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세터 김다인이 자신을 괴롭혔던 성장통을 씩씩하게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다. 비시즌 국가대표팀에서의 아픔, 시즌 초반 난조에 대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한 뼘 더 성장했다.
현대건설은 1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8 25-13 25-22)으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을 꺾고 시즌 5승 4패, 승점 17점을 기록하며 1경기를 덜 치른 2위 GS칼텍스(6승 2패, 승점 17)에 세트 득실률에서 뒤진 3위에 올랐다. 1위 흥국생명(7승 1패, 승점 20)의 뒤를 바짝 뒤쫓으며 여자부 2라운드 순위 다툼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현대건설은 이날 주포 모마가 양 팀 최다 21득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블로퀸' 양효진도 13득점으로 좋은 컨디션을 과시한 가운데 정지윤 10득점, 위파위 9득점, 이다현 8득점까지 주축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면서 쉽게 점수를 쌓아갔다. 화력 싸움에서 IBK기업은행을 압도하고 완승을 따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 후 "세터 김다인이 오늘 분배를 잘 가져갔다"며 "3세트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지만 가운데 미들 블로커들과 양쪽 사이드 공격수들을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개막 후 1라운드 6경기에서 3승 3패로 나쁘지는 않지만 만족하기는 어려운 성적표를 받았다. 강성형 감독이 2021-2022 시즌 부임한 이후 매년 시즌 초반부터 연승을 내달리며 치고 나갔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비시즌 베테랑 황민경의 FA(자유계약) 이적, 고예림의 무릎 수술 후 재활, 정지윤의 국가대표 소집 기간 부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100%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주전 세터로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김다인까지 흔들렸다. 김다인은 2022-2023 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팀 소집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강행군을 치렀다.
문제는 국가대표팀의 성적이었다.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이끈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시아 선수권에서 6위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도 졸전 끝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베트남에게 덜미를 잡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부진 속에 주전 세터였던 김다인도 마음고생이 컸다. 강성형 감독을 비롯한 팀 동료들에게 느껴질 정도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김다인도 "아시아 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내가 주전 세터였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는데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 안에서 뭔가 해내고 싶었다"며 "멘탈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씩 내 능력을 키우려고 한다"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돌아봤다.
강성형 감독은 일단 김다인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심신을 추스를 수 있도록 했다. 김다인도 이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마음을 굳게 먹었고 조금씩 자신의 경기력을 찾아가고 있다.
김다인은 "올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1라운드 때는 부담감이 많았다"며 "검증된 외국인 선수 모마가 왔는데 내가 (공을) 못 맞춰줬다고 생각했다. 1라운드 내내 공격수들에게 맞춰주려고 하다 보니까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강성형 감독님과 면담도 했고 우리 팀 공격수들을 믿으려고 했던 게 조금은 전환점이 됐다"며 "정관장전(11월 9일)부터 공격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공을 주려고 노력했고 우리가 서로 원팀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형 감독의 배려 속에 하루 휴식을 취한 부분은 김다인에게 큰 힘이 됐다. 외려 "쉬니까 빨리 훈련하고 싶었다"고 웃으면서 씩씩하게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김다인은 "감독님이 쉬라고 했던 그 하루가 내게는 소중했다. 마인드도 조금 바꿀 수 있었다"며 "사실 그날 마냥 쉬었던 건 아니다. 숙소 웨이트장에서 보강 훈련을 했다. 볼 운동만 안 했을 뿐이지 어디 밖에 나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