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이혁래 감독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봉준호 감독의 조건을 밝혔다.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를 연출한 이혁래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는 봉준호 감독의 30년 전 영화 공부의 출발점과 이를 함께했던 이들의 열정 가득했던 20대 시절 이야기가 담겼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첫 연출작 'Looking for Paradise'도 함께 공개된다.
'노란문' 출연 멤버 중 한 명인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하며 세계적인 영화 스타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혁래 감독은 봉 감독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단호히 답했다. 영화의 시작은 영화 동아리 '노란문' 멤버들 몇몇이 30주년을 기념해 만난 자리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회상하면서 부터다. 이혁래 감독은 소중한 추억들을 꺼내보다 '이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어 이 감독은 "30년 전 '노란문' 시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영화 산업도 달라졌고 한국영화 위상도 달라졌다.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봉준호이기도 하다. 거창히 이야기할 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되겠다 생각했다"고 당시 멤버였던 봉준호 감독 또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란문' 다큐 제작 이야기를 들은 봉준호 감독은 첫 번째로 '내가 주인공이 되면 안 되고, 난 멤버들 중 한 명으로 나와야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이혁래 감독은 "속으로 나도 봉준호 감독을 주인공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이 조건은 봉준호 감독의 인격이 훌륭해서도 있지만 트라우마도 있어서다. 봉준호 감독이 유명해지니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TV나 다큐멘터리에서 영웅의 성공담 같이 나왔다. 봉준호가 제일 싫어할 만한 방식으로 소재가 되어 나오니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었으면 그가 이걸 견디지도 못하고 참여도 안 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혁래 감독은 '노란문' 멤버들이 출연이 아닌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으로 모여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며 "모두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할 사람을 만났거나 만날 수 있을 거다.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했을 때, 시간이 지난다면 그 만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잇지 않을까. 이 영화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며 영화와 추억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10월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사진 = 넷플릭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