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렸던 한국 축구가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특히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기 직전 16강 진출이 좌절돼 어린 태극전사들의 마음이 무겁게 됐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 잘락 하루팟 경기장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최종전) 부르키나 파소전을 치른다.
하지만 부르키나 파소전 직전 상위 16팀이 모두 가려지면서 한국은 최종전을 친선 경기처럼 치르는 상황을 맞았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의 1차전에서 1-2로 패했고 프랑스와 2차전에선 0-1로 졌다. 한국은 미국전에선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전반 35분 김명준의 득점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후반전에 미국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후반 4분 크루스 메디나와 후반 28분 베르키마스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2차례 골대 불운과 후반전 크게 떨어진 경기력에 발목을 잡혔다.
프랑스와 2차전에서도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전반 2분 만에 마티스 아무구가 중거리 슛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선제 실점 이후 만회를 위해 계속해서 프랑스를 몰아 붙였다. 후반 13분에는 진태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더욱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후반 막판까지 경기를 뒤집지 못한 한국은 결국 조별리그 첫 두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했다.
다만 한국과 함께 부르키나 파소도 2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고 골득실에선 한국이 앞서 조별리그 최종전 앞두고 E조 3위를 유지한 상태였다.
이번 대회는 24개팀이 4개팀씩 총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2위 12개팀, 그리고 각 조 3위 6개팀 중 상위 4개팀이 16강에 올라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다툰다.
프랑스와 미국이 나란히 2연승으로 승점 6을 기록함에 따라 E조 1위 혹은 2위를 통한 16강행이 무산된 한국은 E조 3위를 차지한 뒤 다른 조 3위와 비교를 통해 16강에 갈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일단 지난 17일까지 C조 이란과 D조 일본(이상 승점 6), B조 우즈베키스탄(승점 4) 등 아시아 3국이 각 조 3위 6개팀 중 최소 4위를 확보, 16강 티켓을 거머쥔 상태였다.
16강 티켓이 단 한 장 남은 셈이었는데 F조 멕시코가 뉴질랜드를 누르면서 변성환호의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다.
F조 1~2차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 중이던 멕시코는 한국-부르키나 파소 맞대결 장소인 잘락 하루팟 경기장에서 먼저 F조 3차전 뉴질랜드전을 벌였다. 결과는 4-0 대승이었다. 1승 1무 1패로 승점 4가 된 멕시코는 같은 시간 독일에 0-3으로 패한 베네수엘라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F조 2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가 F조 3위로 내려왔는데 1승 1무 1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한국이 부르키나 파소를 눌러 1승 2패가 되더라도 베네수엘라보다 뒤져 16강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놓치는 게 확정됐다.
각 조 3위 6개국 중 16강 티켓을 놓친 다른 한 팀은 A조에 있는 개최국 인도네시아(2무 1패)다.
멕시코는 전반 중반까지 뉴질랜드에 오히려 밀리면서 한국에 16강 희망을 주는 듯 했다. 이날 경기는 18일 오후 6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폭우가 쏟아지면서 미뤄졌다.
그러면서 뉴질랜드의 체격을 앞세운 플레이에 고전하는 듯 했다. 뉴질랜드는 전반 초반 스트라이커 루크 수픽이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으나 멕시코 수비수가 이를 골라인 앞에서 걷어내 땅을 쳤다.
이후 전열을 정비한 멕시코는 전반 42분 피델 바라하스가 아크 왼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꽂아넣어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엔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후반 2분 만에 아드리안 페르난데스 데 라라가 상대 역습을 빼앗아 만든 찬스에서 골을 넣어 2-0으로 달아난 멕시코는 후반 7분과 후반 22분 스테파노 카리요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4-0을 만들고 16강행에 쐐기를 박았다.
뉴질랜드가 멕시코를 이기거나 비기기만을 기다렸던 변성환호 바람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이 U-17 월드컵 본선에 오른 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기는 지난 2007년 개최국 자격으로 나섰던 한국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당시 페루와 코스타리카에 패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토고를 이겼으나 각 조 3위 중 가장 성적이 나빠 탈락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대회랑 거의 비슷하다.
이후 한국은 손흥민이 맹활약한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선 8강, 이승우, 김진야, 윤종규 등이 손발을 맞춘 2015년 칠레 대회에선 16강에 오른 뒤 정상빈, 엄지성, 이태석 등이 활약한 2019년 브라질 대회에선 아이티, 칠레, 앙골라 등을 누르며 8강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1년 대회가 취소된 상태에서 4년 만에 출전했던 U-17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 쓴맛을 봤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이제 이번 대회 첫 승을 통한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에 도전한다. 부르키나 파소전에서 승리를 거둬 E조 최하위를 면하는 게 당면 목표가 됐다.
한국은 지난 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4강에 올라 미래를 환하게 밝혔으나 U-17 월드컵에선 개인 기량에서의 현격한 차이와 코칭스태프의 무색무취 용병술이 어우러져 3경기만 하고 귀국하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3연패로 귀국할 순 없다. U-17 대표팀은 부르키나 파소전에 골키퍼 홍성민(포항)을 골문 앞에 세운다. 이수로(전북), 이창우(보인고), 강민우(울산), 차제훈(중경고), 윤도영(대전), 백인우(용인축구센터), 김명준(포항), 진태호(전북), 양민혁(강원), 김유건(서울) 등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선발 출전한다.
변 감독은 앞서 프랑스전 석패 뒤 "전반에 우리 선수들이 이른 실점을 하고서 너무 경직됐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많이 나와서 힘든 경기를 했다. 다행히 후반에는 실수를 줄이고 우리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강팀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적인) 우리 스타일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또 "경기가 끝나고 프랑스 감독이 우리가 정말 좋은 팀이라며 남은 경기에서 기회가 있으니 꼭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뒷얘기를 전하면서 "내 생각도 같다. 부르키나 파소전에서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16강 기회는 사라진 만큼 부르키나 파소전에서 앞서 두 번이나 고개 숙인 어린 선수들이 미소지을 수 있게 하는 벤치의 용병술이 필요하게 됐다.
◆ 2023 FIFA U-17 월드컵 16강 진출팀
A조 : 모로코(2승1패), 에콰도르(1승2무)
B조 : 스페인(2승1무), 말리(2승1패), 우즈베키스탄(1승1무1패)
C조 : 잉글랜드, 브라질, 이란(이상 2승1패)
D조 : 아르헨티나, 세네갈, 일본(이상 2승 1패)
E조 : 프랑스, 미국(이상 2승·최종전 진행 중)
F조 : 독일(3승), 멕시코, 베네수엘라(이상 1승1무1패)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