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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스날, 2008년 데자뷰 재현하나

기사입력 2011.07.07 08:50 / 기사수정 2011.07.08 10:43

박시인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다음 시즌 무관 탈출을 노리는 아스날이 2008년의 데자뷰가 재현될 위기를 맞고 있다.

아스날은 5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8년 동안 몸담았던 가엘 클리시가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확정지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클리시의 이적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클리시는 아스날의 2003/04 시즌 리그 무패 우승 멤버로 남아있던 유일한 선수였다. 팬들은 부동의 왼쪽 윙백으로 활약한 클리시의 이적을 신호탄으로 2008년 데자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다시 큰 전력 누수를 떠안게 된 아스날은 최근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이적설까지 휩싸이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이버리 시대의 종말…이후 6년의 무관

2003/04 시즌 아스날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이버리 킹' 앙리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고,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패트릭 비에이라를 축으로 좌우에 로베르 피레, 프레데릭 륭베리가 포진한 미드필드 라인은 아름다운 축구의 근간이었다.

당시 아스날의 수비는 공격 못지않게 막강했는데 애슐리 콜, 솔 캠벨, 콜로 투레, 로렌이 포진한 포백 라인은 리그에서 26실점에 그칠 만큼 견고함을 자랑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은 채 시즌을 마친 아스날은 26승 12무로 리그 무패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스날은 무패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아스날의 고유 문물이었던 하이버리 구장이 2006년을 마지막으로 폐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아스날은 애쉬버튼 그로브(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데 집중하자 팀의 운명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6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올 수 있는 신식 경기장이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 4만 명 이상 운집할 수 없는 하이버리를 버리고 새 경기장 건설에 힘쓴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아스날은 경기장 건립에 따른 부채를 갚기 위해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의 혜안이 돋보인 것은 효과적인 팀 운영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스날은 지난 6년 동안 단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한 적이 없다.

벵거 감독은 현재 이적 시장이 상당한 거품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낀 탓에 과도한 돈을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선수 영입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유망주 발굴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최근 들어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여전히 튼튼한 재정 구조를 유지한 점은 높이 살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이 원하는 우승컵은 단 한 개도 안겨주지 못했다.

아스날과 우승을 다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까지 가세한 경쟁 구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 모든 팀들의 급성장이 눈에 띄는 수준이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 자본을 유입하면서 자금력을 동원한 선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서야 아스날도 미국 출신 스탄 크뢴케의 팀 인수로 외국 자본 유입이 이뤄졌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과감한 영입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벵거식 정책, 한계에 직면하나

아스날은 2005년 FA컵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어느덧 6년째 무관이다.

그동안 아스날을 거쳐간 선수는 상당수에 이른다. 아스날의 아름다운 패싱 풋볼과 유망주들에 충당되는 높은 주급은 모든 선수들에게 상당한 메리트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승을 실현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졌고 과감하지 않은 투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서지 않게 했다. 우승 갈증에 싫증을 느낀 선수들은 제각각 갈 길을 찾고자 팀을 떠났다.

200708 시즌 28라운드까지 리그 선두를 고수했던 아스날은 끝내 우승에 실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아스날의 간판 티에리 앙리가 이적한 이후 첫 번째 시즌치고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는 리그 24골을 터뜨리며 잠재성을 폭발시켰고, 로시츠키-파브레가스-플라미니-흘렙으로 이어지는 아스날판 '황금의 4중주'가 팬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미드필드의 주축 마티유 플라미니, 알렉산드르 흘렙, 질베르투 실바가 모두 팀을 떠나면서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아스날은 2008/09 시즌 간신히 리그 4위를 지키는데 그쳤고 이후 두 시즌에서 각각 리그 3위-4위에 머물렀다.

때마침 지난 시즌 시오 월콧, 사미르 나스리, 잭 윌셔가 가능성을 보였고 알렉스 송이 믿을맨으로 거듭난 점은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아스날은 2008년 데자뷰가 반복될 상황에 직면했다. 벵거 감독이 집중 육성했던 데니우손, 아부 디아비, 니클라스 벤트너, 카를로스 벨라 등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은 팬들의 인내심을 잃게 만들었고 최근 클리시마저 아스날을 떠났다.

아스날의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비관적인 현재 상황과 관련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라이트는 "벵거 감독이 가동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스날은 양질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잭 윌셔를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과연 그들이 향후 아스날 주전의 정규 멤버가 될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파브레가스-나스리 지키기가 관건

가장 큰 문제는 파브레가스와 나스리의 이탈 여부다. 파브레가스, 나스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우승컵이다. 파브레가스는 자신의 고향이자 친한 친구들이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혀왔고, 나스리는 우승에 익숙한 맨유 이적에 근접해 있다.  

이 두 선수가 모두 팀을 떠난다면 아스날로선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벵거 감독은 파브레가스 중심의 전술을 집중 조련해왔다. 약 13년 동안 사용했던 4-4-2 포메이션을 버리고, 파브레가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상향배치 시키는 4-2-3-1 포메이션으로 시즌을 소화했다.

파브레가스는 최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과 과도한 수비 부담을 덜고 2선에서 공격에 치중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파브레가스는 2009/10 시즌 27경기에서 15골 15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시즌에는 잦은 부상으로 기대만큼의 공격 포인트를 엮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중원에서의 영리한 경기 운영과 한치의 오차 없는 패싱력으로 팀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아스날은 파브레가스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극심한 경기력 저하를 드러냈다. 전반기에는 나스리의 폭발적인 활약이 없었다면 우승 경쟁에서 조기 이탈이 유력했다.

현재 아스날은 스쿼드에 손을 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지난 시즌 아스날은 리그에서 무려 43골을 허용했다. 2007/08 시즌 31실점을 기록한 이후 매시즌 실점률 증가 추세를 보일만큼 수비 보강이 급선무다. (08/09시즌 37실점, 09/10시즌 41실점, 10/11시즌 43실점)

1990년생에 불과한 보이지체흐 슈체스니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은 불안요소가 존재하고, 잦은 부상을 앓는 로빈 반 페르시 이외에 확실한 공격수가 없는 것도 아쉬움을 더한다. 더구나 왼쪽 윙백 클리시까지 팀을 떠나면서 믿을만한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 

현재 아스날은 릴의 윙어 제르비뉴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삼바(블랙번), 게리 케이힐(볼턴)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입장이다. 2008년처럼 주축 선수를 잃게 된다면 전력 상승은커녕 과도한 팀 변화로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다음 시즌 무관 탈출을 위해서는 최대한 주축 선수의 이탈을 막고 현재 스쿼드에 추가적인 보강을 시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아스날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파브레가스, 앙리, 클리시, 벵거 ⓒ 스카이 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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