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사상 첫 올림픽 본선에 도전했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뒷심부족에 울면서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을 4년 뒤로 다시 미루게 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2차예선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중국 샤먼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2차예선 B조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17분 수비수 심서연이 선제골을 터트렸으나 후반 33분 상대 왕산산에 동점포를 내줘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B조 일정을 1승 2무(승점 5)로 마치고 B조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9일 한국과 0-0으로 비긴 북한이 한국-중국전 앞서 태국을 7-0으로 대파하고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B조 1위를 확정지었다. 북한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중국을 2-1로 이겼다.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예선엔 총 12개팀이 4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각 조 1위 3팀, 그리고 각 조 1위 중 성적이 가장 좋은 한 팀 등 총 4팀이 최종예선에 오른다. 한국은 B조 2위가 되긴 했지만 이미 A조 2위를 차지한 필리핀이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터라 필리핀에 승점에서 뒤져 탈락이 확정됐다.
필리핀은 이제 C조 결과를 지켜본다. C조 2위 우즈베키스탄이 2일 최종전에서 인도를 누르면 우즈베키스탄이 각 조 2위 3팀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최종예선에 오른다.
한국은 필리핀, 우즈베키스탄을 3~4골 차로 누를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으나 이번 대회에서 북한, 중국과 '죽음의 조'에 편성된 여파로 다소 억울하게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전 선제골을 잘 지키면 B조 1위가 될 수 있었으나 한 방을 얻어맞아 탈락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과 중국은 이기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이 없는 싸움이어서 나란히 백3를 들고 나왔다.
벨 감독은 북한전 0-0 무승부에 흡족한 듯 당시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베테랑 김정미 골키퍼가 문지기로 나선 가운데 심서연, 이영주, 김혜리가 백3를 형성했다. 추효주와 이은영이 각각 왼쪽 윙백, 오른쪽 윙백을 맡았으며 장슬기와 전은하가 중원을 형성했다.
지소연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1' 역할을 담당했다. 케이시 유진 페어, 천가람 등 두 어린 공격수들이 최전방 투톱을 맡았다.
한국은 전반엔 중국의 파상공세를 적절히 차단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쪽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장루이에게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 오른발 대각선 슛을 허용해 실점할 뻔했던 한국은 전반 7분 코너킥 위기에서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중국의 에이스 왕산산이 시도한 오른발 발리슛을 김정미가 잡아냈다.
김정미는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상대 선수 무릎에 오른쪽 눈을 얻어맞아 5분 가까이 치료에 전념했다. 벨 감독은 후보 골키퍼들에게 몸을 풀게 했으나 김정미는 다시 골키퍼 장갑을 끼고 플레이했다.
한국은 전반 21분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세트피스 위기에서 우리 구물라의 왼발 슛에 실점했으나 오프사이드로 인해 취소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달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비디오판독(VAR)이 없다. 부심이 간발의 차이로 중국 선수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냈다.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전반전은 추가시간 지소연의 벼락 같은 슛으로 마무리됐다. 지소연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케이시의 패스를 받아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볼이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아웃됐다.
전반전에 두 팀 합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전반전에 볼점유율 45%, 슈팅 수 3-6으로 중국에 밀렸던 한국은 후반 들어 보다 앞에서 공격을 펼치며 골을 노렸다. 그리고 고대했던 선제골을 낚았다.
천가람이 후반 6분 페널티지역 왼쪽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해 중국을 위협한 한국은 후반 17분 세트피스에서 홈팀 골망을 출렁이며 웃었다.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지소연이 올린 프리킥을 공격 가담한 수비수 심서연이 중국 선수들과의 경합 속에 백헤더 슛으로 연결했고 이게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선제골로 완성됐다.
이대로 끝나면 한국이 B조 1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여자축구대표팀의 발목을 번번히 잡았던 뒷심 부족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은 왕산산을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하며 사력을 다해 골을 노렸는데 후반 33분 결국 동점포를 꽂아넣었다.
역시 세트피스에서 골이 터져 옌진진의 프리킥 때 노마크 찬스를 맞은 왕산산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한국은 다시 한 골을 넣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았고, 이후 중국에 역전골을 내줄 뻔했다. 동점포를 어시스트한 옌진진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고 이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이대로면 한국과 중국이 모두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두 팀 모두 사력을 다해 뛰었으나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음에도 반전은 없었다. 결국 북한만 웃고 한국과 중국은 모두 올림픽 본선행이 2차예선에서 일찌감치 좌절되고 말았다.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은 호주와 일본, 북한이 티켓을 거머쥔 가운데 남은 한장은 필리핀 혹은 우즈베키스탄에 돌아가게 됐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이날 중국전을 끝으로 올해 파란만장했던 3차례 국제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렸던 여자월드컵에서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 충격을 맛 본 한국은 지난 달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도 8강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 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1-4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림픽 2차예선에서 마지막 반전을 노렸으나 10여분을 지켜내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축구는 여자월드컵에 4차례 출전했고 최근 3회 연속 진출을 일궈냈으나 올림픽 본선엔 단 한 번도 이름을 내밀지 못했다. 여자축구는 올림픽에서 23세 이하(U-23)에 와일드카드 3명이 출전하는 남자축구와 달리 국가대표팀이 고스란히 출전해 A매치로 치러진다.
그런데 아시아에 주어진 본선 티켓이 2장이다보니 경쟁이 심해 매번 탈락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땐 일본에서 6팀이 모여 겨룬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1승 2무 2패로 탈락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은 중국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열렸는데 1무 1패로 역시 탈락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