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몸 풀고 SV 해피엔딩' LG 이정용 "궂은 일은 내가 하자 마음 먹고 있었다" [KS3]

(엑스포츠뉴스 수원, 조은혜 기자) LG 트윈스 이정용의 올 시즌은 다이내믹했다. 시즌 초반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마무리도 맡았다가, 다시 중간으로 돌아왔다 프로에 들어와 처음 선발 전환이라는 큰 도전을 했다. 그 도전은 성공이었고, 분명 LG의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LG 트윈스 이정용의 올 시즌은 여전히 다이내믹하다. 염경엽 감독은 여러 보직을 경험한 이정용을 한국시리즈 '만능카드'로 점찍었고, 본인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차전에서는 7회, 2차전에서는 1회, 3차전에서는 9회에 나서 어떤 상황에서든 팀을 위해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정용의 발걸음은 팀이 우승으로 향하는 길과 결을 같이 한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타격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2-3 석패를 당했던 LG는 2차전에서 5-4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만들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날 이정용은 9회말 끝내기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5-5 동점에서 8회말 박병호의 투런포로 리드를 내줬던 LG가 9회초 오지환의 스리런으로 다시 8-7로 앞선 상황, 8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고우석이 9회말 다시 1사 1・2루를 만든 상황이었다.

공 하나에도 역전패가 가능한 숨 막히는 순간, 1번타자 배정대를 마주한 이정용은 설상가상 올라오자마자 폭투로 두 주자의 진루를 허용했다.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 크게 튀었다. 결국 배정대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면서 1사 주자 만루.

다시 폭투만 나와도 동점 허용이었다. 이어지는 김상수의 타석, 이정용은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2구 슬라이더. 김상수가 이 공에 반응했다. 타구는 이정용 앞으로 향했고, 이정용이 침착하게 공을 잡아 홈으로 뿌렸다. 이어 포수 박동원이 1루로 공을 이어던지면서 더블 아웃,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났다.

이정용은 1차전에서 7회 선발 케이시 켈리에 이어 나와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제구 난조로 아웃카운트 한 개만 던지고 내려간 뒤 1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1⅔이닝 무실점. 그리고 이날은 9회에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무대 첫 세이브를 작성했다. 다음은 경기 후 이정용과의 일문일답.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는지.
▲지금 팀 사정상 어떻게 보면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사실 몸을 일찍부터 풀었다. 몸을 푼 횟수가 많아서 올라가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힘이 빠졌을까봐 걱정을 했다. 그래도 (정규시즌 초반) 우석이가 없었을 때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잘 된 것 같다.

-9회말 시작할 때부터 몸을 풀고 있었던 건지.
▲동점이 되면 내가 나가는 거였고, 역전하면 우석이가 나가는 거였을 거다. 사실 그 전부터 몸을 4번이나 풀었다. 5회 상대 빅이닝 때부터 계속, 4번을 풀고 올라 갔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솔직히 없다고 봐야 하는데, 날씨도 추웠는데 계속 준비를 했다. 중요한 투수들이 다 나가고 내 차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왔다갔다 희비가 교차했던 것 같다.

-처음에 폭투가 나와 당황했을 것 같은데.
▲많이 당황했다. 일단 희생플라이나 땅볼이 나와도 동점이니까, 우리 선수들이 워낙 잘 치고 있어서 그냥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 1점만 준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막고 싶었는데 결과가 정말 잘 나왔다. 다음 타자 때 자신있는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김상수 타구를 잡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사실 '큰일 났다' 싶었다. 나한테 올 거라는 생각을 아예 못 하고 있었다. 물론 (박)동원이 형이 투수 땅볼 오면 홈으로 가자고 했는데, 원래 수비에 자신 있는 편인데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잡을 때까지는 몰랐는데, 던질 때는 '제발!' 하면서 던졌다. 슬로모션을 보면 자신 있는 모습은 아니었을 거다. 그냥 정확히만 던지고 싶었는데 잘 갔다.

-앞선 두 경기와 함께 돌아보면.
▲한국시리즈 들어올 때부터 생각했던 게, 궂은 일은 내가 하자였다. 그런 마음을 계속 먹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래, 이 역할은 딱 내가 하는 거야'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중계진은 '이런 경기는 없었다' 얘기하던데.
▲나도 만화에서, 게임에서만 보던 스코어들 속에 실제로 있어 보니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2승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자는 나만의 생각이 있었는데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반 정도는 내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

-이제 한국시리즈 세이브 투수가 됐다.
▲맞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몇 없을 텐데. 그래도 타자들도 잘해줬고, 팀원들이 더 잘했던 것 같다. 나는 공 몇 개 안 던졌다. (임)찬규 형이 너무나 잘 던졌지만 일찍 내려왔고, 중간 투수들이 고생해준 덕분이다. (유)영찬이도 잘했고, 영찬이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