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만 받은 건 아닌 포체티노…토트넘 팬 "첼시를 맡아? 당신은 배신자!"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모든 팬들이 환영한 건 아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일부 토트넘 홋스퍼 팬들로부터 '배신자'로 불리며 환대를 받지 못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는 7일(한국시간) "이 토트넘 팬은 한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가졌던 사랑을 모두 잃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7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맞대결에서 선수 2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1-4로 역전패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6분 만에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가기 시작했으나, 전반 33분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페널티킥을 내주는 것과 동시에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첼시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전반전을 1-1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10분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마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9명으로 싸우게 됐다. 첼시는 수적 우위를 적극 활용해 후반전 니콜라 잭슨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토트넘은 홈에서 첼시한테 1-4로 완패하면서 리그 무패행진을 11라운드에서 마감했다. 또 승점 26(8승2무1패)과 리그 2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맨시티(승점 27·9승2패)가 차지하고 있는 선두 자리를 탈환하는데 실패했다.

한편, 이날 토트넘과 첼시의 맞대결은 프리미어리그와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클럽들의 맞대결이라 큰 주목을 받았지만 첼시 사령탑 포체티노 감독의 존재로 팬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2019년 11월 토트넘에서 경질당한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 사령탑이 되면서 약 4년 만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3년부터 6년간 토트넘을 지휘하면서 클럽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8/19시즌에 구단 역사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리버풀한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자신의 감독 커리어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낸 토트넘으로 돌아오자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3일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매우 특별하다. 놀라운 추억을 함께 만들고 경험했던 곳으로 4년 만에 돌아가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 거짓말하지 않겠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매우 감정적인 순간"이라며 "토트넘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라고 전했다. 또한 "제대로 된 작별 인사 없이 떠난 후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을 만났다. 매우 반가웠다"라며 여러모로 행복한 밤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토트넘 팬들 상당수가 포체티노 감독의 방문을 환영했지만 그렇지 않은 팬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 토트넘 팬은 경기장 밖에서 '토크 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포체티노 감독을 '배신자'로 여겼다.

팬은 인터뷰에서 "포체티노, 당신은 절대 돌아오지 못할 거다"라며 "당신은 솔 캠벨과 같은 수준이다. 절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 수비수 솔 캠벨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배신자를 의미하는 '유다(Judas)'로 불리고 있는 선수이다. 그는 토트넘 유스 출신이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하며 주장 완장까지 찼던 선수였음에도, 2001년 토트넘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로 이적했다. 심지어 FA(자유계약선수)로 떠나면서 토트넘에 이적료를 한 푼도 안겨다 주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캠벨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배신자로 불리며 쉽게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포체티노 감독을 캠벨과 같은 수준으로 여긴다는 건 그만큼 이 팬이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일부 팬들이 포체티노 감독에게 분노한 이유는 그가 토트넘 경쟁팀이자 같은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첼시로 향했기 때문이다.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에 비하면 적대감이 덜하지만 연고지가 같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팀으로 향한 건 토트넘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이 없다는 주장이다.




영국 '더 스탠더드'에 따르면서, 토트넘 팟캐스트에 출연한 한 토트넘 팬은 "포체티노 감독한테 야유를 하는 걸 고대하고 있다. 난 그와 진정한 유대감을 느꼈지만, 그는 우리를 배신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첼시는 끔찍한 역사를 지닌 정말 치열한 경쟁 상대이다"라며 "포체티노 감독도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첼시가 이제 토트넘의 가장 큰 라이벌이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토트넘과 연결돼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첼시 감독직을 맡는 것도 할 수 없는 일들 중 하나"라며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 사령탑이 된 후 모든 다리가 불타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사진=PA Wire, EPA, AP/연합뉴스, 트위터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