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경기의 중요한 순간, 최고의 선수를 교체로 뺄 수 있는 감독이 몇 명이나 있을까.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감독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 무패 기록을 7경기까지 늘렸다.
토트넘은 전반 초반 리버풀의 거센 압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반 25분 리버풀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가 퇴장당하며 점차 분위기를 잡았다. 전반 36분 손흥민이 히샤를리송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기록한 토트넘은 전반 추가시간 리버풀 공격수 코디 각포에게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토트넘은 후반 24분 디오구 조타까지 퇴장당하며 무려 2명이나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추가 득점이 터지지 않았는데, 후반 추가시간 페드로 포로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조엘 마팁의 발을 맞고 리버풀 골문 안으로 향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원톱으로 출전해 선제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지만,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당초 지난 24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이후 토트넘 부상자 명단 올랐었다. 결국 부상 여파가 있기에 이번 리버풀전에서도 손흥민은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가던 후반 24분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교체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교체에 주목하며, 그의 결단력이 가져온 결과를 조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3일 "포스테코글루가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을 불러들인 의지는 장기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는 9명의 리버풀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승리를 쫓으면서도 손흥민과 매디슨을 교체했다. 두 선수는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득점 중 10골을 득점하거나 어시스트했으며,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들이다. 이러한 변화로 토트넘의 화력은 줄어들었고, 토트넘은 6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을 상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었지만 교체를 단행했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교체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난 아스널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선수를 경기에서 교체했다. 토트넘은 두 선수가 없음에도 리버풀을 상대로 추가골을 뽑아냈지만, 그의 교체는 자제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두 선수의 교체는 미리 계획된 것이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최고의 선수를 빼는 것은 엄청난 절제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그는 토트넘의 승리가 확정된 후에도 침착함을 유지한 것을 보면 그의 강점을 알 수 있다"라며 손흥민과 매디슨을 팀 승리를 눈앞에 둔 순간에도 교체할 수 있는 포스테코글루의 절제력에 감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냉철한 교체는 이미 시즌 초반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개막전 당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머리 부상을 입자, 지체없이 그를 교체했다. 로메로는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고 주장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문제가 모호하다면 고민 없이 선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교체를 진행했다.
매체는 이러한 교체 방식의 장점에 대해 "앞으로 몇 달 동안 핵심 선수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스널전에서 두 선수가 미리 교체되지 않았다면 리버풀전에 출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 시즌 대부분을 부상을 달고 뛰었기에 이런 조치가 적절하다. 손흥민과 매디슨이 매우 중요한 선수기에 항상 경기에 출전시키고 싶겠지만, 그렇기에 적절한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라며 두 선수가 꾸준히 활약할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버풀전 교체의 긍정적인 효과도 지적하며 "두 선수가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교체되지 않았다면 두 선수 모두, 혹은 두 선수 중 한 명이 루턴 타운전에 결장할 위험도 있었다. 리버풀을 상대로 팀을 장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운영한 것은 팀에 만족스러운 보상이 될 것이다"라며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루턴 타운전에서 두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특히나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관리를 받으며 경기에 정기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면 토트넘 전력에는 당연히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영국 현지에서는 올 시즌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활약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개막전이었던 브렌트포드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뛰어난 활약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번리전 이후 줄곧 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데,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하에서 토트넘 최전방에 어울리는 선수로 거듭났다. 9월 리그 4경기에서 무려 6골을 뽑아낸 그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에서도 엘링 홀란에 이은 리그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는 "토트넘에서 다시 태어난 손흥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최전방 계획의 중심"이라고 보도하며 "안토니오 콘테와 조세 무리뉴는 손흥민이 팀의 최전방을 이끌기에 부적합하고, 공을 잡을 존재감이 부족하며, 속도와 다이렉트함이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데 적합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손흥민은 엘리트 중앙 공격수로서의 새로운 국면을 자신의 선수 경력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압박 능력, 경기를 읽는 능력, 마무리 능력은 그를 치명적인 서수로 만들었다. 그는 리버풀전 선제골과 아스널전 첫 골 모두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득점하는 타고난 페널티박스 플레이였다"라고 칭찬했다.
디애슬레틱도 지난 2일 "중앙 공격수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가 재창조한 토트넘의 상징이다"라고 보도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서 중앙 공격수는 팀의 점유율이 높더라도 터치가 적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 셀틱에서도 후루하시 교고가 경기당 평균 14개 미만의 터치를 기록하면서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최고 득점자로 시즌을 마쳤다. 손흥민은 이번 리버풀전에서 센터백을 점유하며 매디슨과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손흥민이 기존보다 터치 횟수는 줄었지만, 전술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원톱으로 출전한 최근 4경기에서 평균 터치 횟수가 24.75회로 앞서 윙으로 출전한 3경기에서 평균 51.33회의 터치를 기록했던 수치보다 절반 이상 공을 만지는 상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향력은 대폭 상승했다. 손흥민은 원톱으로 출전한 4경기에서 무려 6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리그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전방에서 상대 수비가 제대로 빌드업을 할 수 없게 엄청난 압박을 선보이는 모습도 매 경기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애슬레틱도 "손흥민은 예전만큼 빠르지 않지만, 여전히 케인보다 나은 속도를 갖고 있으며, 상대 팀을 뒤로 밀어내기 위한 반복적인 스프린트와 골키퍼를 압박하는 데 적합한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에 대해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식이 손흥민에게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는 우리가 리버풀에 가한 수비 압박을 주도했다. 지난해 그는 100퍼센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올 시즌 더 나아진 손흥민에 감탄했다.
매체는 또한 손흥민과 케인의 유사성을 비교하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디애슬레틱은 "케인은 세계 최고의 피니셔이며, 손흥민은 양발을 활용하고, 중거리 슛 측면에서 케인과 경쟁할 수 있는 극소수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손흥민은 컷백과 낮은 크로스를 마무리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박스 안 움직임으로 자신의 경기력을 개선했다"라며 손흥민이 케인과 비교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토트넘은 손흥민이 루턴 타운전에도 출전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리그 무패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 보도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몸 상태에 대해 "손흥민과 매디슨 모두 오늘 훈련을 마쳤고 무리 없이 잘 소화했다"라며 그가 루턴 타운전에서 출전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단으로 토트넘이 다음 경기에서도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가운데, 손흥민이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도 루턴 타운을 상대로 출전해 득점을 뽑아낼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