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33년 만에 벌인 아시안게임 남북대결에서 완승을 챙기고 2연승을 달렸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2차전에서 북한을 81-62로 대파했다. 이날 한국의 장신 센터 박지수(198cm)는 18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북한에선 205cm 센터 박진아가 26득점, 슈터 리은정이 14득점으로 분전했다.
한국은 태국과 1차전 90-56 대승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1차전에서 대만을 91-77로 이긴 북한은 1승1패가 됐다.
한국과 북한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해 은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당시 로숙영, 장미경 등 일부 북한 선수들이 코리아에 합류해 남측 선수들과 손발을 맞췄다. 그러나 5년이 흘러 이번엔 서로를 뚫고 막아야 하는 상대로 만났다.
두 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격돌하기는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 경기에선 한국이 북한을 70-67로 눌렀다. 리턴 매치에서는 점수 차가 더 벌어져 한국이 넉넉하게 이겼다.
이날 한국은 강이슬, 박지수, 박지현, 김단비, 이경은으로 스타팅 라인업을 구성했다. 북한은 로숙영, 강향미, 홍련아, 김류정, 박진아가 선발로 나왔다.
한국은 경기 전만 해도 한 수 위 전력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의 강한 저항에 쉽지 않은 1쿼터를 보냈다. 1쿼터 59초 만에 박지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강이슬이 2점슛을 성공시켰지만 이후 북한이 장신 박진아를 이용한 포스트플레이로 응수하면서 순식간에 2-8로 리드를 당했다.
한국의 야투 성공율이 부진한 가운데 박진아가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을 성공시켜 계속 경기 주도권을 북한 쪽으로 기울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북한은 주포 강이슬을 잘 파악한 듯 그를 꽁꽁 묶는 전략을 섞었다. 1쿼터는 북한이 13-11로 앞선 채 마쳤다.
2쿼터에서도 한국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한 채 북한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의 3점포가 두 방이나 쾅쾅 터지면서 한국이 11-21로 크게 뒤졌다. 리은정과 강향미가 각각 3점슛을 꽂아넣으며 한국 벤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정 감독이 작전 타임을 불러 전열을 정비했고, 이후부터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조금씩 넘어왔다.
이해란이 2점슛에 이은 추가 자유투로 3점을 따라잡은 한국은 박진아와 매치업을 이루는 박지수가 맹추격전 중심에 섰다. 2점포로 북한을 5점 차까지 쫓아간 한국은 2쿼터 4분10초 남겨놓고 박지수가 넘어지면서 쏜 슛이 들어가면서 상대 반칙으로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내 웃었다.
박지수는 추가 자유투를 넣지 못했으나 북한 벤치가 그의 분전에 놀라서 작전 타임을 외칠 정도였다. 이후에도 한국은 이해란의 속공과 박지수의 골밑 돌파가 성공하면서 22-21 역전에 성공했다. 북한은 거의 4분간 득점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종료 1분58초를 남기고는 이소인이 이날 첫 3점포를 꽂아넣으면서 기세를 확실히 탔다. 결국 33-25, 8점 차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3쿼터부터는 한국의 장기인 외곽슛이 터지면서 북한과의 점수 차를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박지현, 강이슬, 김단비가 3점포를 속속 꽂아넣더니 센터 박지수까지 외곽슛을 꽂아넣어 북한의 기를 죽였다. 3쿼터 초반 5분 사이 3점포가 4방이나 쾅쾅쾅쾅 꽂혔다.
한국이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며 4쿼터 등을 대비한 체력 안배에 나선 반면 북한은 로테이션이 적어 조금씩 빨리 지치기 시작했다. 초반 한국을 놀라게 하던 리은정의 슛도 조금씩 정확도를 잃어갔다. 결국 3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이경은 어시스트에 이은 박지수의 골로 57-37, 20점 차가 되면서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지경까지 한국이 앞서기 시작했다. 3쿼터는 62-42로 끝났다.
한국은 4쿼터에서 승리를 굳혔다. 북한이 올코트 프레싱을 하는 등 대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박진아가 지쳤고 한국 선수들이 상대 거친 수비를 역이용하는 상황에서 큰 효과는 없었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박지수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통증으로 코트를 떠났으나 남은 선수들이 지친 박진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스피드로 흔들면서 낙승했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