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04년 10월 22일을 끝으로 수원과 멀어졌던 한국시리즈가 19년 만에 열린다.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 탓에 무승부로 끝났던 당시와는 다르게 2023년은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혈투'가 예고돼 있다.
KT 위즈와 LG 트윈스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양 팀 1승 1패) 3차전을 치른다. KT는 웨스 벤자민, LG는 임찬규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홈 팀 KT는 2013년 창단 후 처음으로 홈 수원에서 한국시리즈 게임을 갖는다. 첫 통합우승의 역사를 쓴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도쿄올림픽 브레이크로 인한 페넌트레이스 일정 지연 속에 고척 스카이돔 중립 경기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수원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방에서 승리를 목표로 뛰게 됐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최근 한국시리즈가 개최된 건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KT위즈파크는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홈 구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현대는 1996년 인천이 연고지였던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며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1998년 인천 연고팀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신흥 명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서울로 연고 이전을 추진하면서 2000년부터 수원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문제는 현대그룹의 자금 사정 악화 속에 서울 이전은 끝내 불발됐고 2007 시즌을 끝으로 해체될 때까지 수원야구장에 머물렀다.
현대는 수원야구장 시절 3차례나 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0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V2'에 성공했다. 2000년 우승은 수원야구장에서 결정됐다. 2003년은 SK(7차전), 2004년은 삼성(9차전)을 꺾고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정상에 섰다.
수원야구장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2004년 10월 22일 2차전이었다. 현대의 선발투수는 정민태, 삼성은 호지스가 나섰고 경기 내내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2004 한국시리즈 2차전은 승자가 없었다. 경기 시간이 4시간이 넘어갈 경우 정규이닝을 제외한 새 이닝에 돌입할 수 없는 규정이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에도 적용됐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연장전은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2004 시즌은 달랐다. 이 때문에 총 3차례나 무승부가 나왔고 한국시리즈는 9차전까지 진행됐다.
2004 한국시리즈는 1~2차전은 정규리그 1위팀, 3~4차전은 플레이오프 승리팀, 5차전부터는 잠실야구장 중립 경기로 치러짐에 따라 수원 한국시리즈는 2차전이 끝이었다.
현대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하고 2008년 해체되면서 수원야구장 한국시리즈 시계는 2004년 10월 22일에서 멈춰 있다. 2차전이 무승부였기 때문에 승리투수는 없었다.
수원야구장 한국시리즈 마지막 홈런의 주인공은 현대의 마지막 4번타자 클리프 브룸바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차전에서 LG 오지환(6회말 솔로 홈런), 박동원(8회말 2점 홈런)이 홈런포를 쏘아 올린 가운데 19년 만에 수원 한국시리즈 홈런의 주인공이 탄생할지 여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후 KT 위즈가 KBO리그 제10구단으로 2015년 1군에 진입했지만 2019년까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는 당연히 열리지 못했다.
2004 한국시리즈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은 2023 한국시리즈에서 19년 만에 수원을 찾는다. 김일경 LG 수비코치는 2004 한국시리즈에서 현대 소속으로 뛰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2004년 현대 프런트 과장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19년이 흐른 가운데 이제는 LG의 수장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수원을 찾았다.
KT도 2004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전혀 없지 않다. 이숭용 KT 육성총괄은 2004년 현대의 주장, 주전 1루수로 뛰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