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팬들을 비롯해 축구 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앤서니 테일리 심판이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7일(한국시간) "앤서니 테일리 심판은 2부리그로 강등된 지 불과 며칠 만에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허락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1978년생 잉글랜드 출신 테일러는 2002년부터 심판 직을 시작했고 2010년 프리미어리그 주심으로 첫 데뷔했다. 2013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라이센스를 얻어 국제 무대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가 주관하는 대회도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 오심이나 이해하지 못할 판정을 자주 내리는 심판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 팬들에겐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가나전 주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주심을 맡았던 테일러는 후반 추가시간이 아직 30초가량 남아있었지만, 추가로 코너킥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 국내 축구 팬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도 격렬하게 항의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이강인을 비롯해 김영권, 손흥민 등 다수의 선수들이 달려들어 코너킥을 왜 주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무엇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대신해 테일러한테 달려들어 항의를 이어갔다. 이때 테일러는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항의에 대응했다. 그 때문에 벤투 감독은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전을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테일러는 한국 팬들한테만 비난 받지 않았다. 지난 6월 세비야와 AS로마 간의 2022/23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도 주심을 맡았던 그는 당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로마 선수들과 사령탑 조제 무리뉴 감독을 분노하게 했다.
경기는 세비야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로마가 이날 경고를 13장이나 받으면서 준우승에 머물자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주자장에서 테일러를 보자 "넌 XX 수치야!"라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이처럼 이해하지 못할 판정을 자주 내려 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테일러는 결국 지난달 29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간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경기에서도 오심을 내려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스코어 1-1로 팽팽하던 전반 추가시간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이 수비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코너킥 수비 후 루즈볼을 잡은 황희찬이 한 차례 터치를 한 과정에서 뉴캐슬 수비수 파비안 셰어가 접근했다. 황희찬은 상대를 확인하고 킥하려다 땅을 짚었다. 하지만 셰어가 파울을 얻기 위해 발목을 접고 넘어지면서 접촉했다.
이때 테일러는 황희찬의 반치을 선언하면서 뉴캐슬에 페널티킥을 줬다. 황희찬은 억울한 듯 손가락을 흔들었지만, 테일러는 온필드 모니터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페널티킥을 인정했다. 결국 칼럼 윌슨의 득점으로 이어지며 울버햄프턴은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쳤다. 황희찬은 후반 26분 환상적인 접는 동작 이후 왼발 슛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황희찬은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 어렵지만 난 전혀 (셰어를)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땅만 찼다. 셰어가 막으러 오길래 멈췄지만 심판이 페널티킥을 줬다"라며 "전반전 후 동료들이 나를 믿으라고 격려해 줬다. 하지만 난 팀을 위해 더 노력하고 싶었고 골을 다시 넣어 기뻤다"라고 말했다.
개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이 내준 페널티킥에 대해 "스캔들 감(Scandalous decision)"이라고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만약 황희찬이 후반전에 동점골을 넣지 못했다면 울버햄프턴은 승점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강하게 분노했다.
심판기구(PGMOL)도 테일러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는지, 그를 2부리그인 잉글랜드 챔피언십 경기에 배정했다. 테일러가 2부리그 경기를 관장하는 건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현지 언론들은 "PGMOL가 공식적으로 울버햄프턴에 사과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 팬들과 해설진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 판정으로 테일러는 몇 게임 정도 강등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테일러는 챔피언십에서 한 경기만 맡은 뒤 곧바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심지어 돌아오자마자 리그 12라운드 빅매치인 '첼시-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관장하게 돼 눈길을 끌었다.
첼시와 맨시티는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리그 12라운드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다. 두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라 12라운드 10경기 중 빅매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를 테일러가 맡게 된 것이다.
축구 팬들은 오심으로 강등된 테일러가 2부리그에서 고작 1경기 치르고 다시 돌아온 조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또 복귀 후 그의 첫 주심 경기를 빅클럽 간의 맞대결이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첼시-맨시티' 경기로 배정한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심지어 테일러는 강등된 이후에도 이해 못 할 판정을 내리면서 악명을 한층 더 높였다. 그는 지난 5일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코번트리 시티 간의 챔피언십 15라운드 경기를 관장했다. 경기는 홈팀 프레스턴이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프레스턴은 스코어 1-1 상황 속에서 전반 41분 페널티킥을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 이때 테일러는 코번트리 수비수 카일 맥파진이 박스 안에서 프레스터 공격수 밀루틴 오스마이치 등을 밀었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는데, 느린 화면에서 큰 접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일러의 판정은 프레스턴의 역전골로 이어졌기에, 코번트리 팬들은 분노를 표하며서 SNS 상에서 "테일러는 이제 리그1(3부리그)로 내려갈 거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팬들의 바람과 달리 테일러는 다시 잉글랜드 1부리그인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다.
사진=AP, PA Wire, EPA/연합뉴스, PL 홈페이지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