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지난 시즌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 후보에 올랐다.
AFC는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FC 애뉴얼 어워드 도하 2022' 일정을 발표했다. AFC의 연례 시상식으로 오는 31일 약 4년 만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AFC 글로벌 파트너 NEOM이 주최하며 AFC 올해의 선수, AFC 올해의 여자 선수, AFC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 AFC 올해의 감독, AFC 올해의 유망주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AFC 올해의 선수는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한정으로 한다. 과거 2005년 AFC는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올해의 선수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박지성, 토트넘의 이영표, 셀틱의 나카무라 슌스케 같은 선수가 AFC 올해의 선수상을 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 AFC 주관 대회에서만 활약한 선수들에게 올해의 선수상을 주면서 논란이 계속되자 AFC는 2012년부터 아시아 대륙이 아닌 타 대륙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따로 상을 만들었다. 이들을 위해 제정된 상이 바로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 상이다.
초대 수상자는 일본의 가가와 신지로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2013년에는 인터 밀란에서 주전 풀백으로 활약한 일본의 나가토모 유토가 수상했다.
2014년에는 호주 출신 미드필더 마일 예디낙(크리스털 팰리스)이 수상 영예를 안았고, 2015년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이 상을 수상하며 첫 대한민국 국적 수상자가 됐다. 2016년에는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일본의 오카자키 신지가 주인공이었고, 2017년 손흥민이 다시 이 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프랑크푸르트 핵심 하세베 마코토가 가져갔으며, 2019년 다시 손흥민이 올해의 국제 선수 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공식 수상자가 없다. 팬 투표에 의해 손흥민이 1위에 오르긴 했지만 AFC 공식 수상자 자격은 아니었다.
2019년 이후 4년 동안 AFC 연례 시상식이 열리지 않으면서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 수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4년 만에 재개되는 시상식에서 지난 시즌 나폴리 소속으로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도운 김민재가 아시아 국제 선수 후보에 선정됐다. 이란 출신의 FC 포르투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와 일본 출신 브라이턴 윙어 미토마 가오루가 김민재의 경쟁자다.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보면 김민재의 수상이 유력하다. 타레미는 포르투에서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22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으나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는 7경기 5골을 넣으며 8강 진출에 공헌했다.
미토마는 화려한 드리블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리그 24경기 7골 5도움으로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 브라이턴을 리그 6위에 올려놓는 뛰어난 활약이었지만 상대적으로 타레미나 김민재 활약상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반면 김민재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989/90시즌 이후 리그 우승이 없었던 나폴리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우승컵을 선물했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서 우승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나폴리가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다.
김민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1년 전에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했다. 유럽 5대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보다 강한 팀, 더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부호가 붙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처음에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으로 여겨졌으나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이적 첫 시즌이었음에도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나폴리 후방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빠른 스피드,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 스타일게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리그 35 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30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에 불과했던 김민재는 완벽하게 그 공백을 지워버리며 1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했다. 강력한 공격수들도 김민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틀어막은 김민재는 수비 축구 본고장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데 이어 팀 동료 조반니 디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과 함께 올해의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민재의 활약으로 나폴리는 구단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9/90시즌 이후 무려 33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리버풀, 아약스 등 까다로운 팀들과 조별리그 일정을 치러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비록 8강에서 AC밀란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많은 팀들의 관심이 쏟아졌고, 김민재의 몸값도 수직상승했다. 베이징 궈안에서 페네르바체로 이적할 당시 300만 유로(약 42억원)를 기록했던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에서의 활약으로 2000만 유로(약 283억원)에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에서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다루는 트란스퍼마르크트 기준 6000만 유로(약 85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김민재에게 수많은 팀들이 달려들었다. 프리미어리그 강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등이 관심을 보였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이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 금액 5000만 유로(약 714억원)를 지불하며 김민재를 품었다. 바이아웃 덕에 오히려 본래 가치보다 더 싸게 영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랐을 정도로 김민재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김민재의 활약은 축구계를 강타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 후보 30인에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레키프도 "김민재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선정된 이유는 이번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기 전, 나폴리에서 보여준 공중에서의 운동 능력과 첫 번째 빌드업 능력으로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며 김민재가 후보에 오른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요슈코 그바르디올(크로아티아), 후벵 디아스(포르투갈·이상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수비수 포지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통 공격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공격수, 그 다음 미드필더가 많은 주목을 받는 데다가 그바르디올은 월드컵에서의 활약, 디아스는 맨시티 트레블 핵심 멤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민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뮌헨으로 이적해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는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뮌헨 홈구장 데뷔전인 지난 8월13일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뮌헨 공식 경기 데뷔를 이룬 김민재는 일주일 뒤 개막한 분데스리가에서 전 경기 선발로 나서며 투헬 감독에게 인정받았다.
마테이스 더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출전하는 동안 김민재는 부동의 주전 센터백으로 출전하고 있다. 월드 클래스로 성장한 김민재다.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된 김민재가 AFC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로 선정되지 않는 그림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김민재는 2019년 손흥민 이후 4년 만에 이 상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바이에른뮌헨, 프랑스풋볼, 연합뉴스, AFC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