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긴 휴식이 오히려 독이 됐을까, 정규시즌 2위 팀 KT 위즈가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패배했다.
KT는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서 5-9로 패배했다.
역대 KBO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기준, 1999~2000 양대리그·1995·2008·2021년 제외)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1%(25/32)에 달한다. 그만큼 NC와 KT 모두에게 시리즈 첫 경기가 중요했다.
정규시즌 종료 이후 3주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KT는 NC보다 쉴 시간이 더 많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1회초 1사 2·3루에서 제이슨 마틴에게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줬고, 2회초 오영수의 솔로포로 추가점까지 허용했다.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찌감치 NC가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3루수 황재균이 3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의 뜬공 타구를 놓치면서 출루를 허용했고,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이한 쿠에바스는 박건우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쿠에바스의 세 번째 실점.
쿠에바스는 마틴의 땅볼 이후 권희동의 1타점 적시타로 1점을 더 내줬다. NC 선발이 에릭 페디인 점을 감안하면, KT가 4점 차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쿠에바스는 4회를 넘기지 못했다. 팀이 1-4로 끌려가던 4회초 선두타자 김형준의 볼넷 이후 김주원의 번트 시도 때 본인이 2루 송구 실책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무사 1·2루에서 손아섭의 1타점 적시타로 NC의 득점을 바라봐야만 했다. 결국 엄상백이 무사 1·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승계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면서 쿠에바스의 실점은 더 불어났다. 최종 성적은 3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7실점(4자책)이다.
승부의 추가 NC 쪽으로 기울어진 뒤 KT는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엄상백(⅓이닝)을 시작으로 이상동(⅔이닝), 손동현(1이닝), 주권(1이닝), 박영현(1이닝), 김영현(1이닝), 김민(1이닝)까지 기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미출전 선수로 분류된 고영표와 웨스 벤자민, 그리고 마무리 김재윤과 배제성을 제외하면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발 쿠에바스뿐만 아니라 타자들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테이블세터 김상수-황재균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올 시즌 페디와의 맞대결에서 홈런 2개 포함 8타수 5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앤서니 알포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회말 배정대의 솔로포, 9회말 배정대의 만루포에 위안을 삼아야 했던 KT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상대팀이 좋은 선발투수를 내세웠고, 우리 팀이 경기 초반 선발 싸움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며 "분위기를 내줬기 때문에 경기를 넘겨줬다고 생각한다"고 1차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필승조를 한 번씩 투입한 것에 대해) 최대한 막고 가자고 생각했다. 4회초 실점이 컸다.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 경기 후반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은 투수들을 기용했고, 경기 감각을 생각해서 필승조를 썼다"며 "엄상백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도중에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5회말 1사에서 상대 선발 페디의 볼 판정 항의 이후 페디를 말리러 그라운드에 나온 강인권 NC 감독을 놓고 이강철 감독이 뭔가를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해당 상황에 대해 "감독이 라인을 넘어갔고 투수코치가 나왔기 때문에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투수와 관계없이 주심을 막으러 나왔다고 해서 상황이 정리됐다"고 전했다.
이제 KT는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차전 승리를 바라본다. 이강철 감독은 "5회말 이후에 조금씩 안타가 나왔고, 마지막에 배정대의 만루포가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끝낸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31일 열리는 2차전에는 예상대로 웨스 벤자민이 선발로 나선다.
이강철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총평은.
-NC에서 좋은 선발투수가 나왔고, 우리 팀이 경기 초반 선발 싸움에서 주도권을 뺏겼다. 분위기를 넘겨줬기 때문에 경기에서 패배했다.
▲마지막 홈런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는데.
-5회말 이후에 조금씩 안타가 나왔고, 마지막에 배정대의 만루포가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끝낸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점수 차가 컸음에도 필승조를 한 번씩 투입한 이유는.
-최대한 막고 가자고 생각했다. 4회초에 실점를 기록한 게 컸다. 그러지 않았다면 경기 후반까지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은 투수들을 썼고, 경기 감각을 생각해서 필승조를 썼다.
▲엄상백을 빨리 교체한 이유는.
-엄상백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쿠에바스 부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1회초에 너무 힘이 들어간 상태로 던진 게 좀 아쉬웠다. 너무 잘 던지려다가 그런 것 같다.
▲5회말 어필 상황을 돌아보자면.
-강인권 감독이 라인을 넘어갔고, 투수코치가 나왔기 때문에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심판진은) 투수와 관계없이 심판을 막으러 온 거라고 해서 상황이 정리됐다.
▲2차전 선발투수는.
-벤자민이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