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배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6개월 전 봄배구를 뜨겁게 달궜던 두 팀이 새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현대캐피탈이 맞대결을 갖는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전을 치른다. 1층은 물론이고 2층 좌석 모두 온라인 예매로 판매되면서 매진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전히 대한항공은 강력한 '우승후보'다. 2020-202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남자부 최강 팀임을 입증해 보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부임 이후 신·구 조화의 위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2021-2022시즌부터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팀에 무게감을 더했다.
젊은 선수들의 출전 및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은 틸리카이넨 감독의 '빈틈없는 운영' 덕분에 선수층도 확실하게 탄탄해졌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내내 안정적인 페이스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전력 면에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아웃사이드 히터 임재영과 리베로 박지훈이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팀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전력 누수는 없었다. 불안 요소라고 할 만한 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한 가지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과 함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게 된 필리핀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가 팀에 합류한 것이다. 에스페호는 비시즌 기간 동안 연습경기에 참가하면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고, 지난달 13일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더스과의 경기에서는 팀 내 최다인 20득점을 올리면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탄탄했던 기존 전력에 에스페호까지 V리그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올 시즌에도 대한항공은 고공비행을 이어갈 것이 유력하다. V리그 남자부 역사상 첫 '통합 4연패' 도전을 정조준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우승 도전에 실패했으나 최태웅 감독 체제 아래에서 직전 두 시즌 동안 시도했던 리빌딩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 됐고, 그 과정을 통해서 리베로 박경민 등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확인한 시즌이었다.
성적까지 받쳐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현대캐피탈의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특히 대한항공전 열세는 마지막까지도 극복하지 못한 과제다. 정규리그 6번의 맞대결에서 1승에 그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3연패를 당하면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홈 경기장인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젊은 선수들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는 결과물로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봄배구 그 이상까지도 바라봐야 하는 시즌이다. 상대전적 열세를 털어내고 1라운드를 시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현대캐피탈이 개막전 승리를 노리는 이유다.
국내 선수만 놓고 본다면 전력은 지난 시즌과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아포짓 스파이커 문성민·허수봉, 미들 블로커 박상하 모두 재계약 도장을 찍으면서 잔류를 택했다.
두 명의 선수가 새롭게 가세한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현대캐피탈의 일원이 된 미들 블로커 차이 페이창(대만)과 새 외국인 선수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한 시즌을 뛴 아흐메드는 'V리그 경력자'로, 리그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 11일 남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최태웅 감독은 "지난 몇 년 세대교체를 하면서 선수들, 스태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성적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경기력이 못 나온 것 같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걸 배구장에서 보여주지 못한 거 같아서 처음 팀에 부임했을 때 선수들과 즐겼던 배구를 하고, 재밌게 선수들과 웃으면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만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경기가 잘 풀려야 그만큼 웃는 날이 많아진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의 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홈 팬들 앞에서 개막전을 소화하는 대한항공이 건재함을 과시할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