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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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전(帝王戰)! 무관의 제왕 대 신흥제왕

기사입력 2006.10.09 09:47 / 기사수정 2006.10.09 09:47

김종수 기자

 [4부작] 미리보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1) 벤너 VS 슐츠

 

씨름천하장사 출신인 최홍만 선수의 활약으로 K-1은 이제 매니아들의 전유물만이 아닌 대중적인 스포츠중 하나로 자리 매김 해가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매년 예선대회의 하나가 서울에서 열리고있으며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따로 코너를 만들어 비중있게 다루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오사카 개막전에서 한국의 최홍만이 연장접전 끝에 제롬 르 벤너에게 아쉽게 패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대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있으며 벌써부터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이에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들의 경기를 미리 엿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선수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보며 월드 그랑프리 결승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 편집자 주 -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벤너 VS '신흥 제왕' 세미 슐츠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벤너
(프랑스·35·Jerome Le Banner)

'강하다. 그는 여전히 강하다. 주특기인 왼팔을 수년째 제대로 못쓰고있지만 그는 여전히 누구도 쉽게 꺾을 수 없는 상대이며 K-1최고의 파이터중 한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무관의 제왕' 'K-1의 싸움반장'등 다양한 닉네임으로 불리고있는 제롬 르 벤너는 물러서지 않는 화끈한 파이팅으로, 경기를 이겨도 또는 아쉽게 패해도 항상 명경기를 연출하는 선수중 한명이다.

또한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일단 시합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경기를 벌이고 종료 후에는 상대에게 따뜻한 배려와 함께 깍듯한 예의 그리고 열정적인 포옹을 아끼지 않으며 'K-1 = 사나이들의 우정'이라는 테마에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K-1에서도 손꼽히는 흥행카드로 명성을 유지하고있으며 국내에서도 피터 아츠와 함께 최고 인기스타로 폭넓은 대중성을 자랑하고 있다.

2002년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최종결승에서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입은 왼팔 골절상으로 최고의 무기였던 레프트스트레이트를 잃은 상태지만 이른바 특유의 불파이팅은 여전하다.

그의 경기는 유독 KO가 많이 펼쳐진다.
'원조 일본영웅' 사다케 마사키(Masaaki Satake), '백색암살자' 마이크 베르나르도(Mike Bernardo),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Ernesto Hoost), '링위의 사자' 샘 그레코(Sam Greco), '네덜란드의 벌목꾼' 피터 아츠(Peter Aerts), '극진의 괴물' 프란시스코 필리오(Francisco Filho), '현역 일본의 에이스' 무사시(Musashi),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Cyril Abidi), '검은들소' 게리 굿리지(Gary Goodridge) 등 K-1을 대표하는 수많은 파이터들이 모두 그에게 1번 이상 KO패를 당했다.

53전의 통산전적 동안 70%가 넘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좀더 가드를 단단하게 하고 지나친 인파이팅만 자제했다면 10%정도는 더 올렸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벤너의 인기비결중 상당수는 거침없는 파이팅스타일에 있는 만큼 그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ISKA 프랑스, 유럽, 세계 무에타이 챔피언, WKN 세계 무에타이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K-1에 입성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활동기간동안 항상 우승후보와 인기스타의 자리는 놓치지 않았던 벤너지만 정작 중요한 우승타이틀은 아쉽게 빗나가기만 했다.
95년과 02년 결승전에 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던 그가 이번에야말로 무관의 제왕을 탈출할 수 있을지… 중요한 것은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그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라데 거인' 세미슐츠(네덜란드·34·Semmy Schilt)

지난 대회 우승자로 현 K-1 챔피언이다. 특히 지난 대회 파이널 준결승과 결승에서 레미 본야스키와 글라우베 페이토자를 무참하게 1회 KO로 눕혀버렸고 이에 언론에서는 '극강 챔피언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11cm의 신장에 116kg의 엄청난 체격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가라데 베이스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육체와 뛰어난 운동신경 그리고 강한 체력까지 보유한 그는 거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발차기 기술을 구사하며 경기 내내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거인선수들이 자신의 덩치와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에 비해 세미 슐츠는 테크닉과 운영능력까지 첨가된 것이다.

