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조은혜 기자) NC 다이노스 서호철이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처음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반짝였다. 서호철은 6타점을 폭발시키면서 NC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NC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4-6으로 승리했다. 이날 3루수 및 7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서호철은 만루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6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첫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됐다.
6타점은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 타점이다. 서호철은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2021년 페르난데스(두산)이 기록했던 5타점을 넘어서 신기록을 작성했다. 경기 후 서호철은 경기운영위원이 선정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MVP로 뽑힌 서호철은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3위를 지키고 있던 NC는 정규시즌 막판 힘을 쓰지 못하며 SSG 랜더스, 두산과 순위 경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2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에게 연패를 당하며 144경기 75승2무67패를 기록, 4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17일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광주 KIA전을 마친 NC는 최종 4위라는 성적표를 받은 뒤 하루 휴식 후 곧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1승 우위를 점해 단 한 번의 승리만으로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해 두산보다 확실히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판 경기력이 워낙 안 좋기았기도 한 데다, NC는 16일 KIA전에 나섰던 '에이스' 에릭 페디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올릴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일각에서는 두산이 NC를 누르고 KBO 최초 업셋 진출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NC는 경기 초반 두산에게 먼저 3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태너 털리가 1회초 김재호에게 내야안타, 로하스에게 우전 2루타를 허용하면서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양의지의 땅볼 때 김재호가 홈인, 두산에게 리드를 내줬다.
2회초에는 강승호의 좌전안타와 김인태의 우전 2루타에 한 점을 더 실점했다. 3회초에는 태너가 로하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면서 점수가 0-3으로 벌어졌고, NC 타선이 두산 선발 곽빈에게 막힌 반면 두산이 매 이닝 득점에 성공하며 두산이 기세를 잡는 듯했다.
NC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그때, 서호철이 해결사로 나섰다. 4회말 두산 선발 곽빈은 박민우를 삼진 처리했으나 박건우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이후 마틴의 유격수 땅볼 후 권희동이 우전안타, 김주원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NC에게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타석에는 서호철. 서호철은 앞선 2회말 첫 타석에서는 곽빈과 8구 승부 끝 체인지업에 방망이가 헛돌며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베이스가 가득찬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서호철은 볼카운트 1-1에서 곽빈의 149km/h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처음 나온 만루홈런이었다. 여기에 후속타자 김형준까지 곽빈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담장을 넘겼고, 이 백투백 홈런으로 NC가 단숨에 점수를 3-5로 뒤집고 리드를 가져왔다.
만만치 않은 상대, 두산도 반격에 나섰다. 5회초 김재호 볼넷, 대타 김재환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 이어 태너가 내려간 뒤 올라온 투수 이재학을 상대한 양의지의 적시타, 폭투 후 강승호의 땅볼 때 나온 점수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NC도 5회말 곧바로 한 점을 달아났다. 이영하 상대 제이슨 마틴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해 2루까지 갔고, 김주원의 뜬공에 3루까지 진루한 뒤 폭투 때 홈을 밟았다. 점수는 6-5.
한 점 차의 살얼음판 리드에서 점수를 벌린 건 '또' 서호철이었다. 7회말 두산 마운드에 오른 김강률 상대 선두 박건우가 중전안타로 출루, 마틴의 희생번트에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권희동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두산 투수가 정철원으로 바뀐 뒤 김주원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주자 만루.
서호철이 다시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서호철은 정철원의 빠른 공을 받아쳐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로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2타점 추가. 점수를 벌린 NC는 8회초 1점을 허용했으나 8회말에만 무려 6점을 몰아내고 두산을 따돌렸다. 서호철도 11-6으로 승기를 잡은 8회말 홍건희 상대 중전안타로 3안타를 완성했고, 김형준의 홈런에 홈을 밟아 1득점을 추가했다. 9회초 이용찬을 상대한 두산이 3점을 따라붙었지만, 이미 점수를 벌린 NC가 그대로 승리를 지키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은 NC가 '엔팍' 창원NC파크로 개장 이후 홈팬들 앞에서 처음 치르는 가을야구였다. NC는 신구장 개장 이후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2019년에는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홈경기가 없었고, 지난 2020년에는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나 당시 코로나19 여파와 늦어진 시즌 일정 등으로 홈인 창원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맞은 엔팍의 가을, 서호철이 엔팍의 영웅이 되며 NC의 가을을 수놓았다. 경기가 끝나자 NC 팬들은 MVP를 수상하는 서호철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의 주역' 서호철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사진=창원,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