 조 최하위에 그치며 대회를 마쳤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것은 2007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해 승점 1도 따내지 못하고 대회를 마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7년 당시 대회를 개최했던 한국은 페루와 코스타리카에 패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토고를 이겼으나 각 조 3위 중 가장 성적이 나빠 탈락했다. 이후 한국은 손흥민이 맹활약한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선 8강, 이승우, 김진야, 윤종규 등이 손발을 맞춘 2015년 칠레 대회에선 16강에 오른 뒤 정상빈, 엄지성, 이태석 등이 활약한 2019년 브라질 대회에선 아이티, 칠레, 앙골라 등을 누르며 8강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1년 대회가 취소된 상태에서 4년 만에 출전했던 U-17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 쓴맛을 봤다.
변성환호는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공격 축구를 펼쳐 역대 최고인 8강 너머의 성적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수비 불안과 골대 불운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과 1차전에서는 2차례 골대를 맞춘 끝에 1-3으로 졌고,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는 후반전 상대를 압도했으나 1차례 골대를 강타하고서 0-1로 패했다.
미국전에선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전반 35분 김명준의 득점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후반전에 미국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후반 4분 크루스 메디나와 후반 28분 베르키마스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2차례 골대 불운과 후반전 크게 떨어진 경기력에 발목을 잡혔다.
프랑스와 2차전에서도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전반 2분 만에 마티스 아무구가 중거리 슛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선제 실점 이후 만회를 위해 계속해서 프랑스를 몰아 붙였다. 후반 13분에는 진태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더욱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후반 막판까지 경기를 뒤집지 못한 한국은 결국 조별리그 첫 두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했다.
다만 한국과 함께 부르키나 파소도 2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고 골득실에선 한국이 앞서 조별리그 최종전 앞두고 E조 3위를 유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부르키나 파소전 패배로 E조 3위도 유지하지 못했다.
E조 1위에는 이날 미국에 3-0 완승을 거둬 3전 전승(승점 9)을 기록한 프랑스가 올랐다. 미국이 2승 1패(승점 6)로 2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부르키나 파소전에서 1~2차전과 마찬가지로 김명준(포항)이 최전방에 섰고, 양민혁(강원)과 윤도영(대전)이 좌우 공격을 맡았다.
진태호(전북)와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차제훈(중경고)이 중원을 책임졌고, 왼쪽부터 이수로(전북), 김유건(서울), 강민우(울산), 이창우(보인고)가 포백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수비진의 경우 변화가 없었던 1, 2차전과 비교해 강민우를 제외한 3명의 선수가 바뀌었다. 골키퍼 장갑은 그대로 홍성민(포항)이 꼈다.
사실 한국은 부르키나파소와 경기 전에 이미 16강 진출이 불발됐다. 이날 앞서 열린 F조 경기 결과 승점 4(1승 1무 1패)의 베네수엘라가 3위 팀 간 순위에서 4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F조 최종전 앞두고 1무 1패를 기록하던 멕시코와 2전 전패에 그친 뉴질랜드가 서로 비기고, 이어지는 부르키나 파소와의 경기를 이기면 16강에 막차로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뉴질랜드를 4-0으로 대파하며 F조 3위를 넘어 2위로 올라섰다. 멕시코는 초반 뉴질랜드의 체격을 앞세운 플레이에 고전하는 듯 했다. 뉴질랜드는 전반 초반 스트라이커 루크 수픽이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으나 멕시코 수비수가 이를 골라인 앞에서 걷어내 땅을 쳤다.
이후 전열을 정비한 멕시코는 전반 42분 피델 바라하스가 아크 왼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꽂아넣어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엔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후반 2분 만에 아드리안 페르난데스 데 라라가 상대 역습을 빼앗아 만든 찬스에서 골을 넣어 2-0으로 달아난 멕시코는 후반 7분과 후반 22분 스테파노 카리요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4-0을 만들고 16강행에 쐐기를 박았다.
뉴질랜드가 멕시코를 이기거나 비기기만을 기다렸던 변성환호 바람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탈락이 확정된 탓인지 발이 다소 무거워 보인 한국 선수들은 공을 소유하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전 공 점유율에서는 64%대 20%(경합 16%)로 앞섰으나 슈팅 수에서 1-7, 유효 슈팅 수에서 0-3으로 밀렸다. 공을 잡으면 빠르고 매섭게 한국 진영을 몰아치던 부르키나파소가 전반 24분 잭 디아라의 골로 먼저 앞서나갔다.
디아라는 역습 상황에서 발데 바의 전진 패스를 골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한국 골대를 갈랐다. 변성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창우와 차제훈을 불러들이고 배성호(대전), 황은총(신평고)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변화를 줬는데, 이게 통했다.
후반 4분 배성호의 패스를 받은 김명준이 수비수를 등지고 왼쪽으로 돌면서 오른발 터닝슛을 날린 것이 골키퍼 손을 맞고 골대로 향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변성환호는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역전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결국 결승골은 부르키나파소의 차지였다. 후반 41분 아부다카르 카마라가 술레이마니 알리오의 전진 패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마무리해 결승골을 뽑았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대각선 크로스를 김명준이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한 것이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빗나간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 3전 전패를 기록하면서 본선에 참가한 아시아 5개국 중에서도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과 우즈베스키스탄, 이란이 나란히 각 조 3위를 기록한 뒤 16강 토너먼트 티켓을 거머쥐었고, 개최국 인도네시아도 비록 탈락했으나 2무 1패 성적을 올렸다.
◆ 2023 FIFA U-17 월드컵 16강 진출팀
A조 : 모로코(2승1패), 에콰도르(1승2무)
B조 : 스페인(2승1무), 말리(2승1패), 우즈베키스탄(1승1무1패)
C조 : 잉글랜드, 브라질, 이란(이상 2승1패)
D조 : 아르헨티나, 세네갈, 일본(이상 2승1패)
E조 : 프랑스(3승) 미국(2승1패)
F조 : 독일(3승), 멕시코, 베네수엘라(이상 1승1무1패)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