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은 인터뷰 전까지 아시안게임 리커브 단체전 7연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부담 없이 활 시위를 당겨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는 표정이다.
임시현(한국체대), 최미선, 안산(이상 광주은행)으로 이뤄진 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푸양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의 하일리간, 리제만, 안치슈안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5-3(58-58 55-53 55-56 57-54)으로 이겼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지난 1978년 방콕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리커브 여자 단체전에서 통산 10회 우승을 일궈냈다.
연속 우승으론 1998년 방콕 대회부터 7회다. 1978년 초대 우승을 일본이 차지한 뒤 한국은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1990년 베이징 대회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가 바로 다음 방콕 대회에서 되찾고는 이번 항저우 대회까지 7회 연속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그간 중국과 대만이 지속적으로 한국이 차지한 시상대 맨 위를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9차례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던 한국 여자 양궁이 아시안게임에서도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게 듣고 나서야 "이제 알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연속 우승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안산은 "여자 단체전 7연패라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 듣고 나니까 굉장히 뿌듯하다. 정말 실력 좋으신 선배님들 결과에 우리가 함께 이바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미선 또한 "7연패라는 걸 방금 알았다"며 "우리가 이룰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다음 8연패까지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막내 임시현은 "언니들과 연속 우승을 하게돼 너무 기쁘다"며 "다음에 8연패도 이 언니들이랑 같이 하고 싶다"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결승전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 4세트에서 안산이 8점을 쏘는 등 흔들렸다. 다행히 중국 선수들이 마지막 2발을 연달아 8점 쏘면서 낙승했다.
이에 대해 안산은 "올라오기 전에 '8점만 쏘지 말자, 9점 안에만 넣자'라는 마음으로 올라왔는데 1, 2, 3세트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8점을 쐈다"면서 "굉장히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했는데 뒤에서 잘 마무리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산 다음 차례였던 최미선도 부담감이 컸을 터였다. "솔직히 말하면 좀 긴장되긴 했다"고 고백한 최미선은 "그래도 뒤에서 시현이가 잘 마무리해 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더 자신 있게 쏜 것 같다"고 임시현을 믿고 활 시위를 당겼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최고로 긴장됐다. 그래도 우리 다 같이 열심히 운동했던 게 있으니까 후회 없이 그냥 잘 마무리하고 나오자는 마음으로 쐈는데 그게 잘 들어갔다"고 씨익 웃었다.
임시현과 안산은 7일 오전 예정된 리커브 개인 결승전에 나란히 진출해 금메달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인다. 임시현이 금메달을 따면 대회 3관왕에 오른다. 임시현은 지난 1일 열린 이번 대회 퀄리파잉 라운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해 한국 대표팀의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 혼성전 3종목 출전권을 얻었다. 지난 4일 이우석과 짝을 이뤄 혼성전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안산이 금메달을 따면 대회 2관왕에 오른다. 안산은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 혼성전을 모두 싹쓸이하며 3관왕이 됐다.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다관왕에 오르는 셈이다.
안산은 "어떤 경기를 펼치든 우승은 한국 선수가 하는 거다. 우리끼리는 부담감 감지 말고 재밌게 즐기자고 말을 해놨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시현도 "(안)산 언니랑 같은 생각이다. 언니랑 내일 경기에서 제일 많이 즐기고 싶다"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