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유진 기자) 가수 겸 배우 故설리가 출연한 '진리에게'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와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 작품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당초 이 작품은 '페르소나 : 설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아이유의 단편 영화를 묶은 '페르소나'의 다음 이야기인 '페르소나2'로 불렸으며, 2019년 촬영을 시작했지만 설리가 사망하면서 촬영이 중단됐다.
2005년 드라마 '서동요'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설리는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로 데뷔해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10월 14일 향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CGV센텀시티에서 '진리에게' 상영 후 정윤석 감독과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정윤석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라서, 최진리 배우님이라고 불러야 할 지 조금 헷갈리기도 하다"며 "저 뿐만이 아닌 모든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과 윤리는 주인공의 삶을 존중하면서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인데, 저의 지난 작품들과 크게 다른 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작품 연출 과정을 설명했다.
설리와의 촬영 기억을 되짚으면서는 "많이 경청하셨다. 정말 특이한 것인데, 실제 저와도 많은 대화가 없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기보다 많이 들으시는 편이었고, 상대방의 입장을 많이 수용하려고 하셨었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배우님에 대한 이미지와 대척점에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원래의 최진리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싶더라. 배우님을 봤을때 친절과 배려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친절은 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여진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행동은 친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배려는 그런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배우님은 친절과 배려를 구분하는 사람이었고, 사람들의 생각을 더 많이 들었던것 같다. 예능이라는 TV 포맷에서 봐 온 모습과도 많이 대척점에 있는 부분이었다"라고 밝혔다.
설리를 지켜보며 "배우를 아티스트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저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나 침묵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도 인터뷰를 할 때 특별한 것 없이 생각을 정리하고, 주인공이 답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떠올렸다.
실제 촬영을 위해 설리의 데뷔 후 14년 여간 참여했던 인터뷰 기사를 모두 읽었다고 전하며 "저희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고인의 말씀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유품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유를 전했다.
설리의 인터뷰 촬영을 "공개를 원칙으로 찍은 것이다"라고 말을 더한 정 감독은 "여성이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약자에 대한 문제였든 고인의 말들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그것이 평등의 문제일수도 있고, 모녀의 얘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어머니에게도 말씀드린 것이, 이것은 진리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분을 그리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진리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화자가 최진리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시점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리에게'는 7일 상영에 이어 8일과 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상영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