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7.11 11:52 / 기사수정 2011.07.11 11:52
[엑스포츠뉴스=구리, 김현희 기자] 2010 신인 드래프트는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1차 우선지명이 폐지되고 난 이후 처음 맞는 ‘전면 드래프트’에서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의 여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고교야구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로도 이어지면서 각 구단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연결됐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지닌 LG 트윈스는 주로 투수와 포수를 보강하는 쪽으로 ‘지명 전략’을 세웠다. 이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 5명의 신인왕을 배출(박재홍, 김수경,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했던 김진철 LG 운영팀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그만큼 LG는 투수/포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시 LG는 1~4라운드에서 모두 투수를 지명(신정락, 이승현, 유경국, 이성진)한 이후 5, 6라운드에서 내리 포수를 골랐다. 이는 LG가 투수만큼 포수 자원 역시 절실히 필요로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6라운드에서 ‘고교 포수랭킹 1위’로 손꼽혔던 부산고 김창혁을 잡은 것은 일정 부분 운이 따라준 결과였다.
조인성, 김태군, 유강남, 그리고 김창혁
당시 그와 함께 고교 포수랭킹을 다투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삼성에 3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개성고 정민우였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빼어난 장타력이 장기였으나 지난 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김창혁은 당시 지명을 받았던 유일한 ‘고졸 포수요원’인 셈이다.
고교 1년 때부터 학교 선배 김태군(LG)을 능가하는 재목으로 평가받던 김창혁은 사실 3학년 시절에는 거의 혼자 팀을 이끌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2008 화랑대기 준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졸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민호 감독은 1학년 위주로 팀을 재편해야 했고 이 가운데서 김창혁은 4번 타자로 나서며 어렵게 팀 타선을 이끌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보냈지만 부산고는 김창혁을 비롯해 좌완 에이스 김대유(넥센)를 프로로 보내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 지난 10일 경찰야구단과의 퓨쳐스리그 2군 경기 직후 만난 김창혁. 혹자는 그를 '백업 포수'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야구 유망주들의 시작은 이와 같았다. 이러한 선수들 중 1군 선수들도 나오는 것이고, 올스타전에 출전할 선수들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김창혁이 속한 LG에 포수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안방마님의 기둥’ 조인성을 비롯해 부산고 선배이자 2007년 화랑대기 MVP 김태군 등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김창혁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지난 시즌에 이렇다할 활약없이 팀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하지만 그를 지명했던 김진철 부장과 정성주 과장은 “포수 중 김창혁의 상태가 좋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랬던 그에게 후배 유강남의 존재는 분발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됐다. 지난해 청소년대표 멤버이자 서울고 주장이었던 그는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 실력을 뽐내며 단숨에 퓨쳐스리그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했다. 남다른 승부욕을 자랑하는 김창혁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내일의 1군’을 꿈꾸는 선수
김창혁은 11일 현재 퓨쳐스리그에서 타율 0.292, 1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주로 백업 요원으로 출장해 얻은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눈앞의 성적보다 10~20년 앞을 보고 야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퓨쳐스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1군 선수들도 나오고, 올스타도 나오는 것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 A를 일컬어 ‘빅리그의 맛을 보여주는 곳(Big League Taste)’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9 고교포수 랭킹 1위’ 김창혁. 그는 아직 스무살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그를 포함해 많은 퓨쳐스리그 선수들이 ‘내일의 1군’을 꿈꾸는 스타가 되기를 기원하며, 또 그렇게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