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자신들의 뒤를 바짝 쫓아오던 GS칼텍스를 제압하고 '절대 1강'의 지위를 유지했다.
흥국생명은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3 25-22 25-18)으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8승 1패,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2위 GS칼텍스(6승 3패, 승점 17)와 3위 현대건설(5승 4패, 승점 17)와 격차를 승점 6점으로 벌렸다. 2라운드 운영과 1위 수성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연승 숫자도 '5'로 늘렸다. 지난달 31일 GS칼텍스(3-0), 지난 4일과 8일 IBK기업은행(3-1), 12일 현대건설(3-2)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5연승을 질주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옐레나 쌍포의 위력이 빛났다. 옐레나가 팀 내 최다 18득점, 김연경 14득점으로 두 사람이 32득점을 합작해 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미들 블로커 이주아는 블로킹 5개 포함 8득점으로 GS칼텍스의 공격을 수차례 저지하고 경기 흐름을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다줬다. 레이나도 8득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반면 GS칼텍스는 지난 14일 정관장을 셧아웃으로 제압했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팽팽하게 맞선 승부처 때마다 해결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실바가 양 팀 최다 21득점, 강소휘 1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의 아쉬움 속에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선발 라인업
- GS칼텍스: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미들 블로커 오세연-아포짓 스파이커 실바-세터 김지원-미들 블로커 한수지-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리베로 한다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우리 팀은 아직 세트마다 경기력에서 기복이 있다"며 "팀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간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오프시즌 FA(자유계약)로 영입한 베테랑 미들 블로커 정대영의 대해서는 무리하게 풀타임을 뛰게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오세연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과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출전 시간을 가져가게 할 방침이다.
차상현 감독은 "정대영은 아직까지는 길게 보면서 기용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정대영에게 원하는 역할이 있고 선수가 컨디션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다"며 "오세연이 최근 블로킹 손모양과 높이가 괜찮다. 정대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건 무리라는 판단 속에 내 나름대로 적절하게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오세연은 더 성장하는 데 분명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올 시즌 이렇게 한 번씩 들어가서 코트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이 승점 차를 없애고 턱밑까지 추격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차상현 감독은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라고 웃은 뒤 "개막 후 한두 번은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선수들이 너무 잘 버텨주고 있다. 현재 순위, 승점만으로도 선수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미들 블로커 김수지-아포짓 스파이커 김미연-세터 이원정-미들 블로커 이주아-아웃사이드 히터 옐레나-리베로 도수빈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5연승과 선두 수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날 경기가 2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를 벌려놓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GS칼텍스전에 앞서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오늘 경기가 매우 중요한 경기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 "시즌은 길기 때문에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은 잘하는 팀들이고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며 "오늘 GS칼텍스를 이기면 우리가 승점 6점 차로 도망갈 수 있다. 매우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믿는 구석은 최근 팀 공격력이다. 지난 12일 현대건설전에서 무려 5명의 선수가 10득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과 30득점을 책임졌고 옐레나가 17득점, 레이나 12득점, 이주아 12득점, 김미연 11득점으로 이상적인 분배가 이뤄졌다.
아본단자 감독은 "앞선 현대건설전에서 우리 팀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긍정적이었다"며 "(공격 때) 볼 분배가 균형 있게 이뤄지면 상대팀이 더 위협적으로 느낀다"고 강조했다.
▲1세트부터 접전, 선두의 힘 보여준 흥국생명의 짜릿한 뒤집기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1세트 7득점, 공격 점유율 44.12%, 공격 성공률 46.67%로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김수지가 블로킹 2개 포함 3득점, 이주아, 김연경, 김미연, 레이나가 2득점을 보탰다.
1세트는 접전이었다. GS칼텍스는 20-21에서 실바의 오픈 성공, 유서연의 오픈 성공으로 역전한 뒤 흥국생명 옐레나의 오픈 터치넷 범실로 한 점을 더 보태 23-21로 앞서가며 1세트를 챙길 듯 보였다.
하지만 선두 흥국생명의 저력은 무서웠다. 길고 긴 랠리 끝에 GS칼텍스의 범실을 유도해 한 점을 만회했고 곧바로 김연경의 오픈 성공으로 23-23으로 균형을 맞췄다.
흥국생명은 이어 이주아가 GS칼텍스 주포 실바의 시간차 공격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하면서 24-23으로 게임을 뒤집었다. 세트 포인트 상황에서는 김미연이 유서연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막고 1세트 승리를 흥국생명에 안겼다.
GS칼텍스는 실바가 10득점, 공격 점유율 51.16%, 공격 성공률 45.45%로 분전하고 강소휘와 유서연이 3득점씩 올리며 지원 사격했지만 승부처 집중력에서 흥국생명에 밀렸다.
▲2세트까지 삼킨 흥국생명, 화력 싸움에서 GS칼텍스 눌렀다
흥국생명은 2세트 김연경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연경은 2세트 팀 내 최다 6득점, 공격 성공률 40%로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이주아가 블로킹 4개 포함 4득점, 옐레나 4득점으로 활약하면서 화력 싸움에서 GS칼텍스를 앞섰다.
2세트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전 속에서 흥국생명이 웃었다. 승부처 주 공격수들의 클러치 능력에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흥국생명은 19-19로 맞선 2세트 중반 김연경이 퀵오픈 성공에 이어 GS칼텍스 실바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이원정까지 권민지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연속으로 저지해 순식간에 23-19로 달아났다.
흥국생명은 이 리드를 지켜냈다. 23-21로 쫓기기도 했지만 이주아가 유서연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막고 24-21 세트 포인트 상황을 만들었다. 25-22로 2세트를 챙기면서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GS칼텍스는 실바가 7득점, 강소휘, 한수지, 오세연이 3득점으로 분전했지만 1세트와 마찬가지로 2세트 후반 승부처에서 득점에 어려움을 겪으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3세트는 '김연경 타임' 흥국생명, 셧아웃 완승으로 승부에 마침표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도 무서운 집념을 보여줬다. 10-12로 뒤진 3세트 중반 김연경의 퀵오픈 성공, 옐레나의 백어택 성공, 레이나의 시간차 성공, 김연경의 오픈 성공으로 2점의 열세를 뒤집었다. 14-13에서는 김연경의 퀵오픈 성공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15-14에서는 옐레나의 오픈 성공, 김미연의 블로킹으로 17-14로 도망가면서 GS칼텍스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흥국생명은 이후 3점 이상의 격차를 꾸준히 유지한 끝에 GS칼텍스를 제압하고 승부를 3세트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