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누구보다 잘했다. 박수받아도 된다.
우완투수 손동현은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다. KT 위즈 중간계투진 중 가장 빛났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2023시즌을 끝마쳤다. 그는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더 많이 생각난다. 내가 조금 더 잘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소회를 전했다.
KT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진출했다. NC 다이노스에 2연패 한 뒤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이뤘다.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손동현은 5경기에 모두 출전해 7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자랑했다. 1승 1홀드를 챙겼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서는 5경기 중 4경기에 나섰다. 1차전까지 평균자책점 0을 유지했으나 2, 3차전서 각각 1실점을 떠안았다. 5차전서 다시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3⅔이닝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KT가 치른 10경기 중 9경기에 출격했다.
손동현은 "너무 행복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랬다면 팀이 보다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싶다"며 "LG가 우승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올겨울 준비 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차전 종료 후 선배님들이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하늘에서 결과를 이렇게 정해준 것이다. 시즌 초반 10위부터 지금까지 너무 고생했고 잘했다'고 하셨다. 나도 동감했다"고 덧붙였다.
호투의 공은 모두 선배들에게 돌렸다. 먼저 선발투수 고영표와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언급했다. 손동현은 "단기간에 갑자기 공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정규시즌을 치르며 (고)영표 형, (김)재윤이 형이 무척 큰 역할을 해줬다"며 "승부처에 등판해 못 던진 날에는 형들이 경기 후 방으로 나를 불렀다. 치킨 한 마리 사주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형들이 선배로서 잘 이끌어 준 덕분에 나도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군에서 이제 3시즌째(2019·2020·2023)고 가을야구는 처음이었다. 형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겐 무척 컸다.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주전 포수 장성우도 빼놓을 수 없다. 손동현은 "정규시즌 땐 포크볼을 많이 구사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당시 (장)성우 형이 공을 받아보더니 포크볼이 좋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 주셨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패스트볼 다음으로 포크볼 사인이 많이 나왔다"며 "나는 경험이 없는 투수라 형이 포수로 앉아 있는 게 정말 든든했다. 심적으로 편안했다. 형 사인은 다 믿고 던질 수 있을 만큼 신뢰가 두터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사우나에서 중견수 배정대와 마주치기도 했다. 손동현은 "형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귀띔했다.
생애 첫 가을야구라 설렘이 컸다. 떨리는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대담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귀중한 경험이었다. 손동현은 "야구장에 팬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둘러봤다. '와, 내가 이 무대에 섰구나'라는 게 실감 났다"며 "원하던 무대에 오르게 됐다. 나는 정말 행복한 야구선수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2024시즌의 손동현을 향한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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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