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유진 기자) 중국 배우 판빙빙이 몇년 간 자신을 따라다니는 각종 루머를 받아들였던 마음가짐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슈아이 감독과 배우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올해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판빙빙은 전날 열렸던 개막식에서 핑크빛이 감도는 은은한 시스루 드레스로 레드카펫 위의 시선을 싹쓸이한 바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층 차분해진 톤으로 작품 이야기는 물론, 꼬리표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각종 논란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판빙빙은 "7~8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아왔다"고 인사한 뒤 2018년 탈세 스캔들에 연루된 후 실종설, 사망설에 휘말리는 등 배우로서 활동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던 때를 떠올렸다.
4일 개막식에서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의 이름을 꺼낸 판빙빙은 "어제 주윤발 씨가 수상을 하지 않았나. 느낌이 좀 새로웠다. 1979년부터 영화를 시작하셨는데, 그 분의 연기 경력을 보면 1년에 8~9편을 찍은 적도 있고, 나중에는 시간을 조절하면서 1년에 한 두편 정도 찍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 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연기자에게는 때로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토리와 사람을 만날 필요성도 있다. 제게는 지난 몇 년이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눈으로 다른 인생과 스토리를 바라보고 또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인생을 새롭게 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마치 인간의 생명주기와 마찬가지로, 삶의 기복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복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생활을 통해 내 안의 콘텐츠를 더 쌓아갈 수 있는 시간 아닐까 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루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백기'라는 표현을 구체적인 단어로 얘기하며 심경을 전했다.
판빙빙은 "쉬는 몇 년의 공백기 동안 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인들과 교류르 많이 했다. 그간 듣지 못한 영화 관련 수업도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던 일들도 색다른 경험을 통해 제 인생을 조금 더 축적하는 시간이었다"고 짚었다.
판빙빙은 '녹야' 속에서 자신이 연기한 진샤라는 인물을 '조심스럽고 얌전한 마음 속에 숨겨진 스토리가 많은 여성'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언급하며 "몇 년 동안 제가 갖고 있던 개인적인 사건과 스토리가 영화와 잘 매치되는 것 같았고,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은 영화의 스토리는 언제나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1981년 생으로, 지난 1996년 데뷔해 활동 중인 판빙빙은 "26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그 역할들을 통해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연기를 향한 여전한 의지를 보여줬다.
판빙빙은 이주영, 한슈아이 감독과 함께 '녹야' GV(관객과의 대화) 등에 참석하며 영화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