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뒤 우여곡절을 겪었던 남자 체조 간판 신재환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신의 주종목 도마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신재환은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1~2차기 평균 14.149점을 얻어 최종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체조는 전날 남자 마루운동 김한솔에 이어 신재환에게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노렸으나 1차 시기 큰 실수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도마 종목은 선수마다 1~2차 시기를 벌인 뒤 평균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이날 참가 선수 중 4번째로 연기한 신재환은 1차 시기에서 난도 6.0의 요네쿠라(손 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세바퀴반 비틀기) 기술을 선택했다. 도쿄 올림픽 때도 1차 시기에서 14.733점을 얻었던 기술로, 신재환이 자신 있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두 발로 착지한 뒤 중심이 무너져 엉덩방아를 찧더니 이후 라인밖으로 넘어지고 만 것이다. 도쿄 올림픽보다 거의 1점이나 뒤진 13.766점에 그치고 말았다. 벌점을 0.3점이나 받았다.
오히려 2차 시기에서 시도한 난도 5.2 유리첸코(바닥을 짚고 구름판을 굴러 도약한 후 뒤로 2바퀴 반 비틀기)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해 만회했다.
국제체조연맹은 도쿄 올림픽 뒤 요네쿠라와 여(홍철) 등 기술을 하나로 묶는 등 같은 계열 기술을 1~2차 각 시기 중 한 번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신재환은 유리첸코를 국제 대회에서 처음 들고 나왔는데 1차 시기 실수에 따른 멘털 문제를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하지만 난도 자체가 낮아 메달권에 진입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2차 시기에선 14.533점을 받아 1~2차 시기 평균 14.149점이 됐다.
신재환에 이어 등장한 예선 1위 다기나와 와타루(일본)가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이 처음 시도했던 '리세광' 기술을 1차 시기에 해내는 등 안정된 연기로 1~2차 평균 15.016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란의 마흐디 올파티가 14.783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의 마흐디 무함마드 샤룰이 14.466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신재환은 2년 전 도쿄 올림픽 도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2년 같은 종목 양학선에 이어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이뤄낸 간판 선수다.
당시 신재환은 양학선이 예선 탈락한 가운데 결승에 올라 1~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얻어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기록했으나 각 시기별 점수에서 더 높은 점수를 갖고 있는 선수의 순위가 앞선다는 타이브레이크 규정에 따라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이 6개(양궁 4개·펜싱 1개·체조 1개)에 불과하다보니 신재환의 깜짝 금메달 가치가 더욱 빛났다.
하지만 신재환은 올림픽 챔피언이 된 뒤 사생활에서 논란을 일으켜 한 동안 방황했다. 2021년 12월 음주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피해자와 합의 뒤 약식 기소되면서 벌금을 물었지만 이듬 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됐으나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고 신재환도 뼈를 깎는 반성의 의지를 보이면서 아시안게임 기회를 잡게 됐다.
한국은 이어 열리는 남자 평행봉 결승에 윤진성, 반가람이 동반 진출해 이번 대회 대표팀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둘은 남자 철봉에도 함께 결승 무대에 올랐다. 여자 평균대에선 임수민이 결승에 올라 북한 김선향, 김수정과 겨룬다. 북한은 28일 안창옥이 여자 도마와 이단평행봉에서 연속 우승하는 등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2관왕이 됐다. 김선향은 여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체조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려 있는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표팀 1진이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엔 2진이 출전하기로 했고 신재환도 모습을 내밀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