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팀이 하계 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여정에 나선다. 난적 대만을 꺾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당일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선사하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정균 감독이 이끄는 LOL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China Hangzhou Esports Centre)에서 대만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종목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28일 오전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렸던 중국과 준결승전을 2-0 승리로 장식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를 먼저 따내고 기선을 제압한 뒤 2세트 열세 상황을 뒤집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2세트 초반 '카나비' 서진혁의 세주아니가 극초반 봇 라인 갱킹에 실패하면서 중국이 미소를 지었다. 이어 9분 경 '협곡의 전령'을 둔 전투에서 '쵸비' 정지훈의 탈리야가 먼저 쓰러지고 시작하면서 2000골드 이상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한국 LOL 대표팀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12분 개인 능력을 앞세운 팀워크로 중국을 몰아내고 '드래곤 버프'를 확보했다. 이후 한국은 야금야금 따라가면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룰러' 박재혁의 제리가 폭발적으로 활약하면서 19분 이후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정지훈의 탈리야는 한국의 오브젝트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6분 '내셔 남작 버프'를 얻은 한국은 굳히기에 나섰다. 35분에는 '장로 드래곤' 사냥에 앞서 탑 라인 억제기를 파괴하고 사전 작업에 성공했다.
한국은 노련하게 중국을 밀어붙이고 36분 경 에이스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 36분 넥서스를 파괴하면서 하계 아시안게임 LOL 첫 번째 금메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김정균 감독은 대만과 결승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미드 라이너로 '쵸비' 정지훈을 출격시켰다. 정지훈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준준결승, 중국과 준결승에 이어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게 됐다. 정지훈과 함께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대만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이 결승전에서 상대하는 대만 대표팀은 중국 LPL 및 PCS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포진돼 있다. 대표 선수는 '카사' 훙하오쉬안(정글), '포포' 주쥔란(EDG), '소드아트' 후숴제(울트라프라임)다.
한국이 자랑하는 LOL '올타임 레전드' 페이커(이상혁)는 준결승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지난 8일 중국과 준결승의 경우 감기 몸살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1, 2세트 모두 출전이 없었고 대만과 결승전도 쵸비가 페이커의 자리를 대신해 먼저 경기를 치른다.
김정균 감독은 결승행 확정 직후 "이전부터 계속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쵸비의 폼(Form)이 더 좋아서 기용하게 됐다"고 페이커의 선발 제외 배경을 밝혔다. 페이커가 최근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악화된 가운데 이른 아침 열린 중국과 준결승에 출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커도 준결승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다. 몸살 기운이 갑자기 왔다. 의무실에 들렀다가 경기장에 와서 중국과 4강전을 지켜봤다"고 결장 배경을 설명했다.
또 "주사를 맞고 약 처방을 받아먹으니까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컨디션은 출전할 수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쵸비도 잘하고 있고 중국도 잘 꺾은 상황이라 (결승전) 출전 여부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페이커는 비록 자신은 중국과 준결승에서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한국을 승리로 이끌어 준 후배들의 경기력을 치켜세웠다.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준비를 했던 팀을 이기는 걸 보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흡족해했다.
페이커가 대만과 결승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입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내에서 페이커의 인기는 말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지난 22일 항저우 입국 당시에는 샤우산 국제공항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페이커의 대륙 내 위상을 실감케 했다.
국내팬뿐 아니라 중국팬들도 LOL 아시안게임 초대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지는 순간 경기장에 있는 페이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고 '대관식'을 가졌던 것처럼 페이커가 비슷한 장면을 항저우에서 연출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김정균 감독은 결승전 경기 운영에서 외부적 요인들은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메달을 손에 넣는 것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
김정균 감독은 '팬들이 페이커가 결승전에 뛰면서 금메달을 따기를 원할 것 같다'는 질문을 받은 뒤 "외부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상황에서 오직 목표는 우승과 금메달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결승에서 이겨 꼭 금메달을 따서 팬분들이 우리 경기를 보는 시간 만큼은 웃게 해드리고 싶다"며 "준결승에서 강팀(중국)을 꺾었다고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마지막까지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e-스포츠 대표팀은 29일 현재까지 금메달 1개(김관우-스트리트 파이터5), 동메달 1개(곽준혁-피파 온라인4)를 수확한 상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