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T 위즈 외야수 배정대가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 드라마의 좋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다. 팀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위기에 몰렸지만 부담감을 버리고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다.
KT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KT 1승 3패) 5차전에서 LG 트윈스와 격돌한다.
KT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려 있는 가운데 5차전에서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경수(2루수)-정준영(우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고영표가 마운드에 오른다.
KT는 리드오프로 나서는 배정대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배정대는 한국시리즈 1~4차전에 모두 선발출전해 타율 0.455(11타수 5안타) 2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4차전 2타수 무안타를 제외하면 매 경기 날카로운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냈다.
KT는 정규시즌 개막 후 주전 선수들의 연쇄 부상 여파로 5월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6월부터 조금씩 반등에 성공한 끝에 최종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드라마를 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NC 다이노스에 1~2차전을 패하면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3~5차전을 내리 따내면서 KBO 플레이오프 역사상 3번째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KT는 정규시즌 1위 LG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기세를 이어갔다. 지난 7일 1차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체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LG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KT는 8일 2차전 8회말 4-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LG 박동원에게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4-5로 무릎을 꿇었다.
10일 3차전도 아쉬웠다. 4-5로 뒤진 8회말 황재균의 1타점 2루타, 박병호의 2점 홈런을 앞세워 7-5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9회초 마무리 김재윤이 고개를 숙였다. 2사 1·2루에서 오지화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았다. 9회말 반격에 나섰지만 1사 만루에서 김상수가 병살타를 치면서 LG에 승리를 넘겨줬다.
KT는 이후 11일 4차전까지 마운드 붕괴 속에 4-15로 완패를 당했다. 이날 5차전까지 LG에 패한다면 마법사 군단의 2023 시즌 여정은 여기서 멈추게 된다.
배정대는 일단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 중이다. 5차전 훈련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게임에 임하려고 한다"며 "그때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하자고 했다. 10위부터 2위까지 올라온 것도 정말 잘한 거라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같은 마음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우승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다른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우승은 뭔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며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5차전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배정대는 그러면서 LG 리드오프 홍창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뒷얘기를 전해줬다. 홍창기가 한국시리즈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배정대에게 조언을 구했고 배정대의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배정대는 "(홍) 창기 형이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나고 나서 어떻게 하면 잘 치냐고 내게 물어보더라.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고 웃은 뒤 "나는 올해 2할7푼을 쳤고 창기 형은 3할3푼을 친 타자인데 잘 치는 방법을 내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장난 같았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나는 창기 형에게 편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편한 느낌으로 뛰라고 했다"며 "창기 형이 워낙 잘 치는 타자인데 가을야구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경험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타격감이 딱 2차전에 터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홍창기는 배정대의 조언을 들은 뒤 침묵을 깼다. 지난 10일 3차전 4타수 3안타 1볼넷 , 11일 4차전 5타수 2안타 1볼넷으로 KBO 최고 출루머신의 면모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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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