지난 3월 '네덜란드의 벌목꾼' 피터 아츠(Peter Aerts)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판정으로 패하기 전까지 K-1전적 무패를 자랑했으며 그랑프리 2회 연속 우승의 '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Remy Bonjasky 2전 2승). 4회 우승의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Ernesto Hoost 2전 1승 1무), 준우승 2회의 '일본의 에이스' 무사시(Musashi 2전 2승), 준우승 1회의 '브라질리언킥의 대가' 글라우베 페이토자(Glaube Feitosa 2전 2승)등 파이널결승진출 경험자들과의 경기에서 2번 이상을 싸워 한번도지지 않는 압도적인 전적을 쌓았다.

현재까지도 피터 아츠외 최홍만에게 당한 2패가 패배의 전부이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플레이스타일상 좀처럼 의외의 승부에 말릴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도 그가 정상급에서 롱런할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 벤너에게 유리한 상황 예상: 오클랜드 예선에서 세미 슐츠와 맞붙었던 피터 아츠는 최대한 접근전을 시도하며 세미슐츠의 안면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장신에 끊임없는 압박이 특기인 슐츠에게 거리를 주게되면 누구라도 당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장신의 특성상 안면을 많이 맞아보지 않은 슐츠의 페이스를 흐트려놓을 계산도 들어 있었다.

전성기의 파워는 많이 잃어버렸지만 대신에 노련함이 붙은 피터 아츠는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드디어 세미 슐츠에게 K-1 첫 패배를 안겨주게 된다.
사실 이와 같은 작전은 그전 경기에서 어네스트 후스트가 시도하기는 했었지만 기량이 부쩍 줄어든 탓에 실패하고 말았었다.
슐츠 같은 괴물을 상대하려면 단순히 전략만 가지고는 안되고, 거기에 수행능력을 갖춰야된다는 것을 보여준 일례이다.
또 다른 패배를 안겨준 최홍만 역시 부지런히 슐츠의 안면을 노려 대등한 승부를 가져갔다. 물론 최홍만의 경우는 피터 아츠와 달리 무리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슐츠의 안면을 가격할 수 있었던 동급이상의 체격조건이 뒷받침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는 기술에 있어서 복싱만큼 뛰어난 종목도 없다.
이런 복싱테크닉에 있어서 벤너는 K-1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잠깐이지만 복서로서 외도를 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특유의 뛰어난 펀치테크닉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슐츠의 안면을 노린다면 좋은 결과도 예상되고 있다.

■ 슐츠에게 유리한 상황 예상: 후스트, 아츠 등이 시도했던 안면 노리기는 이제 공공연하게 슐츠의 유일한 약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리한 슐츠와 그의 세컨들이 이 같은 사실들을 모를리 없는바,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둘 것은 자명하다.
일단 그러한 모습이 드러난 경기가 바로 최근에 열렸던 오사카 개막전 비욘 브레기(Bjorn Bregy)와의 대결이다.

올해 암스테르담 예선에서 우승하면서 급상승세를 타고있던 비욘 브레기는 2미터가 넘는 신장까지 가지고있어 세미 슐츠의 안면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비욘 브레기를 상대로 슐츠는 과감한 펀치공격으로 맞불을 놓아 1라운드에서 승부를 끝내버렸다. 이전의 가라데 스타일에 펀치기술을 가다듬어 안면방어보다는 직접적인 선제공격을 택한 것이다. 어쩌면 복서스타일에 약하던 이전의 모습은 진작에 사라진지도 모른다. 벤너같은 뛰어난 복싱실력을 가진 선수마저 슐츠의 안면을 공략 못한다면 당분간 그랑프리 무대는 싱거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다음호 예고: 노련한 컴퓨터와 신형폭격기의 대결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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