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5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최종 성적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끈 한국은 7일 중국 저장성 더칭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5~6위 결정전에서 대만에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17)으로 승리했다. 최종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초 입상을 노렸다. 첫걸음을 잘못 내디뎠다.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베트남에 2-3, 충격의 리버스 스윕패를 당했다. 네팔에 3-0으로 승리해 조별리그를 1승1패로 마쳤다. 베트남(2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 라운드에 진출했다. A조 1위 중국(2승), 2위 북한(1승1패)과 E조에 배정됐다.
8강에선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경쟁했다. 한국과 북한은 1패, 베트남과 중국은 1승을 적립한 채 8강을 시작했다. 준결승으로 나아가려면 E조 2위 안에 들어야 했다. 중국, 북한전을 앞둔 한국은 2승을 거둬야 다음 단계를 노릴 수 있었다. 지난 4일 중국전서 0-3으로 완패하며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중국에 패배 후 북한전서 3-1로 승리했다. E조 3위(1승2패)에 올랐다. 5~8위 결정전서 카자흐스탄을 3-0으로 제압하며 5~6위 결정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만을 꺾고 5위를 기록했다.
빈손인 것은 아쉽다. 역대 두 번째이자 17년 만의 노메달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1962 자카르타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총 15차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2006 도하 대회에서만 5위에 머물렀다. 항저우에서 다시 아쉬움을 삼켰다. 그나마 도하와 같은 5위라는 점이 위안이다.
이날 세터 김다인(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GS칼텍스)와 표승주(IBK기업은행), 아포짓 스파이커 이선우(정관장),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과 박은진(정관장), 리베로 김연견(현대건설)이 선발 출전했다. 2세트부턴 문정원(한국도로공사)이 아포짓으로 선발 라인업에 올랐다. 3세트엔 이다현 대신 이주아(흥국생명)가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꿰찼다.
한국은 팀 블로킹에서 7-3, 서브에서 8-1로 우위를 점했다. 범실은 한국이 10개, 대만이 11개를 저질렀다.
강소휘가 블로킹 1개, 서브 1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1득점을 터트렸다. 표승주가 서브 2개를 묶어 12득점, 박은진이 블로킹 2개, 서브 1개를 얹어 10득점을 지원했다.
김다인이 블로킹 2개, 서브 2개를 곁들여 5득점, 이다현과 이선우가 각 4득점, 이주아가 블로킹 1개를 더해 4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1세트는 중반까지 팽팽했다. 한국이 앞서나가면 대만이 뒤쫓는 양상이 계속됐다. 한국은 박은진, 이다현의 공격 등으로 6-3 우위를 점했다. 7-8로 역전을 허용한 뒤 이선우, 강소휘의 공격 등에 힘입어 11-8, 재역전했다.
다시 11-11로 쫓긴 이후 15-15까지 나란히 나아갔다. 상대범실과 김다인의 연속 서브에이스로 18-15, 달아났다. 강소휘의 공격으로 20-17에 올랐다. 강소휘, 이다현의 연속 득점으로 24-20, 세트포인트를 이뤘다. 상대 공격범실로 1세트 승리를 차지했다.
2세트 초반 1-3으로 끌려갔다. 강소휘의 공격, 박은진의 블로킹, 문정원의 서브로 4-3을 만들었다. 대만의 일격이 시작됐다. 한국은 10-14로 뒤처졌다. 표승주의 공격, 김다인의 블로킹으로 13-14를 이뤘으나 범실 등으로 14-17이 됐다. 연속 득점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이선우의 공격, 표승주의 서브, 강소휘의 블로킹이 연이어 터졌다. 19-18을 빚었다.
후반 이선우의 공격범실로 20-21에 처했다. 강소휘가 3연속 공격 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상대범실까지 얹어 24-21로 세트포인트에 도달했다. 강소휘가 25점째를 완성했다.
한국은 3세트에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3-3에서 강소휘, 표승주, 박은진의 공격과 강소휘의 서브, 표승주의 공격, 박은진의 블로킹으로 9-3, 기세를 높였다. 세트 중반 이주아의 공격, 상대 범실, 표승주의 서브로 16-6, 10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강소휘의 공격으로 20-10 더블 스코어를 선보였다. 박정아(페퍼저축은행)의 공격으로 24점, 강소휘의 공격으로 25점에 올랐다. 셧아웃 승리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세자르호의 올해 국제대회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5~7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라운드서 12전 전패, 승점 0점으로 퇴장했다. 2년 연속 전패로 24연패에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세트만 따내고 36세트를 내줬다.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4개팀 중 6위에 올랐다. 1975년 초대 대회에 참가한 이후 2019년까지 총 20회에 걸쳐 출전했지만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서 준우승 7회, 3위 10회, 4위 3회를 선보였다. 가장 최근 참가했던 2019년에도 3위였다. 올해 48년 만에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7연패로 물러났다. C조 8개팀(한국·이탈리아·미국·독일·태국·콜롬비아·슬로베니아·폴란드) 중 유일하게 '무승'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승점 2점으로 조 최하위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 여자배구는 2012 런던올림픽서 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서 5위,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서 4위를 기록했다. 내년엔 올림픽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메달과는 너무 멀었다. 최악을 면한 채 최선으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