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응원 열기는 대단하다. 그러나 가끔 도가 지나친 응원 문화로 인해 제재가 가해지기도 한다.
오는 11월 26일(한국시간) 펼쳐질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시간이 조정됐다. 사유는 극렬한 서포터 충돌 때문이다
14일(한국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은 "경찰이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를 원래 예정된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에서 오후 12시 30분으로 5시간 당겼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에 경기를 치르는 아스널과 브렌트퍼드의 리그 13라운드 경기를 대신 뒤로 미뤘다.
신문은 "맨시티와 리버풀 경기가 앞당겨졌다. 서포터 사이 잦은 충돌 때문"이라고 전하며 "경찰이 포함된 지역 안보 유지 담당 부서가 이른 저녁에 해당 경기를 시작하는 것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버풀과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1강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팀이다.
두 팀 갈등은 2010년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22/23시즌 리그컵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두 팀의 경기에선 유혈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리그컵이어서 밤에 열렸다. '데일리 메일'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맨시티 십대 소녀팬 한 명이 리버풀의 원정팬 좌석에서 던진, 돼지 저금통 수준의 동전 가득한 플라스틱 병을 맞고 '평생 남을 흉터'를 얻었다"고 전했다.
두 구단은 경기 전 팬들에게 차분함을 유지하라고 요청했지만, 리버풀 원정석에서 경기장으로 던진 물품만 50개가 넘을 정도로 거친 갈등이 있었다.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자 리버풀은 결국 해당 시즌 4월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맨시티 홈경기서 3000석에 달하던 리버풀 원정 응원석을 2400석으로 삭감하는 징계를 받았다.
리그컵과 리그 경기에서 맨시티가 각각 3-2, 4-1로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은 경기도 지고 팬들의 매너에서도 지게 됐다.
그렇다고 맨시티 팬들 응원 매너가 좋다고 말할 순 없었다.
맨시티 팬은 지난 시즌 10월에 열린 리그 11라운드 경기서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를 방문해 '살인자들'이라며 낙서를 저질렀다. 이어진 4월 홈구장 리턴 매치에서도 축구사 최대 참사 중 하나로 불리는 힐스버러 참사에 대해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 맨시티 구단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의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힐스버러 참사는 지난 1989년 일어난 붕괴 및 압사사고다.
당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4강전이 펼쳐지던 힐스버러스타디움에서 일어난 참사로 리버풀 팬들이 1600여석 되는 좌석에 3만명이나 들어차며 구조물이 붕괴된 사고다.
경기장을 운영하던 측의 오판으로 인해 많은 수의 리버풀 팬들을 한꺼번에 입장시켰고 제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관중이 한 지역에 응집되며 경기장 스탠드와 경기장 난입 방지용 대형 철조망이 무너지는 등 압사사고가 일어났다. 축구 97명의 사망자와 766명의 부상자를 낳으며 전세계 축구 역사상 소요사태 없이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해당 사건은 세계 축구사 최악의 참사 중 하나이며 리버풀 팬들에겐 큰 상처로 남은 사건이기도 하다.
이런 참사를 조롱거리로 삼았으니 맨시티 팬들도 훌리건(극단적 축구 광팬을 가리키며 보통 폭력을 동반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맨시티 구단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팀의 팬들에게 매우 실망했다"며 힐스버러 참사를 조롱한 모든 서포터들을 비판했다.
사진=더 텔레그래프, 연합뉴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풋볼 365, 스카이스포츠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