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프랑스를 대표했던 전설적인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보는 리오넬 메시는 어떨까.
2007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아스널에서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로 향한 앙리가 발견한 메시는 '우승시켜주는 기계'에 가까웠다.
13일(한국시간) 전 축구선수 앨런 시어러, 게리 리네커, 마이카 리차즈는 티에리 앙리를 초대, 축구 팟캐스트 채널 '더 레스트 이즈 풋볼(The Rest Is Football)'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앙리는 최근 프랑스 21세 이하(U-21)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앙리는 메시와 뛰던 시절을 회상하며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팀이었다"고 전했다.
"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경쟁심이라는 것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발현되는 것"이라고 운을 뗀 앙리는 "내가 잘하던 그(메시)가 잘하던 상관 없이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난 선수들을 보며 생각한다. '누가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까'"라며 "만약 대답이 나 자신이라는 결론이 난다면 내가 열심히 뛰면 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언제나 답은 메시였다"며 메시의 능력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앙리는 "나도 자존심이 강하지만 뿜어져나오는 그 자존심을 버려야할 때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메시를 위해 뛰면 한 경기에 3~4개의 득점을 가져다 주는데 '나도 하나만! 나도 한 골 줘!'하는 건 웃긴 일이다"라며 우스꽝스러운 흉내를 낸 뒤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오, 아니야. 그냥 난 내 할 일 할게. (메시가)가서 골 넣고 와'하면 알아서 이기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앙리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아스널에 8시즌을 몸담았다. 아스널에서 2번의 리그 우승과 3번의 FA 컵 대회를 우승했음에도 그에겐 '빅이어(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챔피언스리그 대회 우승 트로피)'가 없었다. 때문에 앙리는 정든 아스널을 떠나 2007년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2007/08시즌 바르셀로나는 아무런 대회 트로피도 들지 못했다. 앙리는 실망했지만 한시즌 더 있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신의 한수가 되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2008/09시즌 참여할 수 있는 모든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그 시즌에만 6개의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코파델레이(FA컵),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슈퍼컵), 클럽 월드컵. UEFA 슈퍼컵을 모두 우승하며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다.
앙리는 "만약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존심을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며 "난 아스널에서 전·후반 각각 25회씩 볼 터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선 4번밖에 못했다. 그 사실은 내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볼 터치가 적어 개인 기록을 많이 기록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앙리는 이에 비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로서 뭘 이룩하려는 것인가? 골 많이 넣는 것을 원하는 건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건지 정해야한다"며 "물론 잘하면서 트로피 6개를 들면 제일 좋긴 하다. 메시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대업을 위해 내 기록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375경기 228골을 넣으며 런던의 왕이 됐다. 8시즌을 뛰었으니 시즌당 약 30골을 약간 밑도는 골을 기록한 셈이다.
바르셀로나에선 달랐다. 2007/08시즌 47경기 19골, 2008/09 시즌에는 42경기 26골을 집어넣는 등 아스널에서 보여주던 기록을 그대로 스페인까지 끌고올 순 없었다. 물론 훌륭한 기록이었으나 아스널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앙리는 불만이 없다. 메시와 바르셀로나 덕분에 염원했던 '빅이어'를 커리어에 추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앙리는 메시의 플레이스타일에 관한 평가도 내렸다.
앙리는 "메시가 많이 걷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그를 잘 보면 걷다가도 공을 잡으면 미친듯이 뛴다"며 "공격수들은 알겠지만 공을 잡고 뛰면서 드리블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패스 길을 찾음과 동시에 몸싸움도 이겨내야하고,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칠 판단도 해야하고, 태클도 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시는 이 모든 것을 쉽게 해낸다는 앙리의 증언이다. 앙리는 "그렇게 뛰다보면 힘드니까 걷는 게 당연하다"며 "그리고 날 우승시켜줄 수 있으면 하루종일 걸어도 상관없다"며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앙리는 또한 드리블을 주로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유망주들에게도 교훈을 남겼다.
그는 "유망주들아, 그렇다고 메시처럼 할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는 지금 리오넬 메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또 한 번 패널들을 폭소케했다. 메시처럼 해낼 수 없다면 메시처럼 하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다.
은퇴한 4명의 축구 선수들은 앙리의 여러 족적을 살펴보던 가운데 바르셀로나 시절이 어땠는지 회상했다. 앙리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전방 압박의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며 바르셀로나 시절이 행복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공격수 출신 시어러와 리네커에게 "지금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게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지 않나"라며 동의를 구했고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건 지금의 맨시티에서 뛰는 느낌과 똑같다"며 당대 최강의 팀과 현대 최강의 팀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헀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