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LG 트윈스 좌완투수 김윤식이 기대 이상의 투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KT 위즈를 15-4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1패 뒤 3연승으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선 LG는 남은 시리즈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1990년, 1994년 이후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누가 뭐래도 이날 승리의 주역은 선발투수 김윤식이었다. 김윤식은 5⅔이닝 3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따냈다. 또한 4차전 데일리 MVP까지 수상하면서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김윤식은 경기 초반부터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1회말 배정대-김상수-황재균을 모두 땅볼 처리한 데 이어 2회말 박병호-장성우-문상철도 삼자범퇴로 잡아냈다. 3회말 앤서니 알포드-오윤석-조용호까지 9타자 연속 범타 행진으로 KT 타선을 봉쇄했다. KT 선발 엄상백이 1회초부터 김현수에 투런포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윤식은 첫 출루 허용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투구를 이어갔다. 4회말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볼넷과 도루를 내준 뒤 김상수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고, 황재균의 우익수 뜬공과 박병호의 삼진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윤식의 호투로 2점 차의 간격을 유지한 LG는 5회초 홍창기의 1타점 적시타로 3-0까지 달아났고, 탄력을 받은 김윤식은 5회말 1사 1루에서 장준영과 오윤석의 땅볼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문보경의 투런포로 팀이 5-0으로 앞선 6회말, 김윤식은 2사에서 김상수의 2루타와 황재균의 안타로 첫 실점을 허용했다. 이미 준비를 마친 LG 벤치에서는 백승현이 마운드로 향했다. 비록 김윤식은 6이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으나 원정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염경엽 LG 감독도 "오늘 (김)윤식이가 생각보다 훨씬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직구,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선발로서 제 역할 해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4차전은)선발이 길게 던져줘야 하는 경기였다. 오늘 경기까지 불펜을 소모했다면 남은 경기에서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었는데, 윤식이가 긴 이닝을 끌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윤식은 "오늘 이기는 데 한몫한 것 같아서 너무 좋고, 앞에서 (김)현수 형이 홈런을 쳐줘서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김현수는 "(김)윤식이가 한몫했다고 하는데, 10명 이상의 몫을 한 것 같다"고 웃었다.
2020년 프로 데뷔 이후 포스트시즌 등판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특히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허리 통증 속에서도 5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는데,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올핸 김윤식도, LG도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경험이 쌓이면서 여유가 생긴 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김윤식의 이야기다. 그는 "신인 때부터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다 보니까 덜 긴장되는 것 같다"며 "지난해 호투를 펼친 덕분에 이번 시리즈를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6이닝을 다 채우지 못한 것이 아쉽진 않았을까. 김윤식은 "초반에 던질 때부터 2이닝을 던지든 3이닝을 던지든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했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려고 했다"며 "깔끔하게 6이닝을 막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래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내려왔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LG는 2~3차전 모두 구원승으로 승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선발승을 거둔 건 4차전 김윤식이 처음이다. 무려 21년 만의 일이다. 2002년 당시 3살이었던 김윤식은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데, 그래도 오래됐다는 것만 알고 있다"며 미소를 지은 뒤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