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라이벌 매치에서 무실점을 달성했지만 평점은 팀 내 공동 최하위를 기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5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0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데어 클라시커'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강호 뮌헨과 도르트문트 간의 맞대결인 '데어 클라시커'는 세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라이벌 매치이다. 경기 전까지 뮌헨이 상대전적에서 66승 35무 32패로 앞섰으며, 최근 5번의 맞대결에서도 4승 1무로 뮌헨이 결과를 챙겼다.
뮌헨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가 지난 2019년 8월 치른 경기였던 도르트문트는 무려 4년 만에 안방에서 승리에 도전했지만,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을 막지 못하면서 다시 한버 고배를 마셨다.
뮌헨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 골문 앞으로 쇄도하는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에게 닿기 전까지 아무런 방해가 없었고, 우파메카노는 그레고어 코벨 골키퍼 바로 앞에서 공을 밀어 넣으며 반응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파메카노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한 뮌헨은 5분 만에 추가 득점을 올렸다. 전반 9분 레온 고레츠카가 주도한 역습 상황에서 르로이 자네가 페널티 박스 좌측에서 공을 잡았고, 낮은 크로스로 문전 앞에 케인에게 전달했다. 수비진이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케인은 이를 가볍게 차며 도르트문트 골망을 흔들었다.
우파메카노와 케인의 연속골로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뮌헨은 후반전에도 두 골을 뽑아냈다. 두 골 모두 케인의 오른발에서 나오면서 이날 케인은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후반 27분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중앙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받은 케인이 코벨 골키퍼의 전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골키퍼 옆 빈 공간으로 슈팅을 마무리하면서 스코어 3-0을 만들었다.
완전히 뮌헨 쪽으로 승기가 기운 가운데 케인이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가 넘어지며 연결한 패스가 수비 사이로 뛰어 들어가는 케인에게 연결됐고, 케인은 박스 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도르트문트 골망을 가르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이로써 직전 리그 경기인 다름슈타트전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케인은 리그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엄청난 득점 행진을 선보였다. 이날 3골을 추가한 케인은 세루 기라시(14골·슈투트가르트)를 제치고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결국 경기는 케인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뮌헨의 4-0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뮌헨(승점 26)은 이번 승리로 2위 자리를 지키며, 선두 레버쿠젠(승점 28)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반면 도르트문트(승점 21)는 뮌헨에 패하며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21)를 넘어서지 못하고 4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라이벌 매치 완승으로 뮌헨은 지난 2일 DFB(독일축구연맹) 포칼 2라운드에서 독일 3부리그 클럽인 FC자르브뤼켄한테 1-2 역전패를 당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나고 해트트릭을 기록한 케인과 도움 2개를 올린 자네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지만 도르트문트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치른 김민재한테도 호평이 쏟아졌다.
축구 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91%(74/81), 태클 성공률 67%(2/3), 걷어내기 6회, 블락 2회, 몸싸움 승률 83%(5/6) 등을 기록하며 후방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김민재는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12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휴식 없이 매 경기를 선발로 나와 끝까지 뛰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음에도 김민재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뮌헨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독일 매체 '스폭스(Spox)'는 "전반전에 자신감 있고 실수가 없었다"라며 김민재한테 평점 2점을 줬다. 독일 매체들은 보통 1~5점 혹은 1~6점으로 평정을 매기고,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기에 2점은 이날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다.
또 다른 매체 '90min'도 10점 만점에 무려 9점을 주면서 "컵대회에서 불안한 성적을 거둔 후 김민재는 전반전 때 절대적인 안정감을 보이며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라며 "후반전에도 끊김 없이 활약을 이어갔다. 유수파 무코코한테 돌파를 한 번 허용했지만 그 이상 불평할 만한 건 없었다"라고 칭찬했다.
김민재는 직전 경기였던 포칼컵 2라운드 자르브뤼켄전에서 패스 미스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면서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돼 온갖 혹평을 받았다. 직전 경기에서 보여준 아쉬운 모습을 뒤로한 채 김민재는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지난번 혹평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다만 독일 유력지 '빌트'는 김민재한테 평점 3점을 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낮은 점수는 아니지만 무난한 경기를 펼쳤단 의미인 3점을 주자 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빌트는 그동안 김민재에 대한 평가가 매우 깐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당장 지난 9라운드 다름슈타트전에서 뮌헨이 8-0 대승을 거뒀을 때도 패스 성공률 92%(81/88), 롱패스 성공률 67%(4/6), 리커버리 7회, 공중볼 승률 88%(7/8) 등을 기록했지만 3점 밖에 받지 못했다.
비록 빌트의 평점이 김민재 평가에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일부 팬들은 매 경기 김민재한테 박한 평가를 내리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쉬움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에 빌트는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재와 달리 득점을 터트리긴 했지만 후반 15분에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가 우파메카노한테 김민재보다 높은 2점을 줬다. 그렇기에 팬들은 김민재가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선 무실점뿐만 아니라 공격포인트도 올려야 하는 거냐며 너무 박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진=빌트 캡처, AP, EPA, D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