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에서 중도하차했던 좌완 영건 이의리(KIA 타이거즈)에게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의리는 오는 16일부터 열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한 번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이의리를 포함한 선수들은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 이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이의리는 원래대로라면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9월 22일 이의리를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로 교체했다. 이의리가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긴 했지만,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KBO의 설명이었다.
이의리는 8월 22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 이후 4경기 연속으로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고, 그의 손가락 상태를 예의주시한 대표팀은 고심 끝에 엔트리 교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의리는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4경기에 등판,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지며 몸 상태가 호전됐음을 알렸다. 결국 돌이켜보면 이의리 입장에서는 대회를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전열에서 이탈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한 달 정도 흘렀고, 이제는 APBC가 시작된다. 대표팀은 이의리를 호출했다. 류중일 감독은 "전날 이의리를 만났고, 손가락부터 살폈다. (아시안게임 당시) 물집이 호전되는 과정이었다. 에이스인 만큼 한 경기를 선발로 잡아야 했는데, 코칭스태프끼리 모여 얘길 했을 때 그 상태로 7~80구를 던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안타깝지만, 나이가 어리지 않나. 2026년 아시안게임이 있는 만큼 선수로서 성숙해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잘했으면 좋겠다. (대표팀 제외 이후) 너무 잘 던지더라. 본인은 안타깝겠지만, 또 대회가 있으니까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의리도 아시안게임의 기억을 잊었다.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이의리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라 좋은 것 같다. 다른 국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고, 좋은 경쟁을 했으면 한다"며 "감독님이 안 아프냐고 하셔서 괜찮다고 했다. 이제는 끝난 일이니까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또 이의리는 "우선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대회에서 안 다치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나중에 대표팀에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WBC에서는) 워낙 짧게 던지기도 했고, 대회를 치른 지 오래됐다. 국가대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여유가 생긴다기보다는 그냥 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경험을 토대로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의리는 첫 훈련에서 모든 힘을 쏟진 않았다. 그러나 이의리의 공을 받아본 포수 손성빈(롯데 자이언츠)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취재진에게 "공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이의리는 "정규시즌을 끝내고 일주일 정도 쉰 다음에 다시 운동을 했기 때문에 똑같은 것 같고, 다시 몸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오늘(6일) 훈련에서는 80% 정도 힘을 들인 것 같다"며 "대회 공인구는 좀 큰 것 같다. WBC와 비교했을 땐 공인구가 좀 비슷한 것 같은데, 실밥은 WBC 공인구가 더 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류중일 감독은 인터뷰 도중 이의리를 '에이스'라고 칭했다. 결국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의리가 대표팀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한다. 그만큼 부담감도, 책임감도 크다. 이의리는 "아직 에이스는 아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만 이렇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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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