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절대 1강' 흥국생명이 개막 2연승을 질주했다. 승부처 때마다 공수에서 현대건설보다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따냈다.
흥국생명은 1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5-25 25-12 25-21 21-25 15-12)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지난 13일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와 개막전을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로 따낸 데 이어 2경기 연속 승전고를 울렸다.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으로 여자부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흥국생명은 이날 옐레나가 22득점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연경도 현대건설의 집중 견제 속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양 팀 최다 23득점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1세트 현대건설의 높이에 가로막혀 좋지 않은 스타트를 끊고도 빠르게 경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적지 않았던 범실 줄이기는 향후 보완 과제로 남았다.
현대건설은 모마, 양효진이 분전했지만 1세트를 먼저 챙기고도 2, 3, 4세트를 내리 뺏기면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4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
-현대건설: 아포짓 스파이커 모마-미들블로커 이다현-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향-세터 김다인-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리베로 김연견.
지난 14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26득점, 공격 성공률 52.27%의 괴력을 선보인 주포 모마와 V-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태국 출신 위파위가 나란히 코트에 섰다.
모마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세터 김다인이 2경기 연속 선발로 게임 초반 운영을 책임졌다. 비시즌 국가대표팀 일정 소화 여파로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았던 이다현도 흥국생명의 높이를 막기 위해 투입됐다. 흥국생명이 자랑하는 김연경-옐레나 쌍포 봉쇄가 관건인 가운데 김주향이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역할이 기대됐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 전 "흥국생명이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리시브 효율은 다소 떨어졌다"며 "김연경을 막기는 힘든 만큼 흥국생명의 약한 쪽을 더 파고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공격을 더 과감하게 도전적인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옐레나-아포짓 스파이커 김미연-미들 블로커 이주아-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세터 이원정-리베로 도수빈
지난 13일 한국도로공사와 개막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따낸 흥국생명은 김연경-옐레나 쌍포를 앞세워 2연승을 노렸다. 세터 이원정과 주 공격수들의 호흡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 관전 포인트였다.
아시아 쿼터로 영입한 일본 출신 레이나가 부상 여파로 개막전에 결장한 가운데 현대건설전에서도 일단 웜업존에서 게임을 출발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는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로 준비 중이다"라고 짧게만 레이나의 컨디션을 전했다.
▲1세트: 높이로 '벽' 세운 현대건설, 완벽한 기선 제압
1세트는 예상과 다르게 현대건설이 일방적으로 흥국생명을 몰아붙였다. '블로퀸' 양효진과 이다현 두 미들블로커가 나란히 블로킹 2개 포함 5득점으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향도 4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세터 김다인은 주포 모마에게 의존하는 분배보다는 국내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놨다.
현대건설은 7-6으로 근소하게 앞선 1세트 초반 흥국생명의 범실과 김주향의 퀵오픈 성공, 이다현의 연이은 블로킹과 속공 성공으로 14-9의 리드를 잡았다.
16-12에서는 모마의 퀵오픈 성공, 양효진의 속공 성공, 이다현의 오픈 성공으로 20-13까지 달아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24-15에서는 김주향이 흥국생명 레이나의 공격 시도를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하면서 세트 스코어 1-0을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1세트에만 범실 8개를 쏟아낸 상황에서 옐레나, 김연경이 나란히 2득점으로 주춤하면서 화력 싸움에서 현대건설에 완전히 밀렸다. 리시브 효율은 40%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현대건설의 높이에 고전했다.
▲2세트: 흥국생명의 반격, 김연경-옐레나 쌍포의 부활
1세트를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내줬던 흥국생명은 2세트 곧바로 반격을 개시했다. 옐레나가 6득점, 공격 성공률 66.67%로 괴력을 뽐냈다. 김연경도 7득점 공격 성공률 43.75%로 정상 페이스를 찾으면서 원활하게 점수를 쌓았다.
흥국생명은 공격 범실 6개가 옥에 티였지만 1세트보다 한층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수비 후 공격으로의 연결 과정이 매끄러웠다. 블로킹 성공은 없었지만 공수 밸런스가 맞아떨어졌다.
