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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훈련장 갇혀 8시간→협박과 회유'…하지만 첼시 향한 탈출에 성공했다 [트랜스퍼 마켓]

기사입력 2023.11.06 00:00

이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아스널만큼이나, 토트넘과 사이가 좋지 못한 구단이 있다. 런던 북서지역을 경계로 마주한 첼시다. 

두 구단은 런던을 연고지로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지만, 이 관계는 경기뿐만 아니라 이적시장에서도 이어져 과거 10년 전 두 구단의 희비가 엇갈린 적이 있다.

당시 한 브라질 공격수의 이적이 토트넘 눈앞까지 다가왔던 점을 생각하면 토트넘에는 악몽, 첼시에는 행운이나 다름 없었다.




브라질 출신 윙어 윌리안은 어린 시절 브라질 명문 코린치아스에서 유소년팀을 거쳐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와 동시에 10번을 달고 등장한 그는 곧바로 유럽 구단들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코린치안스에서 프로 데뷔한 지 1시즌 만에 윌리안에게 가장 먼저 손을 뻗은 팀은 우크라이나 강호 샤흐타르 도네츠크였다. 

샤흐타르에서 데뷔와 동시에 정규리그 우승, 우크라이나컵 우승 등을 차지하며 맹활약한 윌리안은 5시즌 반 동안 샤흐타르 소속으로 161경기에 나서 33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유럽 무대에 알렸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고, 그가 샤흐타르를 떠날 당시 나이도 24세에 불과했다. 

샤흐타르 이적 이후 곧바로 그에게 빅클럽으로 향하는 행운이 찾아오지는 못했다.

당시 엄청난 러시아 자본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으던 안지 마하치칼라가 무려 3500만 유로(약 492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윌리안을 품었다. 하지만 안지는 불과 반시즌 만에 윌리안과의 작별을 결정해야 했다. 팀 재정난으로 윌리안과 같은 가치가 높은 선수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윌리안이 다시금 이적시장에 등장하자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드디어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윌리안에 접근한 팀이 바로 토트넘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윌리안과 같이 윙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슈팅 능력, 스피드를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팀 에이스이자 윙에서 파괴력을 갖춘 선수였던 개러스 베일의 레알 마드리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베일을 대체할 선수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토트넘은 윌리안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베일은 토트넘을 떠나기 직전 시즌인 2012/13시즌에만 리그에서 21골을 넣은 토트넘 공격의 핵심이었다. 그런 베일을 보내고 윌리안으로 그를 대체하겠다는 토트넘의 의지는 윌리안에게 품는 기대감을 짐작하게 했다. 협상에도 속도감이 붙었다. 윌리안은 당시 2주 동안 런던에 머물며 계약에 대해 논의했다. 토트넘의 결정을 기다렸다. 

다만 토트넘은 곧바로 윌리안을 영입할 수 없었다. 베일 이적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서다. 토트넘은 해당 이적이 성사된 이후 체결될 윌리안 영입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계약을 마무리 짓기 직전 윌리안의 전화기가 울렸다. 당시 리버풀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기에 충분히 리버풀의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윌리안이었지만, 에이전트 입에서 나온 구단은 리버풀이 아니었다.

윌리안 에이전트는 "첼시가 방금 나한테 전화를 했다. 너를 원한다"라며 윌리안의 마음을 흔들었다. 윌리안에게 첼시는 꿈의 구단이었다. 윌리안은 당시 토트넘 훈련장에 도착해 계약을 마무리하고 메디컬 테스트까지 예약해 둔 상태였지만, 이미 마음은 에이전트의 한 마디 이후 첼시로 날아가 버렸다. 

"좋아, 첼시로 가고 싶어"라는 윌리안의 한 마디에 토트넘은 모든 것이 백지화가 될 위기를 맞이했다. 그렇기에 윌리안을 일단 붙잡았다. 무려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토트넘 훈련장에 붙잡힌 윌리안은 온갖 협박과 회유에 직면했다. 결정을 다시 생각해달라는 토트넘 측 만류를 맞닥뜨렸다. 

당시 토트넘 감독이었던 안드레 비야스-보아스는 "널 국제축구연맹(FIFA)에 신고할 거야! 영국 팬들이 모두 야유할 거야"라며 윌리안을 압박했지만, 윌리안은 첼시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8시간의 회유를 이겨내고 훈련장 탈출에 성공한 윌리안은 곧장 첼시로 달려가 자신의 계약서에 서명하며 파란 유니폼을 손에 넣었다. 




첼시 이적 이후 윌리안은 모두가 아는 대로 승승장구했다. 첼시 소속으로 무려 339경기에 출전해 63골을 기록한 그는 2020/21시즌을 앞두고 아스널로 이적하기 전까지 첼시에서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유로파리그 우승 1회 등 에당 아자르와 함께 첼시의 2010년대를 상징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윌리안도 첼시를 떠난 이후 인터뷰에서 첼시 이적 결정에 대해 "그것은 내 선수 경력 중 최고의 결정이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첼시 팬들은 윌리안이 토트넘 이적을 거절하고 첼시행 택한 것을 기억해 노래까지 만들었다. 윌리안이 첼시에서 활약하는 동안 스탬퍼드 브리지에는 "토트넘 그 자식들이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윌리안은 빛을 보았고 아브라모비치의 전화를 받고 스탬퍼드 브리지로 떠났다. 그는 토트넘을 싫어하고, 싫어하고, 싫어하고, 싫어한다"라는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한편 토트넘에 윌리안의 변심은 그가 첼시로 떠나 보여준 활약상을 생각하면 너무나 뼈아픈 기억이다. 다만 토트넘 팬들에게도 약간의 위안거리는 있다. 

윌리안이 첼시로 떠난 후 토트넘에 찾아온 선수가 바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었기 때문이다. 첼시가 윌리안과 리그 우승에 성공하는 사이 토트넘도 에릭센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토트넘 팬들에게 조금이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 스토리를 품고 있는 두 팀이 2023/24시즌 처음 격돌한다. 7일 오전 5시 토트넘 홈구장에서 4년 전까지 토트넘 감독이었으나 이제 첼시 감독이 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데리고 '런던 더비' 막을 올린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첼시 홈페이지, 더선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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