흥국생명은 7-5로 앞선 2세트 초반 김채연의 속공 성공과 현대건설의 범실, 옐레나의 연이은 공격 성공과 이원정의 서브 에이스 등을 묶어 순식간에 15-6으로 격차를 벌렸다.
16-9에서는 김수지의 속공 성공, 김연경이 찬스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내면서 20-9까지 달아났다. 여유 있는 운영 끝에 25-12로 2세트를 따내면서 세트 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췄다.
현대건설은 모마가 2세트 4득점, 공격 성공률 57.14%로 분전했지만 1세트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던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주춤하면서 2세트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3세트: 치열한 접전, 희비는 범실로 갈렸다...흥국생명 웃고 현대건설 울고
3세트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세트 스코어 1-1 동점 상황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승부처였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 모두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3세트 흐름은 중반부터 현대건설 쪽으로 조금씩 쏠렸다. 현대건설은 12-12 동점에서 모마와 양효진의 오픈 성공, 김주향과 양효진의 블로킹, 흥국생명의 범실 등을 묶어 18-13으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흥국생명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주아의 속공 성공을 시작으로 현대건설의 범실, 옐레나의 오픈 성공, 이주아의 블로킹으로 18-17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이 흥국생명 이주아의 오픈 네트터치 범실과 모마의 백어택 성공으로 21-17로 다시 도망갔지만 흥국생명은 저력을 발휘했다. 김다솔의 서브 에이스, 옐레나의 연속 공격 성공으로 순식간에 4점을 따내 21-2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흥국생명은 3세트를 집어삼켰다. 현대건설 모마의 범실로 22-21로 역전한 뒤 김미연의 오픈 성공, 김다솔의 서브 에이스로 24-21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했다. 이어 김다솔이 또 한 번 서브 에이스를 선보이면서 세트 스코어 2-1로 승기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3세트 팀 공격 성공률이 31.71%에 그쳤지만 서브 에이스 4득점으로 세트 스코어 2-1의 역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장기인 높이를 살려 4개의 블로킹으로 3세트 내내 리드하고도 막판 연이은 범실과 수비에서의 균열로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4세트: 전열 가다듬은 현대건설,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갔다
승부의 추가 흥국생명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듯 했지만 현대건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5에서 흥국생명의 범실과 위파위의 오픈 성공, 이다현의 이동 성공, 위파위의 블로킹으로 11-6으로 앞서갔다.
높이를 앞세운 수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 흥국생명의 공격을 최소 실점으로 막았고 모마,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귀중한 득점을 따오면서 승부를 5세트로 가져갈 수 있는 여건이 점점 마련됐다.
흥국생명의 거센 저항에 14-11로 점수 차가 좁혀지기도 했지만 현대건설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양효진의 속공 성공, 모마의 오픈 성공, 흥국생명 옐레나의 공격 범실, 모마의 블로킹, 위파위의 오픈 성공 속에 20-14로 다시 격차를 벌렸다.
현대건설은 4~5점의 리드를 꾸준히 유지한 뒤 22-17에서 모마의 퀵오픈 성공, 흥국생명 박수연의 서브 범실로 24-19로 세트 포인트에 다가섰다. 24-21에서 김주향의 오픈 성공으로 4세트에 마침표를 찍고 5세트로 승부를 이어갔다.
▲5세트: 승부의 여신은 흥국생명에 미소를...'절대 1강'은 쓰러지지 않았다
5세트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였다. 11-11로 맞선 5세트 후반 현대건설 위파위의 오픈 공격을 흥국생명 이원정이 블로킹으로 저지했지만 흥국생명은 곧바로 박은서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12-12 동점이 됐다.
해결사는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12-12에서 오픈 성공으로 흥국생명에 리드를 가져다줬다. 이어 이주아가 모마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 매치 포인트 14-12를 선점했다.
흥국생명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옐레나가 현대건설에 작별 인사를 건네는 오픈 성공으로 길고 긴 혈투는 막을 내렸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